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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의 우주여행 - 이미 예견된 인터스텔라, 개정판
M.J.P. 데마르케 지음, 장병걸 옮김 / 리베르 / 2024년 12월
평점 :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가?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광활한 우주에 지구인만 있다는 건 어쩐지 공간 낭비인 것 같으니, 우주 저 멀리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지구인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과 무엇보다 고차원의 지능 및 신체를 가진 외계인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이 보기에 지구인은 영적으로 매우 떨어진 존재라고 한다면? 지구인이 물질적인 것을 멀리하고, 높은 영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그들이 가까운 곳에서 이따금 지구인을 위해 도움을 개입하고 있다면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가 직접 보고 들은 경험을 통해 말한다. 티아우바 행성이라는 곳에 사는 티아우바인 ‘타오’라는 외계인을 만나, 9일 간의 여행을 떠나며 그는 지구인보다 영적인 측면에서 고도로 발달을 이룬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은 돈, 정치, 언론, 마약 등의 요소를 통한 물질주의를 통해 영적으로 타락의 길을 걷는 지구인을 계몽하기 위해 미셸(저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미셸과 함께 티아우바 행성을 여행하며 지구인에게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이를테면, 지구 문명과 역사에 남아있는 티아우바인의 흔적들, 지구인의 시초, 지금의 현대 문명 이전 고대 문명의 존재, 피라미드의 용도, 예수와 그리스도의 정체, 우주와 우리의 존재를 만든 창조주의 뜻과 인간은 영적으로 고도에 이른 존재가 되기 위해 몇 번이고 환생한다는 이야기 등 믿기 어려운 사실들이다.
여기서부터 이 책은 SF 소설 아니면 저자의 망상이나 신념을 바탕으로 지어진 불쏘시개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진실한 증거를 믿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내용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믿을 필요 없이, 그저 ‘알면 된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저자의 이야기를 소설로 믿던, 사실로 믿든 간에 중요한 것은 지구인을 지켜보는 존재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티아우바인과 창조주가 전하는 모든 뜻을 헤아릴 수 없지만, 그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물질적으로 이뤄진 것에서 벗어나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의 내면인즉슨 영적인 힘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자유와 목숨을 해하는 파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창조주에게 융합되기 위한 영적인 힘을 얻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무교인지라, 종교적인 성향을 띤 이야기를 읽으면 반감을 갖게 된다. 이 책도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을 설파하고 강요하는 책인가 싶어 처음에는 반감이 들었는데, 오히려 종교 전체를 아우르고 설명하기 위한 책에 가까웠다. - 티아우바인 타오는 지구인의 종교가 물질주의로 인해 타락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이유에서 내가 종교에 더 반감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원서가 1980년대에 쓰였지만, 지구인의 물질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팽배하는 한 시대를 막론하고 공감하며 읽힐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물질주의를 버릴 수 없을 텐데 뭐 하러 계몽을 시도하는지 회의감이 드는 걸 보면, 나에게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영적으로 발달한 존재가 사는 행성은 9단계에 이르는데, 지구는 1단계라고 한다. 어쩌면 나는 지구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인간이 몇 번이고 기억을 잃고 다시 환생하는 삶을 산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사는 게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건방진 생각이지만… 왜 신이 자신의 욕심으로 이렇게까지 고통받는 존재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복잡한 의미에서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책! 불편한 부분도 많았지만 나름 흥미롭고 재밌었다.
PS. 이 이야기를 인터스텔라와 연관 짓던데, 사실 영화를 안 봐서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 책 덕분에 인터스텔라 영화에 호기심이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