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로널드 롤하이저는 '()과 성()의 영성(靈性)'에서 스러움을 사랑의 광기에 비유했다. 이 사실을 언급하며 신학자 김화영 교수는 영성(靈性)의 과제는 에로스의 생명력을 통합과 균형을 통해 아가페로 승화시키는 것이라 설명했다.('비극을 견디고 주체로 농담하기' 170 페이지)

 

16세기 가르멜회 수녀 아빌라의 데레사는 '영혼의 성()'에서 우리 영혼이 신을 찾는 과정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연인을 찾는 과정에 비유했다.(제임스 러셀 지음 '영혼의 책 54' 63 페이지) 신에 대한 인간의 찾음과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찾음도 근본에 있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김화영 교수는 관건은 에로스의 지향성이지 에로스 자체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앞서 언급한 아빌라의 데레사는 그녀의 고해 신부인 디에고 수사가 (신비체험에 대해) 쓰라고 하자 "저는 글을 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만한 체력도 재주도 없기 때문입니다."란 말을 했다.

 

그런가 하면 로널드 롤하이저가 에로틱하다고 표현한 마더 데레사는 "나는 한 번에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을 먹일 수 있습니다."란 말을 했다.(이현경 지음 '영혼을 깨우는 책읽기' 197 페이지) 경제성의 원칙을 생각하게 하는 사실이다. 글과 일과 사람에 대해 두루 적용되는 바이고.

 

힘이 소진되면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걸었던 특별한 여정(페요테 선인장에서 추출한 메스칼린 섭취를 통해 의식의 변형을 체험한 것)을 호기심으로 바라보곤 하던 나는 에로스와 아가페가 뿌리가 같듯 이성주의와 신비주의도 그러리라고 생각할 뿐이다.(헉슬리가 행한 메스칼린 퍼포먼스는 호흡법으로 대체되어 향유되는 듯 하다.)

 

사려 깊은 좌파 지식인이었던 발터 벤야민이 '베를린의 유년시절'에서 한 다음의 말로 내 지원군을 삼고자 한다. "달빛에 의해 잠이 깨면 나는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왜냐하면 그 방은 달빛 외에는 누구와도 함께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내 이성(理性)을 잠시 맡기고 (신학자 로널드 롤하이저가 광기로 불타오르는 것이라 표현한) 삶을 얻어오고 싶다. 근원적으로 "내 것이 아닌 열망들"(기형도 시인이 '빈집'이란 시에서 쓴 표현)이라 해도. 이렇게 2020년의 반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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