김도환의 책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44세의 홍대용이 즉위 2년전인 23세의 세손 이산(李蒜)과 서연(書筵)에서 주고 받은 대화를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다. 노론 명문가 출신의 홍대용은 봄이 머무는 언덕이란 뜻의 유춘오(留春塢)란 이름의 별장에 건곤일초정(乾坤一草亭)이란 현판을 내걸었던 사람으로 수학자이자 과학자였고 지구 자전설을 믿은 사람이었다.

 

건곤이란 말은 주역의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김도환의 책에 주역에서 유래한 납약자유(納約自牖)란 말이 나온다. (다른 책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스스로 창을 내는 것으로 읽었으나 홍대용은 서연에서 군신간에 대화하는 것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납약자유는 부드럽고 순함을 뜻하는 손여(巽與)와 같다고 답했다.

 

또한 납약(納約)은 임금과 사귀는 도리를 말하고 자유(自牖)란 밝고 툭 트인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김도환의 책은 이 차이를 해명하기 위해 잡은 책이다. 어떻든 거문고를 잘 다루었던 사람으로 실학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과거에 별 뜻을 두지 않았던 홍대용은 음직(蔭職)으로 관직에 진출했다.

 

홍대용이 맡은 직책은 세자를 호위하는 세자익위사의 한 파트였으나 이 일이 서연을 행하는 직으로 바뀜에 따라 세손과 공부로 만나게 된 것이다.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에서 재미 있는 글자를 만났다. 맹자가 말한 불설지교회(不屑之敎誨)란 말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설()이란 글자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릇된 사람에게는 가르침을 펴지 않고 그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은 가루라는 뜻과 달갑게 여기다란 뜻을 가진 단어다. 화산쇄설암(火山碎屑巖)의 설이 바로 가루를 뜻하는 설자다. 부스러진 암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열과 압력을 받아 만들어지는 바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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