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니시나리 카츠히로 지음, 이진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을 생각하면 고개를 절로 젓게 된다. 학생 시절 내게 수학은 블랙홀 같은 과목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철이 든(?) 어느 날 철학을 공부하다가 얼핏 자연과학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자연과학의 언어가 수학이라는 사실을 더불어 알았다.

 

문화 해설을 하게 된 뒤 수학을 이용해 경복궁, 한옥, 백제의 미, 수원 화성 등을 설명한 책을 읽고 지식 위주가 아닌 일상에서 살아 있는 수학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뒤 같은 류의 책을 많이 접했지만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책은 처음 접했다.

 

여기서 수포란 수학을 포기했다는 뜻이니 수포(數抛)가 된다. 니시나리 가쓰히로의 이 책은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함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인생에 필요한 수학은 중학교 수학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6일만에 중학교 수학을 정복하(게 하)는 금단의 책으로 소개한다.

 

그림이 전편에 고루 그려진 이 책은 일반 경로가 아닌 지름길을 걷게 구성한 책이고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담당 편집자의 대화 형식으로 마련된 책이다. 제목대로 엿새의 시간이 주어졌다. 1일째는 우리는 왜 수학을 공부할까? 2일째는 중학교 수학을 가장 빠르고 가장 짧게 배우자!

 

3일째는 중학교 수학의 정상, 이차 방정식을 한방에 정복하자!! 4일째는 머리에 쏙쏙! 중학교 수학의 함수를 정복하자!! 5일째는 중학교 수학의 도형을 여유롭게 정복하자!! 6일째는 특별 수업 수학의 최고봉, 미분 적분을 체험해보자!로 구성되었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에게 수학과 암산은 전혀 관계 없다는 말을 한다.

 

배우는 사람은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계산의 신속함이 아닌 치밀함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르치는 사람은 논리를 말로 쓴 것이 국어이고 기호로 쓴 것이 수학일 뿐이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수학을 대수(代數), 기하(幾何), 해석(解析)으로 나눈 뒤 대수의 목적지는 이차방정식, 해석의 목적지는 미분, 적분, 기하의 목적지는 벡터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미분, 적분에서 헤맸다는 것은 결국 중학교 이차함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라 설명한다.(대수는 수와 식을 다루고, 해석은 그래프의 세계를 다루고, 기하는 도형을 다룬다.) 인상적인 대목은 음수 곱하기 음수는 플러스에 대한 설명이다. 가르치는 사람에 의하면 그것은 약속(에 따른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임을 증명한다. 전편이 이런 구조로 이루어졌다.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식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이차함수 그래프에서 매끄럽게 연결하려면 선이 왜 굽는지 묻자 배우는 사람은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기하는 재(측정하)고 싶다는 염원에서 출발한, 가장 오래된 개념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리 중 하나인 피타고라스 정리를 직각삼각형 조합을 이용해 증명한다.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은 기본적인 개념을 이용해 엄청난(?) 수학을 증명해 보이는, 마법 같은 책이다.(도형, 수식 등을 옮겨 적을 수 없어 아쉽다.)

 

기본을 착실히 배우지 못한 우리는 지난 시절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마치 기본기는 도외시하고 이기는 기술을 익혀 실전에 뛰어든 선수를 보는 듯 하지 않은가. 하이라이트는 머리카락을 이용해 미분, 적분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설명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도 알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저렇게 구부러진 머리를 머리카락 끝에서 구부러지기 전까지 재고 조금 재고 식으로 재고... 잘게 나누어 계측하는 작업이 미분(微分)이고 그것을 다시 더해 가는 작업이 적분(積分)이다. 미적분은 복잡한 것도 잘게 나누면 계산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수학의 매력이 아닐지?

 

단순해진 것은 계측하기 쉽고 불필요한 것도 눈에 잘 띈다. 저자는 이 책은 위험하다며 착실하게 공부하는 중학생은 절대 보지 말라고 말한다. 가장 빠르고 가장 짧게 중학교 수학을 정복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학생이 3년은커녕 5, 6 시간도 안 걸려서 중학교 수학을 정복해 버리면 교과서를 차근차근 공부할 마음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생 시절 아인슈타인을 동경해서 일반상대성 이론을 공부했지만 너무 어려워 한 번 좌절한 뒤 우연히 서점에서 영국 물리학자 폴 디랙의 일반상대성 이론 강의 관련 책을 읽었다. 서문에는 이 책으로 여러분은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이해할 것이다.”란 글이 쓰여 있었다.

 

폴 디랙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중학교 수학에서 달인이라는 말을 한다. 이 책은 중학교 수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한편 수학으로 어려운 물리 등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갖게 하는 책이다. 특별한 인연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