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가 아니라면 인생은 미지수란 말을 책에 대해서도 쓰고 싶다.

다시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러 긴 탐색의 시간과 단 두 권만을 구입하고 만 소심(小心)의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내 문제는 1)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들에 정신이 팔려 신중하게 결정한 구입 필수 목록들을 몰라라 한다는 점이고,

2) 있는지 모르지만 기본에서 벗어난 구입을 한다는 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들을 구입하는 것이 미지수라는 의미이다.

그럼 기본에서 벗어난 구입이란 무엇일까? 오늘 내가 ‘이산 정조대왕‘과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를 두고 장고(長考)한 끝에 산 책은 역사서인 전자가 아닌 철학서 성격이 강한 후자였다.

역사서를 읽은 후에 철학서를 읽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지는 않지만 내가 문제가 있기라도 하듯 기본이란 말을 하는 것은 나의 경우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역사서에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지식의 많은 부분을 철학서나 문학서에서 얻었다. 역사에 대해 메타 서술한 책들에서 얻었다는 말도 가능하다.

주역 책에서 얻었다는 말도 가능하다.

나는 이렇게 내가 정통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안다. 오래 전 읽은 이정우 교수의 ‘인간의 얼굴‘은 내게 깊이 있는 역사 지식을 준 철학서이고 지금 읽고 있는 ‘이순신의 승리 비결 주역으로 풀다‘는 내게 역사 지식을 주고 있는 주역 책이다.

그렇다고 내가 순수(?) 역사책을 읽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언젠가 나도 역사책으로부터 역사책을 읽는 순리를 충분히 수행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장석원 교수의 김수영 시인 강의(2018년 8월 25일 김수영 문학관)에서 나온 말(철학자들이 국문학자인 자신들이 헤아리지 못한 김수영 시인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고 있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는...)이 오래 내 기억을 지배할 것 같다.

나도 그 경우처럼 역사 전공자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을 파악하는 역사 비전공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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