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독서 모임에서 전혜린(田惠麟) 선생 이야기가 나왔다. 여고 시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같은 책을 통해 자살에 대해 읽었던 문지온(‘남은 자들의 길, 800km’의 저자) 선생에게 자살은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영혼들이 편협하고 경직된 현실에 부딪혔을 때 맞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이었고, 그래서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런 저자의 환상을 산산조각 낸 것이 있었으니 바로 고교 시절 겪은 아버지의 자살이었다. 저자는 결국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 걷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어제 한 일간지를 통해 독일에 소설가 이미륵(1899 1950: 한국명 이의경: 李儀景’)의 추모 기념동판이 세워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미륵 선생은 전혜린 선생이 번역한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분이다. 한국 정신문화와 생활상을 서구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인 이미륵의 독일행은 3.1 독립운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경성의전 3학년 때 일어난 3·1운동에 가담한 이후 일본 경찰의 수배를 피해 상하이 임시정부로 간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이미륵은 안중근 의사의 사촌인 안봉근 선생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독일 망명 길에 올랐다.

 

이미륵 선생은 독일에서도 김법린(金法麟), 이극로(李克魯) 등과 함께 항일 활동을 펼쳤고 반나치 지식인인 쿠르트 후버 교수와 교류했다. 한용운 전기를 보면 한용운 스님이 1937년 만주의 호랑이 김동삼 선생의 장례를 치를 때 찾아온 사람들 중 한 분이 이극로 선생이다.

 

이리저리 얽힌 인연과 사건의 실타래를 바로 보아야 하리라.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던 것이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것 같이 선명해질 때까지 거듭 읽고 생각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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