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 - 그림자 소년, 소녀를 만나다
팀 보울러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쿼시> 일등만을 강요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좌절하는 제이미가 그림자 소녀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눈앞에 다가온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터 도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기까지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10대의 외로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담고있는 스쿼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팀 보울러의  유명한  책 <리버보이>는 수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지만,   화려한 수상경력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약간 모호함으로 다가왔던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별다른 성장소설로써의 감흥도 불러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작품인 < 스쿼시>를 읽으면서 팀 보울러의 매력에 흠뻑 빠질듯한 예감을 받으며 책읽기를 끝마쳤다. 나에게 작품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독서가 취미이자 유일한 특기이고,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나름대로 읽은책의 느낌과 판단을 해 보게된다.

 

<스쿼시>는 흐름이 매끄럽고, 완성도가 높으며, 사춘기 아이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우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고있다. 수많은 상을 휩쓸었던 <리버보이> 보다도 훨씬 더 안정감있는 흐름과 묘사가 일품이다. 또한 주인공 제이미의 아버지와 그림자 소녀 애비 , 대니의  아버지인 밥 파웰 의 모습은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언제나 일등만을 강요하는 부적절한 부모 상으로 비춰진다. 부모의 권위속에서 서서히 멍들고 지쳐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림자로 표현되며 그들의 아픔이 답답하고 힘겹게 다가온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최선과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고 착각하는 부모들.. 그 부모의 성장시절은 힘겹고도 힘겨운 투쟁의 시절이었음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부모의 존재속에 스스로 그림자가 되어버린 가엾은 제이미의 일기- 81p’언젠가는 아버지도 날 인정해주시겠지. 손찌검 대신에 안아주시겠지. 스파이더네 가족처럼 나와 아버지도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야. 아버지가 나를 존중해 줬으면....왜 아버지는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까. 난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는데...정말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아버지가 그걸 막아버린다. 나도 안다. 아버지는 예전에 훌륭한 스쿼시 선수였다. 미래의 내 모습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완벽한 사람...그러나 지금 이곳은 호주가 아니다.’

 

혼자의 힘으로 성공한 제이미의 아버지는 끊임없이  제이미를 혹독하게 다그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쿼시의 일인자가 되라고, 더 노력하라고, 시합에서 일등을 하지 못한것은  노력의 부재라고 다그치는 아버지의 권위속에 제이미는 점차 지치고 힘겨워한다. 그렇게 힘겨워하던 어느날 창고에서  배가 볼록한 그림자 소녀를 만나고, 제이미는 자신이 처해진 상황으로 부터 달아나기에 이른다. 그림자 소녀는 소녀대로 , 제이미는 제이미 대로 복잡한 현실의 도피속에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줄 길동무가 된다.

 

그 길속에서 제이미와 애비는 무엇을 얻게 될까.?..현재의 상황에서 도망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듯, 과거의 망령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방법이란 그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직접 맞닥뜨리는 것이라 판단한 제이미는 다시 스쿼시 코트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일등을 위한 경기가 아닌 스쿼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선수로써 대니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다. 그런 제이미는 또다른 혼란에 휩싸이고, 제이미의 아버지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까?..아니...나는 어떻게 될까?"..미래를 그려보려고 해도 눈앞에 보이는 것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뿐이었다...

184p" 나도 너만큼이나 두려워. 너처럼 누군가에게 쫓기는 건 아니지만 나 역시 내 인생이 두려워. 미래가 두려워. 내 삶은 나와 상관없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있어. 난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로 가야할까?. 뭘 해야 할까?. 내일의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아. 답답하고 어두워."

 

281p"제이미 , 단지 나 때문이라면 여기 머무르지 마. 넌 돌아가야 할 곳이 있잖아. 가고 싶다면 언제든 갈 수 있어. 난 네 마음 다 이해해. 사실은 나도.....너와 같은 처지였거든. 집이 있지만 내 발로 집을 나왔어. 그러고는 한 번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됐지. 난  그때 날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서 달아나는 중이었어. 하지만 말야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난 내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고 있던 거였어. 난 집을 나오면 진정한 내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사실은 그 순간부터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어. 난 그곳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버티며 맞서야 했어. 비겁하게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어."..

 

"너 때문에 운 게 아니야. 나 때문에 울었어. 이곳에 너와 함께 누워 있는 나 때문에 . 난 내 인생을 너무 망쳐버렸어. 물론 내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그동안 난 아무런 보호도받지 못했어. 아마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치유의 시간일 거야.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로 살아가게 되기까지 아마 만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래서 눈물이 났어. 널 좀더 빨리 만나지 못해서."

 

아버지의 권위속에 자신을 잃어버린 소년 제이미는 그림자 소녀와 함께 떠났던 여행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된다. 용기있는 제이미와 애비에게 용기의 박수를 보내본다. 희망은 부서진 것들 속에서 피어난다. 미래에 대한 갈망과 가능성은 그러한 폐허 속에 존재하는 법이다. 그 대가는 혹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에야 자신을 옳게 바라볼 수 있었던 제이미의 아버지를 보면서 희망은 부서진 폐허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있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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