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날, 같은 남자에게 바람맞은 세 여자 시오반, 미란다, 제인. 그리고 세 여자를 바람맞힌 한 남자 조지프. 이중 연애도 아니고 삼중 연애를 암시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혼란한 스토리를 담은 로맨스 소설이다.

하나씩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그제야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르르 이해된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상상도 되지 않았는데, 과연 기발하다. 스포를 하면 재미가 없으니 힌트를 주자면 소설에 서술 트릭이 있다. 모든 일이, 모든 만남이 과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더 이야기하면 큰일이니 비밀로 하겠다.

처음에는 삼중 연애를 하는 미치광이에 바람둥이인 수수께끼 남자에 대한 정체를 파헤치는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후반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다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주인공이 되어 공통된 주제를 말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수의 주인공은 다음의 주제를 만들어낸다. 주제는 독자마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본인이 보고 느낀 <내가 빠진 로맨스>의 주제는 완벽할 것만 같은 누군가에게도 결핍된 모습이 있으며, 치유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실과 아픔도 새로운 인연을 통해 조금씩 치유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총평은 미스터리와 성장이 얼기설기 얽힌 흥미로운 로맨스 소설이라고 보면 좋겠다. 이야기의 막바지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짝을 잘 찾아가게 된다. (축하합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나의 ex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아니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이 사람과는 정말 운명이라고 느꼈던, 이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은 없을 것만 같았던 이제는 생각하면 우습기만 한 순간들이 새록새록하게 기억이 났다.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죽을 만큼 후회하지는 않는, 나름 괜찮았던 경험들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운명과 함께하다 스쳐 지나간다. 나중에 보면 그들과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과반수지만 말이다. 그래도 많은 운명을 지나고 나면, 내가 현재 함께하는 운명이 이전의 운명보다는 훨 괜찮은 것만 같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는 각자와 꼭 맞는 더 나은 운명과 함께하는 길을 향해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파가 온다 - 역사상 최대 소비 권력이 장악할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
황지영 지음 / 리더스북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를 통칭하여 부르는 세대, <잘파 세대>.

이들은 일찍이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네이티브의 능력을 갖추고 자본주의 키즈 등으로 불리며, 미래 시장에서 위상을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잘파 세대는 인구가 가장 많았던 베이비붐 세대를 추월해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는 요즘, 미래 시장의 핵심 집단이 될 이들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니즈에 걸맞은 정보가 담긴 책이며, 글로벌 잘파 세대의 소비 특징과 그에 따른 소비 트렌드에 관한 정보를 알차게 담았다.

논리적인 근거와 이론, 풍부한 도표 및 이미지 자료 등 잘파 세대를 이해하는 데 부족하지 않게 잘 구성되었다.

잘파 세대가 미래의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업은 그러한 잘파 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일목요연이 설명하고 있기에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미래 세대의 트렌드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또한, 본인은 책에서 말하는 Z세대로서, 현재 본인의 또래들이 글로벌적으로 어떠한 트렌드와 성향을 보이고 살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트렌드와 관련한 생소하고 다양한 용어를 공부하며 견문이 더 넓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Q. 잘파 세대의 특성 중 어떤 부분이 나와 다른가?
전체적으로 잘파 세대의 특성이 본인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잘파 세대는 무겁거나 진지한 것보다 단기적이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콘텐츠와 상품을 소비할 때도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막연하고 불안한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빠르고 쉽게 취하려는 실용적 특성이 일으킨 결과라고 하는데 본인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서 이러한 경향과 맞지 않는다.

시추에이션십이 이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시추에이션십이란 인간관계를 맺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립하지 않으며, 서로 원하는 목적에 맞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FWB라는 성적 교감을 주목적으로 하는 관계, 즉 섹스 파트너의 개념과 비슷하지만 FWB와는 달리 관계 범위가 애매하고 육체적 교감보다는 감정적 교감이 더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거부감이 드는 건 마찬가지이다.

본인은 사람과 교류할 때 아예 진지하고 깊게 알아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그 사람을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게 좋다. 모 아니면 도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인간관계에 있어 이런 애매한 고리를 유지하면 남는 건 공허한 마음 뿐이었다. 결론은 다시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 자신을 망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쿨> 하지 못하다. 이해는 한다만, 받아들이긴 싫다.

별개로 이 책을 읽고 잘파 세대는 모두 다 이렇구나 하는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저자도 언급했듯, 글로벌적으로 전체적인 트렌드의 방향을 훑어보기 위함이지 모든 잘파 세대가 이렇다는 결론으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판단보다는 방향을 설정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병권의 부동산대백과
김병권 지음 / 진서원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에서는 글을 모르는 문맹은 없어도, 부동산 문맹에 대해서는 자주 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가 부동산중개업을 하다 보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과 같은 청년층을 많이 보게 된다는데요, 부동산에 관심은 있으나 관련 지식에 대해서는 완전히 백지와 같은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이는 아무래도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한 장벽에서 오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자본주의 나라에서 태어난 이상 이 사회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필요하고, 부동산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감초와 같은 존재일 거예요.

