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지니아 울프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작품을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래도 대표적인 작품 <자기만의 방>은 익히 들어봤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을 담은 이 에세이는,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시공간적인 자유로움을 강조한다고 한다. 당시 여성의 현실과 내면에서 비롯한 질문을 가감 없이 담은 책이라고 하니 나중에 한 번 꼭 읽어보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언젠가 그의 작품을 읽고 싶었던 나로서는 이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이 좋은 시작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의 대표작에서 뽑은 멋진 문장들을 읽어봄으로써 미리 전체적인 작품을 체험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버지니아 울프를 익히 알고, 그의 작품을 깊이 읽어봤던 독자라면 훨씬 마음에 깊이 닿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13작품(자기만의 방, 3기니, 출항 등) 문장을 선별해 정리한 책이다. 간략한 내용 정리와 이야기의 주제가 담긴 대표적인 문장을 깔끔한 번역을 통해 볼 수 있다.

좋았던 점은 영문과 한글이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인데, 원문을 읽고 독자가 스스로 느끼는 바가 더 깊으리라 생각한다.

각 장의 끝에는 영문장을 읽고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독자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고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한 단어씩 곱씹으며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또한, 작품마다 작품에 대한 저자의 간단한 해석이 있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문장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독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살아가던 시대의 배경, 버지니아 울프의 내면에 담긴 성찰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품에 선구적인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고, 여성 문학의 대표자로서 20세기 영국 모더니즘 문학 작가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버지니아 울프라는 인물을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더불어 버지니아 울프의 오랜 팬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추천한다.

그의 다양한 작품에서 선별한 아름다운 명문장이 독자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인의 옥편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리더의 성공 비책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래까지는 고전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야 고전의 가치를 깨닫고 조금씩 독파하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 나온 새로운 책이 옛 책보다 더 좋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로는, 고전이 요즘 책들의 근간이 되어주는 기초적인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더불어 오랜 기간을 널리 읽히고 알려진 고전은, 시대를 타지 않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의견이 공유된 고전은 더더욱 우리가 배울 점을 다방면으로 찾을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읽고 소개하는 책 <거인의 옥편>도 고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고사성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고대 중국 오랜 역사에서 탄생한 짧은 일화를 네 글자로 정리해 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땐 동양판 데일 카네기 시리즈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 있었던 인물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해당 스토리텔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의 내용 구성을 통해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데일 카네기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로서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다.

중요한 문장은 따로 주황색으로 강조한 점도 좋았다. 읽기 편했고, 전체적인 내용도 깔끔하다. 30년 가까이 중국 문학과 인문고전 연구를 지속해온 전문가의 저술 덕에 고사성어라는 새로운 세계와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점은 생소했던 고사성어에 대한 깊은 공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총 65개의 고사성어를 대표로 다룬다. 책 마지막에는 부록도 있는데, 앞선 고사성어와 함께 읽으면 좋을 다른 고사성어를 뜻과 함께 정리해 놓았다.

인간 삶의 깊은 통찰이 담긴 일화를 단 네 글자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사성어란 지루하고 어려운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큰 고난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중국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더 깊이 읽을 수 있을 책이 될 것이다.

혼란하고 불안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초월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틔우고 싶은 독자가 읽으면 안성맞춤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의 갈피를 잡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면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고민하고 성찰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비록 형태는 조금 다르더라도 이미 선례가 한 번은 있던 것들이니 고전의 기록과 교훈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답을 얻을 수 있는 가까운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와도 같다.

* 중국 고전 속 천하를 재패했던 리더들의 삶과 사유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책!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명공학 전문가 이준호 교수의 첫 저서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진화, 유전, 노화, 죽음이라는 주제로 흥미롭게 늘어가는 생물학 이야기이다.

다만 생물학 전반에 대한 광범위하고 어려운 내용을 다루는 책은 아니고, 저자가 잘 알고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해 왔던 <예쁜꼬마선충>이라는 1밀리미터의 작은 생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독자가 생물학에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인 책이다.

생물학에 관한 어려운 용어와 개념을 알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눈으로 제대로 볼 수 없는 이 작은 생명체로부터 무려 백신 개발, 유전자 복제 및 변형 등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위대한 업적을 발굴해 낸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작은 생명체가 신비로운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과, 그 모습에서 끈기 있게 생명 활동의 이유와 과정을 찾아내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생명이라는 존재 전반에 대한 경이로움과 깊은 흥미를 동시에 품을 수 있게 한다.

책에는 예쁜꼬마선충 이외에도 <초파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어느 날 토머스 모건이라는 생물학자가 하얀색 눈을 가진 초파리를 발견함으로써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데, 끈질긴 연구로 <우열의 법칙과 분리의 법칙> 등 <생물의 유전적 전달 메커니즘>을 발견한다.

이 책을 한창 읽는 중에 초파리가 책에 달라붙었는데, 문득 생각이 들기를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만큼 작은 데다 어쩌면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생명체를 연구할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지 참 신기했다.

