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대화재를 하나님의 경고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심하지 않고 말하자면 세상을 형편 없는 자기 수준 정도로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망발이다.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하나님은 사태를 두고 보다가 후에(일이 잘못되면) 개입하는 슬로우 스타터이다.

 

또한 잘못한 특정인을 벌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고난당하게 하는 존재다. 넛지(Nudge)라는 말을 좋아한다.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넛지는 팔꿈치를 툭 치는 것과 같은 작고 가벼운 행위로 타인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왜 신은 침묵하는가, 란 말이 나돌 때 넛지를 생각했었다. 후에 크게 사건을 일으키기보다 사전에 부드럽게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란 생각에서다. 신의 부드러운 개입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모른 척 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는 세금을 내세요라는 메시지보다 주민의 90% 이상이 세금을 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듣기 좋은 말이다. 나는 지난 번 서울을 다룬 한 책에 나오는 새로운 논리가 설득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무슨 무슨 책에 나오는 모모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묻는 형태의 톡을 보냈었다.

 

자평이어서 그렇지만 내가 보낸 글도 넛지에 해당하리라고 생각한다. 의미를 머리에 꽂으면 골때리고 심장에 꽂으면 의미심장해진다는 글을 접했다. 세금을 내세요라는 말은 의미를 머리에 꽂으려는(직선적) 말이기에 골때리고 주민의 90% 이상이 세금을 냈다는 말은 우회적인 표현이어서 의미심장하다.

 

어려운 개념이나 사상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도 넛지다.(난해한 글, 요령부득의 글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글도 그렇게 쓰고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게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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