내 돈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 돈을 벌기 위해 부동산 공부는 일찍이 해 두는 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주일 동안 <김병권의 부동산 대백과>라는 책을 읽고 깨닫게 됐어요.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부동산의 기초와 핵심만 꼽은 알짜배기 지식을 배우고, 해당 지식으로 20대에서 50대까지 생애주기 재테크 로드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답니다.

총 700쪽가량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일독 목표를 일주일을 잡고 우선은 가볍게 훑어보듯 읽으면 전체적인 흐름이 잡혀요.

그다음에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읽기 시작하면, 이전에 읽었던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이해가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아예 무지해서 이런 방법으로 독서를 시작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걱정부터 앞서는 것 같다면 해당 방법으로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처음부터 머리에 다 넣으려고 하면 금방 방전이 된답니다.

애초에 이 책은 한번 읽고 치워두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상비약처럼 읽고 찾아보는 책이라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시는 게 맞아요.

책의 목차를 정리하면 총 7개의 장으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어요. 1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준비 마당이 있는데, 본격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의욕을 고취해 주기 위해 구성된 부분이라 공부하기 전에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1장은 20대에 독립하게 되면서 필요한 전월세 관련 정보를 익힐 수 있어요. 68쪽에서 285쪽까지 방대한 분량이지만 독립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들이 알차게 담겨 있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집을 볼 때 무엇을 봐야 하고, 계약서는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었고 요즘에 한창 극성인 전세사기에 관한 내용도 알아볼 수 있었어요.

2장에서 4장까지는 30대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보를 총망라해 담았어요. 내 집 마련 준비, 선택, 실천까지의 3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으며 각 단계에서 필요한 핵심 정보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222쪽에서 520쪽까지 방대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장에서는 청약에 대한 정보와 아파트, 단독 주택, 빌라의 차이에 대한 지식이 기억에 남네요.

5장에서 6장까지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과정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해 많이 들어는 봤지만 자세히는 몰랐는데, 이번에 확실히 어떤 개념인지 재개발과 재건축을 위해서는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 좋았어요.

마지막 7장은 상가투자로 노후 준비를 하는 방법을 알아보았어요. 어떤 상가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투자하기 좋은 상가를 보는 기준을 알 수 있었어요. 그냥 지나쳤던 상가들을 앞으로는 유심히 살펴보며 지나가게 될 것 같아요.

하나의 글에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이렇게 방대하고 정성껏 필요한 내용으로 가득 구성된 책은 이제껏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저자가 얼마나 부동산 문맹으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열심히 만든 책인지 깊이 절감할 수 있었답니다.

부동산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김병권의 부동산 대백과>로 시작하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진서원 출판사님 도서 제공 감사드려요!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 대학교 최고의 인생 설계 강의, 10주년 전면 개정증보판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신, 열정, 도전, 창의라는 단어는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활기찬 생명이 담긴 단어들인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에너지가 가득하게 만드는 이 단어들을 여러분은 얼마만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혹, 앞선 단어들의 꺼져버린 불씨를 어떻게 마음에서 다시금 피어오르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런 고민에 걸맞은 책이 바로 이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에요. 나는 이미 스무 살을 훌쩍 넘었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어요. 여기서 말하는 스무 살은 상징적 의미니까요. 하루라도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뜻인 거죠.

이 책은 저자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생 최고 명강의로 꼽힌 <기업가정신과 혁신>이라는 강의의 내용을 담았어요.

앞서 언급했던 혁신, 열정, 도전, 창의를 일깨워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포함된 책이에요.

* 우리 주변에서 별 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자원으로 유의미하고 창의적인 결과를 만드는 법

* 기존의 다양한 고정관념을 뒤엎음으로써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접근법

* 최악에 바보 같아 보이는 아이디어를 다듬어 최고의 아이디어로 탈바꿈하는 법

모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내용을 가져왔어요. 마치 찌릿한 전기를 흘려보내서, 독자가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으로 가득해요.

예술을 공부하고 있고, 다채로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제게는 아주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기존의 소극적이고 멀리 볼 수 없었던 시야를 지평선까지 틔워준다고 느꼈거든요.

어떤 부분이 특히 도움이 되었냐면, 적극적으로 움직여 수없이 시도해 보는 게 가만히 앉아 행운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이었어요.

당연한 소리 아니겠느냐 하실지 싶지만, 그동안 저는 무언가를 해 보자고 마음먹을 수 있는 추진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뭘 하든 생각만 크게 앞서기를 반복하다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선 내용에서 일단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현명하게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있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사실 생각만 종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무엇이든 조금은 직접 해 봐야 앉아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문득 생각이 나길, 일찍이 스무 살에 알지 못해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지레 겁먹고 많은 도전을 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해요.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대학에서 들고 싶은 동아리도 들어서 부회장과 회장도 해 봤고,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지 못한 사람이었는데 한 권씩 꾸준히 읽다 보니 이렇게 북스타그램도 만들게 되었고, 재미있는 서포터즈 활동도 여럿 해봤으니까요.