우리가 보는 세계만이 전부가 아닌, 평소에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작은 생물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토록 신비로운 생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깨닫기를 미처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또다른 작은 세계에서는 지금도,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생명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학에 쉽게 입문하고 싶거나, 인간이 사는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깊이 느끼고자 한다면 꼭 거쳐가야 하는 책이다.

#매우작은세계에서발견한뜻밖의생물학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 중심가 고층 빌딩에서 화려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형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아픔으로 그저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저자.

그래서 그는 어릴 적 형과 함께한 추억을 상기하고, 소란한 마음과 이별의 아픔을 다스릴 수 있는 정적이고 단순한 일을 찾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미술관 경비원을 시작하고 끝마치기까지의 시간과 경험이 담긴 10년의 회고록이다.

오롯이 미술관에 관한 이야기만 담겨있다기보다는, 저자가 미술관에 근무하며 보고 듣고 느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풀어가는 느낌이었다.

삶을 버틸 힘을 잃었던 누군가가 새로운 근무 환경, 다양한 사람들, 수많은 미술 작품을 스치며 조금씩 버거웠던 삶에 적응하고 용기를 얻어,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일련의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깊은 고독에서 우러난 사색이 담긴 문장의 조화는,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저자가 느꼈을 고독의 시간과 공간의 순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시간과 공간은 결코 외롭거나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도 광활해서 마치 앞길이 보이지 않는 미술관을 하염없이 걷는 것만 같지만, 오히려 보이는 길을 걷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차분한 마음이 들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두려움을 마주할수록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은 일을 겪더라도, 더디지만 조금씩 자신의 버거운 삶을 단단히 짚어갈 목발을 만들어 전진하는 것 같다.
비록 다리가 부러진 것이 없던 일이 되진 않더라도, 언젠가 우리는 부러진 다리를 이끌어갈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격려를 주는 것만 같았던 책이다.

갑작스런 이별과 아픔, 직장의 변화, 주어진 새로운 환경과 의무. 저자가 겪었던 이 모든 일은 우리의 삶에서도 충분히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큰 파도를 불러올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이 파도를 어떻게 타는지에 따라 삶은 침몰할 수도 있고 적당히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전환점>, 이 책을 한 단어로 주제를 짓는다면 앞선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모든 전환점은 갑작스럽고 두려우며 심지어 비통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조금씩 해쳐갈 수 있다고. 자신의 삶에 찾아온 그런 모든 전환점을 잔잔하고 또 단단하게 마주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런 마음을 읽은 것만 같다.

<책 속 위로의 문장 - P.305>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테고, 그 방향을 나 스스로 잡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대 철학과 김기현 교수의 인간성 회복 프로젝트>
- 인간성의 부재에 시달리며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세대에 안성맞춤인 책.
- 최재천 교수, 백세희(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작가 추천 책.
-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찰하고 싶은 독자에게 깊은 사고의 시간을 선물해 줄 책.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다움에 대한 어떠한 <확고한 정의나 교훈>이 담긴 책은 아니다.

먼저 우리가 인간다움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파악한 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거쳐 앞선 인간다움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일련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리고 다가올 격변의 미래일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다움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숙고하고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독자 개개인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본서에서 언급되는 인간다움의 요소 중 <자유>가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개인이 공동체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개 당연히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탄생>이 이룩하기까지의 과정은 꽤 길고 험난했다. 고대와 중세까지만 해도 개인은 공동체를 위해 존재하는 장기 말과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공동체에 반하는 개인의 자율적인 생각이나 감정은 불경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시각이 점점 시대를 거쳐 변화하고, 개인은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기 시작한 과정을 한 권으로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 과정에서 고대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간략한 이론도 매끄러운 맥락을 위해 덧붙여 있는데, 철학에 견문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본서 중반부터는 내용이 다소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더불어 <인간다움>의 확고한 정의를 바라는 독자에게는 저자도 이미 언급했듯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에 대한 확고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나는 마음에 든다.

생각, 나아가 우리가 확고하다고 믿고 있는 어떠한 개념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변화한다. 변화를 통해 우리는 이전에는 당연시했던 개념이 어딘가 부족하거나 잘못되었음을 느끼곤 한다.

그러니 현재 옳다고 믿고 있는 개념도 미래에는 변화가 필요했음을 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생각을 통해, 더 나은 개념을 형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책에서 인간다움은 <인간의 행동을 정의하는 개념>이라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다움에 속하는 요소가 무엇이라고 믿는지에 따라 우리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다움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성찰하며 더 나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은, 더 나은 인간의 행동을 고민하는 일이며 나아가 더 나은 개인으로서 각자의 위치에 존재할 수 있는 인간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철학과 더불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내실 있는 삶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는 현시대에 알맞은 책이며, 더욱이 불안정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에 대한 자율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