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마천의 마음으로 읽는 사기‘란 신간에서 역사의 숲에 난 문학의 길 즉 사림문로(史林文路)란 말을 만났다.

저자는 자신을 역사의 숲에 난 문학의 길을 걷는 산책자라 소개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보니 이 단어는 이미 2006년 발간된 ‘거문고 줄 꽂아 놓고‘에도 소개되어 있다.

이 단어를 그간 나만 몰랐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우정들을 소개한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김상헌과 최명길의 우정이다.

주화파였던 최명길이 척화파였던 김상헌에게 끓는 물(척화)과 얼음(주화)은 결국 하나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책을 읽어 그 불편함의 진실을 더 알아보아야겠다.

사림문로도 그렇고 오늘 (페북에서) 접한 literary historian란 말도 그렇고 쉬운 것은 없는 듯 하다.
연암이 ‘열하일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 공자가 240년 간의 역사를 간추려서 ‘춘추‘라 하였으나 이 240년 동안 일어난 군사, 외교 등의 사적은 꽃이 피고 잎이 지는 것과 같은 잠깐 사이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미숙, 길진숙, 김풍기 등 엮고 옮긴 2008년 출간 그린비 버전 상권 226 페이지)

연암은 이 말을 하며 달리는 말 위에서 휙휙 스쳐가는 것들을 기록하노라니 하나의 옛날이나 오늘은 크게 눈 한 번 깜박하고 크게 숨 한 번 쉬는 사이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니 나는 그 잠깐 사이의 일을 기록한 책에서마저 길을 잃곤 한다. 간추림의 미덕을 발휘하는 역사가들처럼 나는 훑어봄의 미덕을 발휘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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