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Roy)는 왕이란 의미를 가진 말이다. 연천 전곡리 선사 유적지 내의 로이 카페(주먹도끼 빵을 만들어 파는 카페)의 로이와 같은 단어다. 피츠로이(Fitzroy)는 왕의 자식이란 뜻. 흔히 왕의 사생아들이 성()으로 썼다고 한다. Fitz는 케네디 가문의 아들 존이란 의미의 존 F 케네디의 그 F.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는 영국의 해군장교, 수위측량사, 기상학자로 박물학자인 찰스 다윈이 타고 해외로 나간 '비글호'의 선장이었다. 다윈이 동승한 비글호는 남미 대륙의 해안선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나선 해군 측량선이었다. 수위 측량사 피츠로이가 해안선 지도 제작을 위해 출범한 비글호의 선장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듯 하다. 피츠로이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보고 불경스러운 책이라 말했다.(찰스 다윈 지음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84 페이지)

 

자연이 있는 그대로 고정불변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지질학에서 먼저 나왔다.(장철수, 이재성 지음 아주 명쾌한 지질학 수업’ 14 페이지) 지질학에서 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 생물은 안 그럴까? 란 의심을 품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이었다.

 

찰스 다윈은 비글호에서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론을 탐독했다. 물론 라이엘은 다윈의 진화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지구의 시간은 균일하며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던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라이엘의 시간관을 전면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스티븐 제이 굴드다. 급격한 변화에 의해 새로운 종이 갑자기 출현하면서 진화가 일어났다는 의미의 이 이론을 단속평형론이라 한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종의 형태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변화하지만(단속; 斷續) 그 후 대부분의 기간에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 정적인 상태가 지속될 것(평형; 平衡)이라는 의미다.(리처드 요크, 브렛 클라크 지음 '과학과 휴머니즘' 26 페이지) 단속(斷續)이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한다는 의미다. 나는 굴드의 단속평형론을 지지한다.

 

나는 내가 굴드의 이론을 지지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때로 단속적인 내 공부, 그리고 너무도 다른 여러 결의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령 나는 "얼굴 없던 분노여, 사자처럼 포효하던 분노여, 산맥을 넘어 질주하던 증오여, 세상에서 가장 큰 눈을 한 공포여, 강물도 목을 죄던 어둠이여, 허옇고 허옇다던 절망이여"(이진명 시인의 시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중에서)라는 시어를 너무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나를 수식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단속평형의 의미가 이렇게까지 쓰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도 내 단속적인 마음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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