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花潭)이기도 하고 복재(復齋)이기도 했던 서경덕(徐敬德; 1489-1546), 그의 제자 토정(土亭) 이지함(李之函; 1517-1578), 그의 제자 중봉(重峯) 조헌(趙憲; 1544-1592), 이 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책이 최시한, 강미 공저의 ‘조강의 노래’다.

 

"16세기 후반 조선 선조 때였다.“ 한양 삼개(마포나루)에서 배를 타고 통진 현감으로 있는 조헌(趙憲; 임진전쟁의 의병장)을 보러 가는 길에 <조강에서 폭풍을 만나 겪은 일을 쓴 이규보의 ‘조강부(祖江賦)’>를 떠올리는가 하면 스승 서경덕을 뵙고 오던 때를 회상하기도 한 토정은 물의 흐름과 달의 위치를 보아 바닷물이 밀려오고 나가는 시간을 대강 짐작하면서 임진강 쪽 물살이 내리쏟는 힘을 이용하여 포구가 많은 남쪽으로 배를 몰도록 도와 사람들을 풍랑에서 구한다.(서경덕은 인종 재위시 죽었으니 이지함이 스승을 만나고 온 것을 회상한 때에 서경덕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조헌은 스승 이지함이 이규보가 썼다는 물때를 일러주는 시를 백성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자 스승이 천문(天文)을 읽으며 지리(地理)를 궁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지함이 삼개에서 스승을 기억하던 때 스승은 이미 고인이 되었듯 조헌이 의병장으로 참전해 금산전투에서 장렬히 사망한 임진전쟁 당시 스승 이지함 역시 고인이 된 상태였다.) 지난 해 통일인문학 시간에 인상적으로 접한 조강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조강의 노래’에서 재미 있게 읽었다.

 

”서울 서쪽에 북한 지역을 전망하는 곳이 세 군데 있다. 김포시 하성면 조강리와 가금리 경계의 애기봉 전망대, 파주시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의 평화전망대가 그들인데 모두 조강 연안에 있다.“

 

지난 해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참 인상적이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장면은 연천 호로고루에서 바라보는 얕은 임진강의 풍경 이상으로 매력적이고 가슴 뭉클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단지 강의 깊이가 더 깊어서만은 아니다. 사람이 만나고 물자가 만나고 이야기가 만난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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