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에서 혜화까지 전철로 이동한 오늘 정오. 10분 정도 책 읽고 줄곧 졸았다. 왜 그랬을까?

올 여름 덥다고 찬 음식만 먹어 체력이 떨어진 탓일까? 아닌 게 아니라 에어컨 없이 밤을 잘 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는 잤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그렇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이런 뜬금 없는 생각의 끝에 나는 점심으로 떡국 설렁탕을 먹었다. 어긋난 균형이 한 번의 행동으로 복구될 리는 없지만 시발점에 선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란 말을 한 김수영 시인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어떤 책을 읽고 왕궁의 음탕이란 말을 하게 된 것일까?

내가 읽고 있는 책의 부분은 정묘호란때 청에 맞서 싸우자고 한 김상헌과 싸우지 말자고 한 최명길이 결국 명나라를 치는데 군사를 협조하라고 한 청나라의 요구에는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이다.

최명길은 김상헌에게 끓는 물이나 얼음이나 한 가지라는 말을 했다. 척화파나 주화파나 결국 나라를 생각하는 점에서는 하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 둘이 정말 같을까? 김상헌이 청나라와 싸우자고 한 것은 성리학적 명분론에 따른 것이다. 그들이 정말 나라를 생각했다면 평소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펼쳤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찬 음식도 필요하고 따뜻한 음식도 필요하지만 체질에 따라 맞는 음식이 다르듯 청과 싸우는 것과 싸우지 않는 것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사적 이야기를 나의 현실 이야기와 연결지어은 오늘 나의 시도는 어설픈 생각 잔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시를 이렇게 읽을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하리라는 생각을 결론삼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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