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음악을 profound & prolific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깊고(음악성) 다산(多産)적(곡수)이라는 의미. 이는 바흐(Bach)란 단어는 시냇물을 뜻하지만 그의 음악성은 바다 같다는 베토벤의 말을, 바흐란 단어는 동유럽 방언으로 순회음악가를 뜻한다는 말로 물리친(?) 폴 뒤 부셰의 말과 함께 의미 있게 보아야 할 규정이다.
바흐를 규정할 말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다리는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슈베르트나 휴고 볼프, 브람스 등은 영감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지만 바흐는 기다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표현했다(강일구 지음 ‘바흐, 신학을 작곡하다’ 29 페이지)
이것이 바흐가 1080 곡이 넘는 많은 곡을 지은 작곡가가 된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무신론자 니체가 바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금주에 바흐의 거룩한 마태수난곡을 세 번째로 들었다. 매번 말할 수 없이 감탄하는 마음으로 그 음악을 듣곤 한다.’
바흐의 곡을 기악곡 위주로 듣다가 성악곡들과 함께 듣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결과 정서(情緖)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아름다운, 즐거운 등..물론 고통스러운 단어들을 만나게 되는 곡들도 듣는다. 눈물, 탄식, 근심, 두려움 등의 단어가 들어 있는 칸타타 12번이 대표적이다.
바흐 음악 듣기 좋은 가을이 왔다. 성악곡들에 기악곡들 특히 내가 6일무(佾舞)로 표현하곤 하는 첼로 모음곡 가운데 2번(여성적)과 5번(남성적)을 더하면 더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