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번 버스를 타야겠다. 지난 8월 말 양재 시민의 숲역 인근에서 인사동까지 탔던 140번 버스와 비슷한 듯 다른 코스를 가는 406번 버스를 타면 4대문 안, 명동, 용산, 강남을 모두 지날 수 있다.
‘서울 선언‘은 이 코스의 주요 지점들인 4대문 안을 조선의 도심으로, 명동을 식민지 시대의 신도시로, 용산을 일본군과 미군이 주둔했던 서울 속의 외국으로, 강남을 현대 한국의 신도시로 설명했다.
‘서울 선언‘을 읽음으로써 확인하게 된 사실이 있다. 내가 궁, 능, 묘(廟) 만큼 골목과 전통 시장 등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박물관보다 규모면에서 대체로 작은 미술관을 좋아한다는 점도 그렇다.
한옥을 기와집으로 등식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그렇다. 고택 대신 민가를, 사찰 대신 사하촌을 좋아했었다는 인병선(짚풀 생활사 박물관 초대 관장) 님의 강의를 듣고 싶다.
9월 13일 마포평생학습관에서 ‘경성에서 보낸 하루‘의 저자 김향금 저자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경성역에서 출발, 북촌과 종로, 청계천변과 서대문 형무소, 선은전 광장과 남산을 거쳐 본정(本町) 거리를 지나 다시 경성역으로 돌아오는 만 하루의 여정을 강의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저자는 경성이 공간적, 시간적으로 과거의 한양과 현재의 서울 사이에 놓인 다리라는 말을 한다.
내게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특히 식민지 시대 다른 말로 경성에 대해 더 알아야 필요가 다분하다.
‘경성에서 보낸 하루‘는 박태원 작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다시 한 번 더 읽고 들으면 좋을 강의이다.
지난 5월 초 청계천 박물관에서 들은 ‘천변 풍경‘의 강연자 노지승 교수의 근대 시리즈(‘유혹자와 희생양‘, ‘영화관의 타자들‘)도 필요하다.
‘유혹자와 희생양‘은 한국 근대 소설의 여성 표상을 부제로 하고 ‘영화관의 타자들‘은 조선 영화의 출발에서 한국 영화 황금기까지 영화 보기의 역사를 부제로 한다.
그러니 저자가 경성과 서울을 주제로 한 책을 쓴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