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괴테의 책들을 마음 잡고 읽으려 한다. ‘파우스트는 재독(再讀), 성장소설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첫 읽기가 된다. 내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기대를 거는 것은 제대로 된 통과제의(rites of passage)를 경험하지 못한 내 이력 때문이다. 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읽기가 부끄러운 반추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를 도모(圖謀)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나도 프랑스 작가 로르 아들러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태평양의 방파제를 읽고 한 말(“이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을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읽기 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생후 9개월의 아들을 교통 사고로 잃은 그녀는 뒤라스 소설 속의 질서가 자신 앞에 닥친 삶의 혼란을 대신해준 덕에 다시 숨을 쉬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

 

괴테는 수성론자(水成論者)와 화성론자(火成論者)의 싸움에서 수성론자의 편에 섰다. 수성론은 모든 암석은 바다 속에 침전된 수성암(퇴적암)이라는 주장이고, 화성론은 모든 암석은 마그마가 굳어 생긴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성론자들은 화산 분출을 지하 깊은 곳의 석탄층이 연소하기 때문으로 보았다.(좌용주 지음 가이아의 향기’ 73 페이지)

 

과학 작가 샘 킨은 사라진 스푼에서 언제나처럼 괴테는 결국에는 지고 말 쪽을 지지했는데 그것은 그쪽이 심미적으로 볼 때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샘 킨은 파우스트에 나오는 연금술에 대한 진부한 추측보다 더 나쁜 것이 수성론 지지라 말했다.(306, 307 페이지)

 

화성론의 대표 주자는 제임스 허턴(1726 1797)이다. 그는 동일과정의 원리를 주창한 사람이기도 하다. 동일과정의 원리란 지질학적 현상은 과거라고 해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해석해 과거의 일을 알 수 있다는 원리다. 가령 고사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주로 응달지고 습한 곳이다. 그렇기에 고생대 지층에서 고사리 화석이 발견되면 그 지층이 퇴적될 당시 환경도 지금처럼 응달지고 습한 곳이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한조 지음 라이엘이 들려주는 지질조사 이야기’ 80 페이지)

 

이렇게 고사리 화석처럼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온 생명체의 화석을 시상화석이라 하고 삼엽충(고생대), 공룡(중생대), 매머드(신생대)처럼 특정 지질 시대에만 있었던 생명체의 화석을 표준화석이라 한다. 이 가운데 매머드에 관심이 간다. 연천군 방문자센터에 매머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전까지 생물은 추위,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등으로 멸종했지만 매머드는 인간에 의해 멸종했다.(이지유 지음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지구 이야기’ 187 페이지)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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