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로 텍스트 읽기, 걸으며 읽기 등 몸을 움직이며 하는 독서치료 실천에 제격인 봄의 문턱이다. 독서치료는 몸이 아픈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 않게 하려고 개입하는 것, 책이 지닌 모든 효과를 성실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실천 행위다.

 

소설가이자 독서치료사인 레진 드탕벨의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을 읽는다. 저자는 문학, 예술 분야에서 많은 상을 받은 저명한 분으로 음독(音讀)은 목소리의 진동에 어울리는 문체적 특성을 지닌 문학 텍스트를 매개로 신체기관의 가장 깊은 부위와 접촉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말은 시가 가진 신비한 힘은 리듬, 울림, 생각이라는 세 가지 힘이 합쳐져 생긴다는 프랑스의 심리 치료사 루시 기예의 말과도 상응한다. 여기서 잠시 신체기관과의 접촉이라는 주제와도 어울리며 현대의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사적인 기억 부조화에 대해 분석한 저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이를 위해 언급할 것은 스크립토륨에 대한 서술이다. 스크립토륨은 서양 중세 수도원의 책 사본 제작소였다. 그곳에서 필경사들은 동물 가죽의 표면에 글을 새겼다. 동물 가죽을 자르고 불순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다듬어 그 위에 매우 뾰족한 도구로 생채기를 입히는 방식으로 글을 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책 내용이 깊게 각인되었다. 반면 오늘날의 글쓰기는 더 이상 동물 가죽을 괴롭히며 글자를 새기는 행위가 아닌 바 글자는 그 만큼 잘 기억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봄의 문턱인 지금 필요한 것은 근육의 향연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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