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서재를 볼 기회를 얻게 되면 꼭 눈여겨 보려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 책입니다.

한 두권 갖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전시(?)하기가 꺼려지는 장르가 글쓰기 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펴보는 책이 글쓰기 책일 것이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서재를 뒤져 보니 열 권이 넘는 책이 꽂혀 있고 그 가운데 서너 권은 정독을 했고 서평도 썼습니다.

자신이 던지는 주무기가 난타당하고 나면 다른 종류의 볼을 연마해 장착했다는 한 프로야구 투수처럼 저도 글이 잘 안 써질 때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때 한 권 한 권 관련 책들을 사두었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읽은 글쓰기 책은 최옥정 작가의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이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임정섭 강사의 ‘글쓰기 훈련소‘란 책입니다.

두 권 모두 추천할 책입니다. 최옥정 작가의 책은 글쓰기의 의지와 마음 가짐, 글쓰기와 관련해 갖추어야 할 루틴(일상에서 반복되는 습관) 등을 2라운드 인생(50 플러스)에 맞춰 집약시킨 책입니다.

임정섭 작가의 책은 ‘일곱 유형의 실패한 글에서 배운다‘란 첫 챕터부터 눈길을 끄는 명쾌한 책입니다.

특히 ‘어른이의 에세이‘란 글에서 언급된 어린이의 글쓰기 유형이 눈여겨 볼 만합니다.(어른이란 아이 같은 어른 즉 아이처럼 글을 쓰는 어른을 말합니다.)

저자는 ‘나‘라는 주어의 남용, ‘그리고‘나 ‘그래서‘ 등의 접속어의 남용, 적절한 곳에서 끊지 않고 길게 이어가기, 생각한다란 표현의 남용 등을 유치한 글쓰기의 대표 사례들로 꼽습니다.

글이란 생각의 체계적인 표현이니 글을 쓰며 생각한다란 표현을 하는 것은 동어반복이라는 의미입니다.

자신은 잘 쓴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글쓰기 책을 읽으며 얻는 성과이자 진실일 터입니다.

김애리 작가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란 책 제목을 글쓰기 책이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고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사실은 박찬영 작가의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란 책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점입니다.

조정래, 박경리, 이외수, 공지영, 유홍준, 유시민, 이문열, 강원국, 혜민 스님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파워라이터들도 기초적인 오류를 자주 범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소리내어 읽으면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 ‘그리고‘나 ‘그래서‘ 같은 접속사의 남용, 중언부언, 불필요하게 길게 쓰기 등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정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아르헨티나의 거장 작가 보르헤스가 한 단언입니다.

글쓰기 책이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는 제 말을 뒷받침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최옥정 작가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지침서만 보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글쓰기다.˝(‘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151 페이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고치는 것 말고 다른 글쓰기의 비결은 없습니다. 단 바르고 체계적인 방식에 바탕을 두고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