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래 - 소멸과 진화의 갈림길에서 책의 운명을 말하다
로버트 단턴 지음, 성동규.고은주.김승완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독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가장 오래된 기계인 책이다...도서관은 가장 구식 기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도서관은 미래에도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도서관들은 언제나 학습의 중심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는 로버트 단턴의 책의 미래의 주요 전언(傳言)이다.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다. 단턴은 현재의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다면 과거를 연구하면서 파악해야 하기에 책의 구성을 과거, 현재, 미래의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고 말한다. 실제 순서는 미래, 현재, 과거이다.

 

책은 20051000만 권이 넘는 도서들을 디지털화한 구글이 미국 저자협회와 미국 출판인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건을 전한다. 단턴은 구글이 종이책의 디지털화 작업으로 초거대 (전자) 도서관이 될 것을 예상하며 이로 인해 있게 될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제시한다. 하나는 유토피아적 열광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 접근권을 통제하는 권력의 집중에 대한 우려다.

 

정보 교환 방식의 4단계가 있다. 문자 발명, 두루마기를 대체한 코덱스, 인쇄술 발명, 전자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전하며 단턴은 매 시대가 나름으로는 정보의 시대였고 정보는 언제나 불안정했다고 주장한다.

 

2007년 하버드대 도서관장이 된 단턴은 하버드대 신입생 시절이던 1957년의 추억을 떠올린다. 희귀 도서와 원고가 있는 하버드대의 호턴(Houghton) 도서관에서 허먼 멜빌이 가지고 있던 에머슨의 '에세이'를 사서에게 찾아 달라고 해 받은 단턴은 멜빌이 고통이란 일순간 왔다가 사라지는 것 즉 선원들이 흔히 말하듯 폭풍우처럼 사그라지는 것이라는 에머슨의 글에 경탄을 금치 못해 신랄한 메모를 해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단턴은 그 메모를 읽으면서 에머슨의 철학이 지나칠 정도로 낙천적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단턴은 책을 사랑하고 더욱 구식 책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일수록 좋아하는 사람이다. 단턴은 정보는 지식이 아니라 말한다.

 

과거를 알기 위해 우리는 유적을 파헤쳐야 하고 유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유적을 파는 작업은 역사가에게 맡겨놓고 학자들이 써놓은 책들을 이해하는 데서 만족한다고 말한다. 단턴은 책이 싼 값에 매각, 폐기되고 어처구니 없는 책 보존 실험에 사용되어 끔찍한 손상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단턴에 의하면 책의 도살자들이 어찌 된 노릇인지 도서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단턴은 1850년 이후 발전되어 온 제조공정에 따라 펄프목재로 만든 종이는 싸구려 소설책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장 저렴한 것조차도 내구성이 좋다고 말한다.

 

단턴은 도서관측이 공간 확보를 위해 마이크로필름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오래된 책들이 타들어가고 분해되고 썩어가고 부스러진다는 등의 과장된 거짓 표현을 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단턴은 책의 역사는 인쇄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사회문화사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단턴은 세익스피어의 오리지널 텍스트는 무엇이었는가? 프랑스 혁명의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같은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이 넘어온 영역이 대여섯 개의 학문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이되 누구의 영역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지점에서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함께 서로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책의 역사에 관한 연구는 르네상스 시대까지 간다. 단턴은 독서의 심리학, 현상학, 텍스트학, 서지학 등에 대한 저술 작업이 상당수 이루어졌음에도 독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단턴은 과거 위대한 인물들의 도서 다시 읽기를 떠올려보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평범한 독자들의 내적 체험에 대해서는 도통 감을 잡기 어려울 것이지만 우리는 적어도 독서가 이루어졌던 사회적 맥락의 상당 부분은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미래는 이렇듯 잔잔하고 차분하게 책의 미래에 대해 말하는 단턴의 인문학적 정서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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