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불순한 동기를 가진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로부터 질문 받은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은 음행중 붙잡힌 여자를 끌고 예수께 와 질문했다. 이런 경우 율법은 죄지은 자를 돌로 치라 하였는데 선생은 어떻게 하겠는가? 란 질문이다.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아포리아적 질문에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답으로 대처했다. 예수는 여자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오래 전에는 함께 음행을 했을 텐데 남자는 어디로 갔는가, 란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의문도 의문이지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스피노자(1632 - 1677)를 탈근대의 예수라 말하는 책(신승철 지음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271 페이지)을 보며 나름으로 스피노자와 예수의 닮은 점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스피노자가 미끼를 문 장면을 접하게 되었다.

 

스피노자와 간절히 교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스피노자의 가장 친한 친구를 자처하는 두 젊은이가 신이 신체를 가지고 있나요?”, “영혼은 불멸하나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아니 미끼를 던진 것이라 해야겠다. 스피노자는 경전은 영혼이 실재적이고 영속적인 실체가 아니고 단지 환영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답했다.

 

스피노자는 이어 영혼은 단지 그 질료가 아주 미세하고 거의 투명하다는 말을 했다.(스티븐 내들러 지음 에티카를 읽는다’ 31 페이지) 기이한 것은 최근 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내게 구약 성경 창세기를 보여주며 성경은 영혼이 불멸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혼은 단지 그 질료가 아주 미세하고 거의 투명하다는 스피노자의 말이다. 이 말은 마음 역시 기()이지만 물질성을 극한적으로 떨쳐버린 기()“(이정우 지음 인간의 얼굴’ 126 페이지)라는 말을 생각하게 한다.

 

스피노자는 영혼을 거의 투명하다고 말했고 전기한 책은 마음은 기() 중에서 가장 투명하고 섬세하다고 말했다. ()는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이른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저술 중 단절을 경험한다. 3부까지 쓴 상황에서 그를 후원하던 공화파 요한 드 비트 형제가 오라녜세력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중앙집권적 군주제를 추구하던 오라네의 호전적이고 감정적인 대응과는 달리 자유와 관용의 정신에 입각해 합리적인 공화정책들을 시행하고자 한 사람들이었다. 이 사건 이후 스피노자의 에티카후반부는 전반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쓰였다.

 

'에티카' 완성 2년 후 스피노자는 죽음을 맞았는데 이는 후원자의 잔인한 피살로 빚어진 급격한 에너지 소진을 이기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스피노자의 삶은 렌즈 세공을 하는 작은 도제조합의 영토를 비롯해 친구들과의 교류와 우정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적인 관계망과 배치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이 관심을 끈다.

 

프레데리크 로르동의 정치적 정서를 읽어야겠다. 정치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 정치의 윤리 즉 좋은 정치 또는 나쁜 정치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스피노자를 길잡이로 데려온 책이다.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정 따위의 전통적 이원론을 전복하고 변용과 정서의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스피노자를 면밀히 검토해 정치를 '변용의 기술'로 규정한 책이다.

 

오래 살았지만 마음으로 가까이 하지 못해 서울보다 낯설었으나 지난 해 지질(地質) 해설 교육 과정을 통과한 뒤 올 초부터 활동하고 있는 경기도 최북단 연천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갖는 나는 동기들, 그리고 몇몇 마음 맞는 선배들을 보며 공동체란 말을 음미한다.

 

물론 스피노자나 프레데리크 로르동이 말한 공동체와 많은 의미적 갭이 있을 수도 있겠다. 다만 지금은 스피노자에게 현실 세계 외에 다른 가능세계들이란 없다는 말(스티븐 내들러 지음 에티카를 읽는다‘ 184 페이지)을 길잡이로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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