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비오는 가운데 J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프런트 직원으로부터 두 권이 반납되지 않은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의아했지만 여덟 권만 빌려 집에 왔다. 오늘 이리 저리 아무리 찾아보았지만 한 권이 보이지 않았다. 한 권은 더 읽을 필요가 있어 놓아둔 상태였고.
지난 5월 7일(목요일) 서울 도서관 반납함에 책을 넣을 때 혹시 J 도서관 책도 넣은 것인가 생각해보았으나 그렇다면 내게 전화가 왔을 텐데 오지 않았으니 그 경우는 아닌 것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가능성으로 Y 도서관에 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Y 도서관의 대출 현황을 조회하니 4월 10일, 4월 20일, 4월 28일 등 세 차례 두 권 이상씩의 책을 반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만일 J 도서관 책을 Y 도서관 반납함에 넣었다면 연락이 왔을 것인데 역시 연락은 오지 않았다.(J 도서관과 Y 도서관은 같은 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다.) Y 도서관이 5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중인데 내가 그 5월 이후 책 한 권을 그것도 J 도서관 것을 가지고 Y 도서관에 가서 반납했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서울 지하철 유실물 센터를 뒤질 생각으로 정보를 수집해놓기까지 했다.
J 도서관에 전화를 해 상황을 말하기도 했다. 간부급의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J 도서관 책을 Y 도서관 반납함에 넣었다 해도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로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통보 자체가 아예 유예되거나 출근한다 해도 전화할 여유가 없을 테니 한번 알아보아달라는 의미였다. 그는 반납일(20일)까지 시간이 많으니 다시 잘 찾아보라는 말을 했다.
통화를 마치고 다시 찾아보았으나 책은 나오지 않았다. 10분쯤 후 그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찾아보라는 지시를 하자 프런트 직원이 금방 찾아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아까운 돈을 들여 새 책을 사 내야 하는 것인가 싶어 마음을 끓이며 찾았던 탓에 너무 힘들었으나 해피엔딩이어서 어떻게 된 것일까요?라는 말 외의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직원은 저도 모르죠, 라 말했다. 나는 제가 실수한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네요라 답했다. 오랜 세월 책 빌리느라 친해진 직원들에게 항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책 더미에서 지난 7일 반납한 서울 도서관의 부록 자료 하나가 누락된 채 있는 것이 보여 너나 없이 실수란 일상적이구나, 란 생각을 했다. 서울도서관 직원은 코로나로 인해 드라이브 스루 대출을 하느라 도서관 정문 앞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부록 자료가 있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명백한 내 잘못이다. 덧붙인다면 J 도서관에 9권의 책을 반납하며 어떤 책들을 반납했는지 기억하지 못한 것 역시 내 잘못이다.
직원이 미처 반납 처리하지 못했어도 내가 기억했다면 바로 알아 차렸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너무 지나친가? 서울도서관처럼 책 반납 영수증을 발행해준다면 이런 소동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바로 반납 처리 권수를 확인하고 틀릴 경우 대조해보는 최소의 노고를 치러야 유효한 말이다.
지난 5월 5일에는 답사 마치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내 책을 들고 다니며 책들을 읽다가 오래 고대하던 '그 책'을 발견하고 한참을 읽었다. 그 감동에 취해서인지 내 책을 옆 책 위에 두었던 것을 잊고 서점을 나서려다가 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다녔던 길을 되짚어 10분 이상 헤맨 끝에 책을 발견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를 정도로 '나'를 잊고 몇십 분을 몰입 독서했다는 점에서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책으로 인해 행복하고 책으로 인해 헛웃음 짓는 것도 추억 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