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달팽이, ()는 개구리다. ()는 달팽이 위에서 싸우는 하찮은 싸움이란 의미의 와우각상쟁(蝸牛角相爭)이란 말에 나오는 글자다. 개구리를 뜻하는 와()란 글자를 보면 무교회주의자 김교신 님의 개구리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의미의 조와(弔蛙)’란 글이 떠오른다.

 

1942성서조선에 실린 이 글은 기도터인 반석(磐石) 아래에 살던 개구리들이 겨울 혹한에 얼어죽고 두, 세 마리가 살아 있으니 전멸을 면하였다는 심회(心懷)를 밝힌 글이다. 일제는 이 글에 나오는 혹한을 일제의 조선 지배정책으로 읽고 성서조선의 폐간을 단행했다.

 

()은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에 나오는 송백(松柏)의 글자다. 얼마전까지 소나무와 잣나무로 풀었는데 소나무와 측백나무 또는 침엽수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한도의 세한은 날이 추워져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의 논어의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에서 유래한 말로 백을 잣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로 보는 것은 공자는 평생 잣나무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연원한다.(공자의 주 활동 무대였던 산둥성에는 잣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은 송무백열(松茂栢悅)에 나오는 글자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이다. 백이 측백나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어릴 적 햇빛이 적게 비치는 것을 좋아하는 음수(陰樹)로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빛을 가려주면 잘 자라는 잣나무에게 맞는 말이다.(, 공히 사전에는 측백나무, 잣나무로 풀이되어 있다.)

 

한 유명 나무 전문가는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의미의 송무백열을 A(잣나무)B(소나무)의 성공(成功) 즉 무성(茂盛)을 기뻐하는 것이니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는 것과 대비된다는 말로 풀이한다. 하지만 잣나무가 소나무의 번성을 기뻐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에 반기는 것일 뿐이다.

 

나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관계에서 쫓겨난 임금 연산군의 폐비 신씨(愼氏)와 중종의 원비로 역시 쫓겨난 단경왕후 신씨(愼氏)의 관계를 떠올린다. 두 사람은 고모와 조카 사이다. 신씨 가문의 두 폐비가 친정에서 만난 것은 엄밀히 말하면 동병상련이란 말로 수식해야 하지만 송무백열이란 말로도 수식할 수 있다.

 

전자가 다하면 후자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중종의 비 신씨가 반정공신들에 의해 쫓겨난 것은 그녀의 아버지 신수근이 중종반정에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수근은 여동생의 남편 연산군 편에 섰다.(중종의 비가 쫓겨난 것은 그녀가 후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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