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공부법 - 미치도록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자현 스님 지음, 소복이 그림 / 불광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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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공부법우리나라 인문학자 중 1년에 가장 많은 학술진흥재단 등재논문을 쓰는“(245 페이지) 자현 스님의 책이다. 또한 수십 년의 대학생활을 한 저자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책이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이 책보다 후에 나온 스님의 논문법을 읽고 깨달은 바가 꽤 있어서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 생활에서 학점을 잘 받는 법, 논문 쓰는 법 등을 묶어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들려 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책으로 나올 수 있을지 자신도 의문이란 말을 했다. 물론 그럼에도 책은 잘 나왔다.

 

개인적 부분이지만 불화의 비밀‘, ’사찰의 비밀‘, ’불교미술사상사론‘, ’사찰의 상징 세계등의 책보다 논문법, 공부법 책을 먼저 읽게 된 것은 나 스스로도 의외로 여겨진다. 저자는 4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분으로 공부는 평생의 과제이고 공부는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란 지론을 편다.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의 교양서, 철학서들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저자의 글쓰기 내공은 오랜 세월 실력을 갈고 닦은 데서 나온다. 시중의 여러 공부법 책들과 달리 저자는 독특한 지침을 많이 제시한다.

 

자존감이 없으면 공부도 없다, 책에 있는 말을 다 믿을라치면 책이 없는 게 낫다, 성인(聖人)을 무시하라, 세상의 평가에 휩쓸리지 마라, 실패는 없고 단지 유희만 있을 뿐이다, 어떤 책이든 끝까지 읽어라, 책의 내용은 70%를 알 때 가장 재미있다, 공부는 편식이 더 긍정적이다,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마라 등이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 시대는 평균학력이 대학원인 시대이다. 그리고 암기력이 아닌 창의력이 관건인 시대이다. 그렇기에 화두는 어떻게 창의력을 끌어낼 것인가로 수렴되고 이는 곧 내면의 조절과 직결되는 문제다.(41 페이지)

 

내면의 조절은 명상을 통해 가능하다. 명상은 정신집중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방법이다.(29 페이지) 물론 명상으로 모은 강한 에너지도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하다. 그렇기에 공부와 관련해 두 가지 목적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는 전체를 보는 장기 안목이고 다른 하나는 이 달 안에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내겠다는 단기적인 안목이다.(32 페이지)

 

명상을 통해 좋아지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통찰력이나 직관지이다.(19 페이지) 이는 정보의 총량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머릿속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해 쓰려고 할 때 떠올리느냐가 중요하다는 말(49 페이지)과 함께 새길 말이다.

 

공부에도 적용되는 바이지만 저자는 논문 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관련 자료들을 잘 집취(集聚)하고 분류하는 것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의력을 통해 자료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강조한다.(245 페이지)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유효한 지식을 짜깁기하는 것은 가장 타당하고 효율적인 학습법이지만 다만 그것은 더 높은 방식으로의 비약을 위한 학습 방식이어야 하지 그 안에 갇혀서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잃어버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195 페이지)

 

이런 점을 이해하고서라야 때로는 성인(聖人)이라도 무시할 수 있는 배포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151 페이지)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논문은 기존 견해와 다른 관점의 도출로 기존 이론과 논리구조를 참을 수 없었던 누군가에 의한 부정(否定)의 결과물이기에 공부의 속성은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는 말(116 페이지)이 이해된다.

 

덧붙이면 중요한 점은 부정을 통해 반드시 긍정을 완성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들은 발전하고 싶다면 주변의 익숙한 것에 칼날을 겨누고 의심해야 하고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36 페이지)과도 상통한다.

 

저자는 그럼 논문을 어떻게 보는가. 저자에 의하면 논문은 합리성을 가진 거짓이다. 최대한의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일 뿐 진실성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215 페이지) 저자는 팔만대장경을 다 읽고서야 경전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며 중요한 것은 무엇이 유용한 지식인지 판단해 학문의 최단거리를 찾는 것이라 덧붙인다.(187 페이지)

 

그런 저자에 의하면 이런 부분에서 윤리에 걸리면 안 된다. 전체를 통달하지 못한 채 가르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지만 최단거리를 찾아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이 가능한 듯 하다. 저자의 글은 매끄럽기보다 내용이 좋다. 그런 저자는 문장과 글의 구성 능력에 대해 무엇이라 말하는가.

 

답은 많이 써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이다.(219 페이지) 이는 논문 쓰는 것이 피를 말리는 작업이지만 계속 그렇게 하면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으로 새로운 피가 솟아나오고 순환하는 기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말(45 페이지)과도 통한다.

 

글쓰기에서 구상(構想)을 확립하고 하나의 주제와 관련해서 일관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216 페이지) ”많이 써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과 통하는 바이지만 하나의 주제를 탄탄한 논리구조로 밀고 나가는 것은 여간한 내공이 아니면 쉽지 않기에 반복 훈련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216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는 점이다.(216 페이지) 글이 생각을 표현해주지만 글을 씀으로써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다. 공부는 현재의식보다 무의식이 하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 그렇기에 창의력을 증진시키려면 충분한 잠이 필요하다.(46 페이지)

 

인상적인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과 충돌해서는 안 되고 내면에 자리한 또 다른 반대의 나를 상정해 차근차근 타당성을 설명하라는 말이다.(61 페이지) 이는 내가 할 수 있다는 무의식에 대한 강력한 신뢰가 무의식을 움직여 문제를 해결하게 만든다는 말을 연상하게 한다.(49 페이지)

 

연인끼리만 밀당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도 때로는 밀당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마음에 들더라도 너무 일방적으로 매달리면 매력이 떨어지게 마련인 것처럼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때로 과감히 무시할 수 있는 멋스러움도 부려봄이 마땅하다. 이런 것이 공부의 재미이며 낭만이다.(163 페이지)

 

나와 관련되어 가장 인상적인 지침은 같은 분야의 책을 10종 읽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복되어 나오는 개념들을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되고 관점들의 충돌 부분에서는 A의 타당성을 B의 문제점으로 확립하고, B의 타당성을 A의 문제점으로 변증한 뒤 양자의 견해를 종합 지양하는 새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225 페이지)

 

개론서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초학자인 동시에 대가의 기풍이다.(239 페이지) 개론서를 지속적으로 읽는 것은 잊혀지는 부분을 환기시키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부가 어려운 것은 전체적인 판단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분에 대한 이해에 과도하게 집중하기 때문이다.(235 페이지) 이제 조금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지침에 나름의 비판적 안목을 세우기도 하며 수시로 손에 들어야 할 책이 스님의 공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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