이렇듯 실패보단 성공과 성취가 더 많았던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무언가 더 추진해서 했더라면, 그 이전부터 내가 바라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또 정말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스무 살에 나로 돌아간다면, 해 보고 싶은 걸 찾아보고 궁금한 것도 찾아보고 뭐든 일단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걸 다 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건 미래의 제가 지금의 스물네 살인 제게 또 마찬가지로 해 주고 싶은 말이 되겠죠. 네 나이 땐 뭐든 해 봐야 한다고요.

그래요, 우리는 오늘이 가장 젊으니까요. 설령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시작해보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예요.

그래서 우선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이 글을 쓰는 게 첫 도화선이 되어줄 것 같아요.

혁신, 열정, 도전, 창의! 책을 읽은 후 이 친구들이 마음에서 조금씩 굳은 뿌리를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삶에 추진력과 에너지를 되찾고 싶다면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어보세요. 마음 속의 모든 엔진이 마치 스무 살로 돌아간 것처럼 기운을 차리게 될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 분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부커 상에 대해서는, 2016년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 작품이 해당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통해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됐어요.

갑자기 부커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어느 도발적이고 통통 튀며 까칠한데 재미있는 에세이 한 권을 읽게 된 까닭인데요.

이 에세이의 저자인 안톤 허라는 분은 무려 이 권위 있는 부커 상 최종 후보에 한국 책을 두 권이나 올리셨다고 해요. 정보라 작가님의 <저주토끼>와 박상영 작가임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그 주인공이었죠.

그래서 자연스레 어떤 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크게 알지 못했던 번역가의 삶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 마이갓, 여러모로 제 예상과는 다른 이미지와 이야기에 충격과 충격의 연속이었어요. 우선 안톤 허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계 외국인일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스웨덴에서 태어났어도 한국에서 학교를 모두 나온 네이티브셨어요.

게다가 나긋나긋한 인상(별명인 무서운 분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으로 조용하고 순박하며 수줍음이 많으신 문학 소년이시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어요.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갑의 의뢰와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번역가를 얕잡아보는 이들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쏘는 그 당돌한 모습이 굉장히 반짝반짝하셨어요.

또한, 번역이라는 분야의 이야기도 얼핏 알 수 있었어요. 특히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한국문학 번역가의 대우와 현실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제대로 대우받고 일하는 직업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전 지구를 통틀어 세 명 남짓 전부인 한국문학 번역가의 업계에서는, 일 년에 한국문학 작품이 열 권만 외국에 출판이 되어도 많다고 여긴대요.

인지도 낮은 한국문학, 영미권 출판계의 백인 우월주의, 언어와 문화적 거리 등의 까닭으로 우리가 느끼기에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뻗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보석 같은 작품을 반짝반짝 닦아서 세상에 선보이는 멋진 직업인 번역가를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도 곳곳에 만연한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어요.

더욱이 문학작품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번역가가 스스로 한국 출판사를 설득하고, 미국 출판사에 제안서를 내밀고, 영미권 미국 인플루언서와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호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니. 앉아서 일이 뚝 떨어지는 그런 게 아니었던 거예요.

저라면 일찍이 나가떨어지고 말았겠지만, 그런 현실에도 꿋꿋하게 몇 십 년을 걸쳐 분투한 끝에 번역가, 그것도 한국문학 번역가의 길을 걸어온 저자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내 갈 길 간다, 그래서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친다는 그 용기 있고 굳건한 저자의 정신이 제 마음을 쿵쿵 두드리는 것만 같았어요.

K대의 법학과에 진학했으니 많은 돈과 명예를 갖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만, 저는 어째선지 지금의 저자의 모습이 더 빛나고 멋있게만 느껴져요.

아마 그건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가시밭길에 모자라 압정까지 고루 뿌려져 있는데도, 그래도 난 이 길이 좋으니까 뭐든 덤비라는 마인드 때문이겠죠.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던 제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어요. 이십 대가 나름대로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하셨죠. 저는 그 문장을 읽고 이십 대의 유리한 점이 일단 뭐든 부딪혀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부딪혀서 어딘가 박살 나고 깨지더라도, 내가 부딪힌 것에 대한 결과에 후회만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안 부딪히고 피한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씩 부딪히고 박살난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 아플 것 같아도 좋아하는 일에 뛰어드는 거니까 마냥 슬프지만은 않네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부커 상 후보에 오르는 성취를 거둔 저자처럼, 저도 저만이 가고자 하는 길의 부커 상 후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에세이는 번역가에 대한 삶도 살짝 엿볼 수 있지만요.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 좋아하는 일에 망설이고 있는 분들께도 뭔가 큰 추진력이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