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 나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는 방어기제 수업
조지프 버고 지음, 이영아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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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 부정(否定), 전치(轉置), 반동형성, 분리, 투사(投射) 등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주요 방어기제들이다. 방어기제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 등을 의식에서 몰아낼 때 사용하는 방식들을 의미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는 여러 방어기제들의 작용 원리를 설명함은 물론 우리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풀어쓴 책이다.

 

심리치료사이자 정신분석자로 30년 이상 활동해오고 있는 저자가 말했듯 모든 방어기제를 없앨 필요도 없고 무의식 속의 모든 것과 꼭 대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어기제가 너무 단단하게 고착되어 인간관계를 심하게 방해할 경우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마주하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상황이나 심리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심리적 방어기제는 생의 고통을 견디는 데 유용하지만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고통이 될 때가 있다.

 

이때 심리학 책을 읽거나 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유능한 상담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이지만 40여년 전 우울증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다.(274 페이지) 물론 저자는 여전히 매일 똑같은 감정과 씨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260 페이지) 또한 특정 경험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꽤 강했고 지금도 그럴 때가 있다고 말한다.(135 페이지)

 

저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스스로 개발한 여러 기법을 규칙적으로 연습하기에 힘든 도전을 감당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는 심리치료사로서 새로운 내담자를 만날 때마다 제일 처음 마주치는 어려움 중 하나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일이라 말한다.(48 페이지)

 

저자는 감정은 일시적인 경험이어서 순식간에 사라지며 늘 하나의 감정만 느끼는 사람은 없기에 행복의 성취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49 페이지) 같은 차원에서 저자는 어떤 감정에 휩쓸리면 그것이 영원할 거라 느끼지만 그것 역시 지나간다고 말한다.(255 페이지)

 

감정은 세분되거나 차별화된다. 가령 시기와 질투는 정상적인 감정이지만 거기에 수치심이 가세하면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저자는 기본적인 욕구에 지나치게 자립적인 것도 의존적인 것도 문제임을 암시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상대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자립적인 것도 문제이다.

 

방어기제는 다양하게 범주화된다. 문제는 누구든 한 범주에 말끔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진단범주에 자신을 끼워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성장 배경과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방어기제는 본질적으로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68 페이지)

 

억압은 방어기제의 대표로 성적인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억압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붓게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방어기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할 법하다. 나르시시즘, 경멸, 남 탓하기도 심리적 방어기제들이다.

 

화풀이는 전치(轉置)라 불린다. 자신을 괴롭힌 사람에게 말 못하고 애꿎은 약자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저자는 양가감정이란 말을 색다르게 설명한다. 한 대상에게 미움과 사랑처럼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 즉 우리의 욕구가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는 뜻이라 설명하는 것이다.(108 페이지)

 

저자를 찾은 내담자들 중에는 늘 상대를 이상화해서 그에게 있지도 않은 장점을 부여하고 그의 본색을 모른 체하다가 현실을 깨닫고 환멸에 빠져 관계를 끊고 우울증에 빠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 사람은 실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미래의 일을 이상화하게 된다. 어려움은 외부 문제이기도 하고 내면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135 페이지)

 

합리화(合理化) 즉 변명이 특정 사실에 대해 작동한다면 주지화(主知化)는 모든 불쾌한 감정에 대해 작동한다. 책에 소개된 모든 강정들 중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것이 수치심이다. 저자는 우리가 방어기제를 인식한다 해도 그것이 그냥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이치는 금방 깨우칠 수 있어도 습관은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의미의 '이수돈오 사비돈제: 理雖頓悟 事非頓除'란 말이 생각난다.)

 

습관이 뇌 속 신경연결망과 경로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방어기제는 유용하지만 고착화되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에 해결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평소 가동 중인 방어기제를 관찰하고 가능하면 그것을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부단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230 페이지)

 

저자가 권하는 또 하나의 기술은 불교의 마음챙김, 호흡 집중, 명상 등이다. 알아차림으로써 문제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 더 현명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힘겨운 감정에 더 건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중요한 말을 한다.

 

변화를 위해 용기를 내야겠지만 자신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지 말고 한계 또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239 페이지) 저자는 의식하고 나면 방어기제가 예전만큼 강하게 우리를 휘두르지 못한다고 말한다.(263 페이지) 예컨대 아끼는 사람에게 화가 나면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분노를 있는 그대로 다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26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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