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수요 읽기 모임(925)에서는 명법 스님의 '은유와 마음'을 읽는다. 지난 달에는 철학을 전공한 일본 승려 고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을 추천받아 읽었는데 이번 달에는 11월 태국으로 단기 출가를 가는 박** 회원이 불교 명상 또는 수행 책을 한 번 더 읽자고 제의해 '은유와 마음'을 골랐다.

 

이 책을 고른 것은 은유를 활용한 심리 치유 성과를 담은 책으로 현대 심리학의 성과가 반영된 참신한 내용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라캉, 푸코, 유식학(唯識學) 등의 내용을 충분히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고 은유(隱喩)를 잘 설명하는 것도 관건이다.

 

책에 소개된 내용들 중 '아무도 죽어 나가지 않은 집의 겨자씨'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죽은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동네방네 약을 구하러 다니던 키사 고타미라는 여인이 있었다.

 

모두들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는 가운데 부처님께서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단 조건이 있었다. 아무도 죽어 나간 적이 없는 집에서 하얀 겨자씨 한 줌을 얻어오면 소원대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희망에 부풀어 그런 조건의 집에서 겨자씨를 얻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성과 없이 이 동네 저 동네를 떠돌던 그녀는 지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다가 ",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구나. 나만 아들을 잃은 줄 알았는데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이 없구나."란 깨달음을 얻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부처님은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약은 없다는 냉정한 사실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아무도 죽어나간 적이 없는 적이 없는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 오라는 불가능한 과제를 부과해 그녀 스스로 슬픔을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했다.

 

아무도 죽어나간 적이 없는 집의 겨자씨는 죽은 아이를 살리는 약의 은유다. 이런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간을 채워갈 것이다.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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