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한(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한된 때로 왜곡된 팩트 사이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내는지다. 나는 과연 역사를 냉철히 공부하는 것인지, 하는 반성을 하곤 한다. 냉철하지 못함은 선입관을 가지고 인물이나 사건을 대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일 것이다.
나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정조(正租)를 무조건 좋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비판이나 단점 지적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고종은 무조건 무책임한 군주 또는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하는 군주로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한다.
지난 해 문소영의 ‘조선의 못난 개항’과 이상각의 ‘이경 고종황제’를 읽었다. 문소영의 책은 똑똑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회수한 스물한 살의 고종이 과연 국정을 잘 운영했는가? 그렇지 못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는 말을 한다.
책에는 이런 말도 있다. “큰 나라에 기대어 사는 사대주의에 익숙한 고종은 외세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인식 자체가 떨어졌다.” 반면 이상각의 책에서 고종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영민한 군왕, 이이제이의 외교 전략으로 열강의 노림수를 피하면서 국체를 보존한 노련한 승부사로 그려졌다.
오늘 강효백 님의 페북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내가 여력이 있다면 고종황제를 재조명하여 역사적 사면 복권해드리고 싶다. 고종은 세종 못지 않은 성군이었다. 일제와 종일매국 식민사관에 오도 주입된 텍스트를 맹신한 나의 고정관념을 뉘우친다. 처절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고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유지할 것이되 그런 가운데서도 다시 보아야 할 부분, 다르게 보아야 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다. 자기 생각이 중요하다. 다만 지지하든 비판하든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