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베이트슨은 ‘마음의 생태학’, ‘네이븐’ 등을 쓴 인류학자다. 베이트슨이 ‘마음의 생태학’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고원이다.(신승철 지음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212 페이지) ‘천 개의 고원’에서 고원으로 묘사된 것이 들뢰즈와 가타리의 만남이다.
(막연하지만) 고원을 지질(地質)의 고위평탄면과 연결지어 생각하려는 나의 계획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베이트슨은 마가렛 미드의 남편이었다. 미드는 고대문화에서 문명의 첫 신호는 부러졌다가 붙은 넓적다리뼈라고 말했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는 생존할 수 없는 원시환경에서 뼈가 다시 붙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의 곁을 지키며 몸이 회복되도록 도왔다는 의미다. 도움과 돌봄이 문명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와 함께 문화인류학의 새 장을 열었고 인류학의 대모로 불리는 미드는 생물학적 차이가 성별 역할을 결정한다는 당시의 주류 관념을 비판하면서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성별의 개념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로이스 배너 지음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참고)
이상희 교수(고고미술사학, 인류학)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박사 논문을 쓰던 1990년대의 일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동기가 논문 주제가 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인류 진화 역사에서 성차(성별에 따란 형질의 차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화석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고 답하자 동기는 “성별의 차이? 성별은 오로지 사회 문화적인 개념인데 어떻게 뼈를 보고 알 수 있냐는 말이니?”란 말을 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동기의 말을 1990년대 미국 인류학계의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주는 말이라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인간은 문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몸을 초월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결론 삼아 그들은 인간의 모든 것은 문화를 통해 이뤄졌으며 심한 경우 몸과 유전자조차 사회 문화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하며 인류는 생물학과 완전히 결별한 듯 보였다고 말했다.(’인류의 기원’ 268 페이지) 이 교수 동기의 말은 문화가 생물학적 구조를 결정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 말은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말을 연상하게 한다.
그는 예술은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세상을 조각하는 도끼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손은 정신의 칼날이란 야콥 브로노프스키의 말을 연상하게 하지만 칼날과 도끼라는 유사점(?)이 있을 뿐이다. 더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