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와 자극을 주는 글을 만나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일이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서호주'란 책에 대한 서평이 그런 글들 중 하나다. 알라딘에 오른 단 하나의 서평으로 전남 해남, 강진 등을 여행하다 보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끼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학습탐사자라 이름할 수 있겠냐는 글이다.

 

서평자가 진정으로 꼽는 탐사여행이란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에서 하는 것 같은 서호주 여행이다. 서호주는 초기 지구 35억 년 전에서 25억 년 전까지의 시생대 지층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유니버설 랭귀지' 261 페이지)

 

어떻든 서평자가 쓴 문제(?)의 글은 문화유산해설을 공부하기 전에 '유니버설 랭귀지' 같은 책을 읽으며 지질학의 분위기를 익힌 내게 생각거리를 던지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서평자는 관광과,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특수 목적의 실답(實踏) 사이의 여행을 학습탐사라 말한다. 하지만 문화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을 무조건 관광 목적의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문화유적지를 공부하기 위해 둘러보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중요한 점은 문화유산에 관한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해설 또는 강의가 자연과학 탐사 여행에 비해 덜 전문적일망정 그 자체로 완결적인 데 비해 지구과학적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해설 또는 강의는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지질학 탐사에서는 지질학을 중심으로 한 자연과학적 내용이 주가 될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서호주 탐사를 이야기하는 '유니버설 랭귀지'가 오규원의 시 구절인 '바위에 별이 스며들어 꽃이 되었다'는 글을 결론격으로 제시한 것을 생각해보라.

 

"이진홍 선생님이 오규원의 시 '바위에 별이 스며들어 꽃이 되었다.'가 생각난다고 했어요. 확 눈이 뜨이는 거죠. 바로 그겁니다. 오늘 전체의 이야기가 뭡니까? 별이 암석이 된 겁니다. 별이 스며들어 암석이 된 그 꽃을 보고 있는 거에요."('유니버설 랭귀지' 27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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