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함께 강의를 들은 분 가운데 30대 초반쯤의 한 여자분이 있었다.

왜 책을 쓰려 하느냐는 강사의 질문에 그 분은 도서관 사서로서 유명세에 비해 또는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내용이 부실해 실망스러운 책이 너무 많아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결국 직접 좋은 책을 써서 이용자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어서라는 것이 그 분의 답이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책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출간 과정에 대한 노하우도 전할 수 있으리라는 답이었다.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다는 그 분은 차별성이 별로 없는데 제목 때문에 또는 광고의 힘으로 많이 읽히는 책의 출간 자체를 부도덕한 일로 치부했다.
베스트셀러를 일부러 피하다시피 하는 나에게 그 분의 베스트셀러관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의존하는 책은 베스트셀러이다. 이는 지금껏 줄곧 그래온 현상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없거나 옥석을 가릴 안목이 없거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안목을 키우면 좋은 책들을 고르는 유연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은 물론 자신의 문제의식을 발견해낼 수 있으리라.

그 과정에서 베스트셀러가 도움이 된다면 읽을 수 있다. 꺼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오래 함께 할 인연이 아니다.

전국의 도서관을 두루 찾아다니며 무료로 저자 특강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백만 부 이상의 대박을 기록한 이 **라는 작가가 있다.

적극적인 노력이 빛을 발한 경우이다. 책을 쓰기만 하고 홍보나 저자 특강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이를 낳기만 하고 기르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사례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이 경우는 내용이 참 좋은데 여러 이유로 선택되지 않는 아까운 책들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말하자면 책임은 적극적이지 않은 저자들에 있다. 책임 소재라는 말을 논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책임을 논하기 전에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유명 출판사 편집장들이 꽤 정성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선택되지 않은 자신의 자식(책)을 하나씩 소개한 신문의 시리즈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유명 출판사들의 책들도 그러니 그렇지 않은 출판사의 책들은 그러한 정도가 더 하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살아남는 책들을 보면 어떻든 내실과 내공을 담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어제 내가 출판 과정 강의를 들으며 한 생각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