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내겐 꽃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김지하 시인의 ‘무화과‘의 한 부분이다.

김지하 시인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시들과 달리 이 시는 희망적이다. 전체 시어들 중 꽃시절이란 말이 나를 멈춰 세운다.

최옥정 님의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읽다가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발전을 맛본 사람일수록 심하게 겪는 것이 슬럼프라 정의한다. 그러면서 슬럼프를 겪는다는 건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148 페이지)

이 말들 중 핵심인 슬럼프란 말을 ‘무화과‘에 대입하면 ˝..이봐 내겐 슬럼프가 없었어..˝가 되는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슬럼프를 겪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꽃시절이란 말은 시적인 말이고 슬럼프란 말은 일상어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해찰이란 답을 기대하고 물음을 건넨 시인에게 디폴트 모드라는 답을 했을 때 만큼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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