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이다. 김광현 교수의 건축 책을 시리즈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나는 최근 안양 파빌리온도서관에 다녀와 글을 쓰다가 설계자인 알바루 시자를 통해 교양 수준이지만 건축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내가 쓰는 글의 분량은 일본의 대표적 다독가이자 저술가인 사이토 다카시가 잘 쓸 수 있는 안정 궤도에 오르는 것이 가능한 분량으로 제시한 원고지 10매 정도다.
파빌리온 도서관 인근에 김중업 건축박물관이 있는 것을 보며 인연을 생각 했다. 흥미로운 점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홀(처음 알바루 시자홀이라 불렸다가 후에 안양파빌리온으로 불리게 되었다.)이 시적(詩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건축물에 운율과 리듬이 살아 있다는 의미일 거라 생각된다. 검색을 해보니 정인하란 분이 쓴 김중업 건축론이 시적 울림의 세계라는 제목을 하고 있다.
김중업 건축가는 1971년 도적촌 사건을 다룬 글이 문제가 되어 프랑스로 강제 출국당한 뒤 파리 북동쪽의 시골 마을 페르 앙 따르드노아에서 책에 파묻혀 지냈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건과 성남시(당시 경기도 광주)의 개발 정책을 비판해 반체제 인사로 지목된 김중업 건축가는 세무 조사를 받고 엄청난 세금을 추징당해 10년 이상 다져온 기반을 잃었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불굴의 의지이다.
언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건축가의 꿈이 작품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끊임 없이 설계하며 시련을 견뎠다.(안양의 김중업 건축박물관은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유유산업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김중업 건축가와 르 코르뷔지에의 인연은 후에 써야겠다. 알바루 시자와 르 코르뷔지에의 인연도 찾아야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