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출판사 대표이자 숲해설사인 강맑실 님의 경희궁 숲 해설을 들었다. 경희궁에 초점을 두고 찾아가 들었지만 사실 주인공은 나무와 꽃이었다. 수피가 특이한 모과나무도 보았고 열매가 등잔불을 밝히는 데 사용된 쉬나무와 (선비를 상징하는) 회화나무가 나란히 있는 장면도 보았다.

 

설명에 의하면 두 나무는 선비들이 이사갈 때 가지고 간 나무였다고 한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나무이지만 통의동 백송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나이테 분석 결과 일제 시기에 자라지 않았다는 나무다. 파란과 고통의 시대상황이 압박으로 작용한 탓이리라.

 

자료에 의하면 백송은 10년이 될 때까지 높이가 1미터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자라다가 15년이 지나면 생장이 왕성하다.(전영우 지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212 페이지)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바람(희망)을 투영해 들을 만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백송은 3엽송이지만 2엽송인 소나무나 해송보다 5엽송인 잣나무와 더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관다발을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즉 백송은 잣나무처럼 관다발이 하나이고 소나무나 해송은 둘이다.(전영우 지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212 페이지)

 

조선왕조실록에 소나무 기록이 많다. 벌레를 잡도록 했다는 내용, 벼락 맞았다는 내용, 수피를 구황식품으로 사용하라고 허락했다는 내용, 능에 심었다는 내용, 큰 바람이 불어 뿌리가 뽑혔다는 내용, 금산(禁山) 명령을 어기고 베어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 벌목을 허락했다는 내용,

 

비보(裨補)를 위해 심었다는 내용, 벌레가 잎을 갉아먹었다는 내용, 능의 나무가 쓰러지자 위안제를 지냈다는 내용, 임금의 관으로 사용되는 품질 좋은 소나무를 황장목(黃腸木)이라 한다는 내용, 옛 중국에서는 천자의 무덤에 심은 나무라는 내용 등이다. 소나무 관련 내용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소나무가 우리에게 친숙하고 흔한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나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은 소나무의 강인한 유전형질 때문이다. 이 부분이 백송 이야기(10년이 지나도 1미터도 채 안 되지만 15년이 되면 생장이 왕성하다는 내용. 백송에게 그 시기는 내실을 다지는 시기일 것이다.)와 공명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소나무에는 이래저래 이야기 거리가 많다. 하기야 유독 소나무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리라. 해설 앞 부분에서 나왔듯 동물과 다른 식물의 사정이 반영되어 참으로 다양한 생식기관()을 가진 식물 자체는 그 만큼 이야기가 많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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