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정인경 교수의 보스포루스 과학사를 읽었다. 이 책은 보스포루스 인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보스포루스는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 사이를 흐르는 터키의 해협이다. 기획자는 이 해협을 통해 고대로부터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풍요롭게 한 것처럼 보스포루스 인문학은 인문학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인간과 문화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나든다는 말을 했다. 출간 예정이라던 보스포루스 미술사, 영화사, 여성사, 철학사 등 여덟 권의 후속작 모두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늘 오랜만에 보스포루스 과학사를 펴본 것은 터키 에페소의 셀수스 도서관에 대해 글을 쓰는 데 참고가 될 것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지난 토요일(427)엔 김진호 교수의 민중신학자 안병무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함석헌 기념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바울에게로도 이어졌다. 오래 전부터 강연자인 김진호 교수의 리부팅 바울을 읽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강연장에 간 까닭에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강연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바울을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내가 민중신학에 의지하던 때 대하던 바울과, 지금 바라보는 바울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감벤, 랑시에르, 지젝 등 좌파 철학자들이 바울을 호명한 것도 바울 다시 읽기(보기)의 한 요인이 되었다.

 

지금 나는 굳이 터키 에페소의 셀수스 도서관이 아니어도 바울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바울이 밟은 세 차례의 전도 여행길을 되짚거나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인문학적 여행이 된다. 바울의 전도 여행에 대한 책들이 몇 권 눈에 띈다. 정독하고 나면 기독교에 대한 내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는 이비론 수도원, 필로세우 수도원, 카라칼르 수도원, 라브라 수도원 등 많은 수도원이 나와 눈길을 끈다. 낭만의 시선으로 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수도원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책을 읽기 위해 수도원에 입회(入會)한 에라스무스가 이해된다.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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