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도시 코르도바에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뜻하는 메츠키타(Mezquita)라 불리는 역사적 건축이 있다. “10세기 무렵 코르도바는 인구가 45만 명에 달하는 서유럽 최대 도시로 성장했으며 호학가로 유명했던 알하캄 2세의 통치 시기에는 이곳 도서관에 약 40만 권의 장서가 보관돼 서유럽 문화 중심지가 되었다.“(한국일보 수록 김정명의 이슬람 문명기행중에서)

 

승효상 건축가는 8세기에 이슬람 사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이 점령군 기독교도들에 의해 교회 건축 양식으로 바뀐 것을 언급하며 이는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을 점령한 이슬람교도들이 성당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한 것과 대조된다는 말을 한다.(‘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87 페이지)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약 800년 동안 스페인은 이슬람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다. 코르도바가 속한 안달루시아는 무슬림과 그리스도교도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문명의 경계선이었다. 이슬람 문명이 스페인으로 전파된 통로는 지브롤터 해협이다.

 

아라비아인과 무어인들이 8세기 초 서고트를 멸망시키고 북부를 제외한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이래 이슬람의 스페인 지배는 10세기에 이르러 최전성기를 맞았다.

 

그 이슬람의 최전성기 이후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이 점령하고 있던 스페인을 탈환한 뒤 서구에서 오랜 세월 잊혀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자연학’, ‘영혼에 관하여등의 저술들이 이미 아라비아인들에 의해 번역되고 재해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리차드 루빈스타인 지음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들참고)

 

루빈스타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서구에서 오랜 세월 잊혀졌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플라톤 사상을 수용해 이교도의 반기독교적 교리에 대항하는 논리로 활용한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 말한다.(87, 89 페이지)

 

한때 마니교도였다가 기독교(카톨릭)로 회심한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세계관과 기독교 세계관이 지닌 커다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악()을 선()의 부재로 본 플라톤의 정의를 받아들여 악을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존재의 결핍 즉 인간이 자유의지를 그릇되게 사용함으로써 초래된 윤리적 블랙홀이라 규정함으로써 그 이론을 마니교에 반대하는 데 이용했다.(87 페이지)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에서는 자연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은 원인을 갖기에 신이 선은 물론 악에 대해서까지 제 1 원인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슬람 세계가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 등지에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누스의 의학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서, 유클리드의 수학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서 등을 번역한 시기는 8세기 이후이다.

 

이 대번역의 시기에 번역된 책들과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공통으로 관계된 사상가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장미의 이름의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최근 서강대에서 김은주 교수의 운동과 정지, 빠름과 느림으로 이해된 개체’, 박제철 교수의 미적분학의 창시자가 상상한 물리 세계등의 강의를 들었다. 두 철학자(스피노자, 라이프니츠)는 어려운 철학 만큼 어려운 자연학을 펼쳤다.(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자연학 위에 자신의 사상을 더했다.)

 

김성환 교수의 ‘17세기 자연 철학(부제: 운동학 기계론에서 동력학 기계론으로)’을 읽을 필요를 느낀다. 형이상학(metaphysics)이란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철학 이전에 자연과학에 정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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