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산방(壽硯山房)에서 본 박태원 선생의 인상적인 얼굴 모습을 기억한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모습을 한 상당히 특이한 머리 스타일의 그 사진은 작가가 잡지를 만들 때 찍은 사진이다.

박태원 선생은 작가였고 민중 친화적이고 여성친화적이었으며 꽤 반듯한 도덕적 가치를 가졌던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이다.

산책을 키워드로 조명하자면 박태원 작가는 고현학(考現學; modernology)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 고현학의 완결편이 그의 ‘천변풍경(川邊風景)‘이다.

고고학이 과거의 흔적으로 과거인들을 조명하는 학문이라면 고현학은 지금 이곳의 풍물들을 통해 당대의 삶을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오늘 청계천 박물관에서 노지승 교수의 천변풍경 특별 강연을 들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박태원 작가가 시인 이상을 소재로 ‘이상의 비련‘이란 작품을 썼다는 점이고 이상이 여혐(女嫌)적이었다면 박태원은 여성 친화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상도 서울 거리를 걸었고 박태원도 서울 거리를 걸었지만 유형은 다르다.

이상은 스스로의 멋에 취하고 커피 맛에 탐미하는 산책을 했고 박태원은 다른 사람을 관찰해 소설의 소재로 삼는 산책을 했다.

도시적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언어적 실험을 했다는 점에서 박태원은 세련된 모더니스트인 한편 ‘천변풍경‘을 통해 알 수 있듯 리얼리스틱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내 이름과 두 글자나 같고 마지막 글자도 비슷해 나는 박태원 작가가 큰 형 같게 여겨진다.

노지승 교수의 책(‘유혹자와 희생양‘, ‘영화관의 타자들‘)을 읽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오늘은 여러 모로 수확을 올린 하루였다. 노지승 교수, 청계천 박물관 측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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