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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별을 잃다> 한남자의 사랑과 직업, 그리고 찾아온 죽음의 하얗고 붉은 꽃송이! ...책 표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냥 쓰윽 의미없이 보면 꼭 유명한 화가의 그림처럼 보인다. 눈송이가 없는데도 웬지 파란 하늘에 눈송이가 보이는것 같고, 땅을보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데도 웬지 크리스마스를 연상하게 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책표지를 잘못 읽었나보다. 하늘과 땅의 상관관계 속에서 분명 지붕위의 까만 그림자를 외로이 보았지만 이렇게 아픈 사연이 펼쳐지리라고는 전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한남자가 살아왔던 삶의 질펀하고도 따뜻한 가족사랑의 느낌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전혀..생각지 못했다. 표지를 너무 단순하게 읽었나보다. 이미 죽어 영혼이 되어버린 전직형사 한진수, 그의 아내 수경, 그리고 지운이와 수진이 남매의 애처롭고 가슴 따뜻한 가족사랑..
이 책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은 영혼이 되어버린 한진수였다. 범인을 잡으려다 오히려 죽고, 자신의 육신을 떠나 영혼으로써 과거의 여행을 하게된다,,그가 태어났을 무렵 엄마의 그늘아래 건강하게 자랐으며, 아빠없는 삶이 너무 그리웠던 한진수의 꼬마시절을 헤메고, 어른이 되어버린 그는 한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면서 새삼 살아있을 때 해 주지 못한 것들을 뼈아프게 생각한다...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고 , 두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의 입속에 들어가서 씹히는 음식들이 너무 고맙고, 저 음식들이 아이들의 살이 되고 뼈가 되어 내 아이들을 자라게 하니까 음식들이 너무 고맙다는 아빠.. 육신은 이미 죽었지만 아이들의 입에 들어갈 음식이 되고 싶다는 아빠의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언제나 지나고 나면 후회를 한다. 그것이 사람이 가진 가장 강한 특성중 하나가 아닐까.?. 얼마전에 읽었던 달시 웨이크필드의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가 생각난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고 열정으로 살아왔던 달시에게 불치병이 찾아오고, 끊임없이 엄습하는 고통속에서도 달시는 희망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가 할수있는 모든것을 사랑한다. 언젠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 지금 내가 내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아직도 내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에 감사하던 달시의 아름다움..! 그녀의 용기에 감동을 받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를 하며 살아야지 생각하고 다짐하지만 언제나처럼 잊고만다. 언제나 처럼 불편한 말을 내뱉는다. 가족의 고마움에, 걸어다닐 수 있는 내 다리에, 내 목소리에게 고마워 하는것을 잊고산다. 그것이 사람인가보다.
240p 사소한 것에 미안해하고 그렇게 해 주지 못함을 원망했다. 모든 사소한 일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일이 너무 미안한가보다. 잘해 주었던 것보다 해 주지 못한 것이 더 많고, 억지로 우겼던 일이 받아들였던 일보다 더 많다는 것이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나는 괜찮은데, 그녀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게 가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차이일 것이다. 내가 보내고 그녀가 갔다면 나도 그렇겠지. 다 그런 걸 거다. 내가 보내는 사람이었어야 했다. 내가 먼저 가면 슬플테니 나보다 먼저 가라고 말한다.- 남편의 죽음에 아내 수경은 오열하고 또 오열한다. 잘해주지 못했음을 안타까워 하고, 못해 준 일이 떠 올라 꺽꺽..거리며 울어버린다..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영혼의 진수 역시 아파한다. 먼저 떠남을 아파하고, 남겨둔 그녀를 안타까워 한다.내마음 역시 아파온다.
작가님의 말이 마음에 다가온다. 내 마음 역시 작가님과 동일하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상의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 내야할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이렇게 웃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할 수있는 일상을 감사하고, 아내는 남편과 함께 나란히 걸어 갈 수 있음에 감사 해야겠습니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