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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ㅣ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정명섭의 ‘제3도시’는 상징하는 바가 큰 소설이다.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어서 관심과 흥미를 끈다. 제1도 아니고 제2도 아닌 제3이란 중간지대인 개성공단을 의미한다. 개성공단(開城工團)이란 남북이 합의해 북한의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에 조성한 공단을 말한다.
우리의 자본 및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경제협력 모델이었지만 2016년 2월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폐쇄된 상태로 있다. ‘제3도시’의 배경이 개성공단인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그것은 주인공의 외삼촌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주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개요는 이렇다. 헌병수사관과 민간조사업자 경력을 거친 30대 중반의 강민규는 탐정 사무실을 운영한다. 강민규는 어느 날 개성공단에 입주한 60대 초반의 외삼촌(원종대)의 방문을 받는다. 운영하는 일터에서 원재료와 생산품이 빼돌려지니 범인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강민규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터에 외삼촌의 제의를 수락하고 개성공단 공장 관리과장이란 직함을 받고 현장의 일원이 된다.
강민규로서도 남북한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풍경을 보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다. 외삼촌은 강민규에게 범인을 잡으려 하지 말고 물증만 확보하라는 말을 건넨다. 외삼촌이 강민규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한 것은 개성이 북한 지역이기에 공장에 CCTV를 달 수 없는 데다가 직원들에게 지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강민규와 갈등을 빚던 법인장 유순태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뜻밖에 강민규가 유순태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사회안전원들에 의해 체포되어 가면서 무엇보다 호위총국에서 어떻게 유순태의 죽음을 눈치챘으며 어떻게 자신을 바로 범인으로 체포했는지 의아해 한다.
소설의 흥미를 돋우는 것은 수사를 맡은 남의 강민규와 북의 호위총국의 오재민 소좌간에 벌어지는 팔팔한 대화다. 개성증후군이란 말도 주의를 요한다. 혈압 상승, 수면 장애를 비롯 다양한 불안 증상과 분노 조절장애를 동반한 병으로 개성공단에 특징적인 질환이다.
피살된 법인장은 바로 개성증후군을 앓았었다. 둘(강과 오)은 법인장과 공혁수 조장이 심하게 다투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북의 여 관계자로부터 법인장이 개성공단의 물건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개성공단 안에 수만의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가 생기고 뇌물도 다반사고 금지를 위반하는 모험이 따르고 로맨스도 생긴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약육강식의 정글 또는 먹이사슬 같은 구조를 상상하면 좋으리라. 소설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알려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포함한 남과 북의 진면목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추천한다. 남과 북의 새로운 양상을 소재로 한 즐길만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