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문장이 유연하게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글을 쓰면 해설시 외우기 유리하다는 내 말에 번역가이자 우리팀의 PD인 이 선생님이 오늘 내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말을 했다. 종국적으로 해설은 원고를 쓰지 않고 평소 공부해 이해하고 저장해둔 내용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경우 자연스러운 강연이 되는 대신 체계가 없기 쉽다. 주제에 맞춰 글을 쓰는 과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메시지가 없는 글을 쓰기 쉽다. 자신만의 주제를 정해 색다른 생각을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 논리적이고 매끄러운 글을 쓸 수 있고 그러면 기억하기 쉽다. 본인이 쓴 글도 두서나 주제가 없으면 기억하기 어렵다. 과제를 부여받은 사람이 해오는 결과물을 보면 핵심적이지 않은 곁가지들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할 말을 잘 잇지 못하고 더듬거리기 일쑤다.
전기한 선생님 때문에 감사하다. 번역을 오래 해오셨기에 글도 잘 쓰시겠지만 자신의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르리라. 이 선생님은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편하다는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의도를 헤아리기 어려울 때가 있고 헤아렸다 해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잘 헤아렸다면 표현을 제대로 하겠지만 잘 헤아렸다 해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없지 않다. 참 어려운 것이 생각하기고 쓰기다. 오늘 미니 시연에서 내 순서는 후반부에 배치되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마지막 순서에 하게 된 우리는 짧게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천천히 해도 되었지만 내용을 점검하고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빨리 휘몰아치듯 시연했다. 아이 컨택과 초(超) 스피드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개의치 않는다. 내게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충실하고 새로운 내용이 소통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