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때로 생성의 원천이기 때문에 영혼은 반드시 혼돈의 용암(熔岩)을 필요로 한다." 나다공동체 대표 김화영 교수의 '비극을 견디고 주체로 농담하기'에 나오는 말이다.(172 페이지)

 

나는 이 빛나는 상상력의 글을 보며 재미 없는 과학 이야기를 생각한다. 융해(融解; fusion, melting)는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녹는) 것이고, 용해(熔解; dissolution)는 물질이 액체 속에서 균일하게 녹아 용액이 만들어지는 일(물에 소금이 녹는 것)이라는.

 

응고(凝固; coagulation, clotting)는 액체가 고체가 되는 것이고, 액화(液化: liquefaction)는 기체가 액체가 되는 것이라는. 기화(氣化; evaporation)는 액체가 기체가 되는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은 융()과 용()이 모두 녹는다는 뜻이란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체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가 되는 것뿐 아니라 기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고체가 되는 것도 승화(昇華)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고체에서 기체가 되는 것만을 승화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부정적이거나 이기적인 욕망을 긍정적이거나 이타적인 욕망으로 바꾸는 것을 승화라 생각한다. 긍정적이거나 이타적인 욕망에서 부정적이거나 이기적인 욕망으로 돌아서는 것을 승화라고 하는 것은 어의상 그 반대의 경우도 승화이기에 문제가 있다.

 

승화라는 말 대신 마음을 돌이키는 순간, 번쩍 혹은 아하 하는 초월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메타노이아란 말을 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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