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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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머저리 클럽을 읽었다. 나 역시 70년대를 살아왔지만 하얀칼라의 교복은 입지 못했다. 이 책속의 주인공들은  내 언니와 오빠의 모습을 하고 , 그들의 고민과 열정, 일탈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고교시절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끊임없이 학업에 고민을 해야하고, 생소한 세상에 뚝!  떨어져버린 느낌과  외로움을 가슴 한가득 안고 라디오에 심취하며 한번쯤은 버거운 고교시절의 일탈과 앙탈을  꿈꿔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실천은 금물이었던 그런 고교시절의 열병! 그리고 우정! 그렇게 다가왔던 머저리 클럽을 밤새  읽으면서  그들과 함께 유쾌하게 웃고,  고민을 함께한다.

 

동순이의 첫사랑인 소림의 모습에서 새침떼기 언니의 모습을 보았으며, 기타를 둘러메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산행을 떠나고, 첫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은 무척 많이 보고 들었던 익숙한 모습이다.ㅋ 형제가 많은 우리집 풍경이 머저리 클럽속의 모습과 사진을 찍은듯 선명하고 재미있다. 나의 어린시절과 언니오빠의 고교시절이 흑백 사진의 파노라마 처럼 흘러간다.  이웃집 남학생이 언니에게 꼭 전해달라고 과자와 함께 내밀던 연애편지들~ 뜬금없이 화를 내던 오빠의 모습~( 아마도 오빠는 첫사랑의 그녀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퇴짜 맞았기 때문에 그렇게 화를 냈겠지.ㅋㅋ) 의미를 부여하고 , 추억을 되돌아 볼 수있는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언니에게 전해주어야겠다. 마흔을 훌쩍 넘긴 언니들이라면 배꼽을 잡고 방바닥을 뒹굴며 서로 웃고 지나간 추억속으로 잠겨들겠지.. 그리고 머저리 클럽의 주인공들이 했던 방황과 힘겨움에 한숨도 나올지 모르겠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되는가보다.. 163p 하늘에다 노승혜의 얼굴을 떠올렸다가 지우고는 했다. ~ 이상하게도 가슴이 불처럼 투명하게 끓어올라 무언가 적어보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아아, 나는 어쩌면 시인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동순이의 사랑이었던 소림과  승혜를 생각하며 가끔 보이는 시 사이로 나의 10대 시절의 모습이 생각난다. 동순이처럼 보고픈 사람을 생각하는 끓어오르는 열정은 아닐지언정 나의 10대 시절에도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은 열정이 함께했던 그런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낙서처럼 그려놓았던 그림들, 유명한 시인의 시 그리고 내가 써 놓은  자작시가 그리워진다.다시한번 10대의 순수한 열정을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늘 외로움에 몸서리를 친다. 함께 웃어도, 함께할 가족이 있어도 문득문득 외로움에 몸을 떠는것은 언제나 사랑받고 싶다는 무언의 욕구 때문일까.?.어른이 되어 내가 선택한 것이 곧 내 인생으로 그려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뼛속으로 스미는 외로움에 힘겨웠고, 10대시절의 정신적인 방황 또한 힘겨웠다.나도 동순이 처럼 찬 겨울의 휘파람 소리같은 바람소리를 들은듯하다. 내 앞에 펼쳐질 미지의 삶에 두려워서 울었고, 집을 잃어버린 꼬마처럼  두려움을 느꼈던 10대의 차디찬 한겨울의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고교시절을 한마디로 단축 해 본다면 '열병'이라는 이름을 붙여두고 싶어진다.  덜익은 풋사랑,우정, 지옥의 입시전쟁,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오묘한 그시절의 풋풋한 열정! 우리 모두의 고교시절엔 이름모를 열병을 한아름 안고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며 지금 이순간도 여전히 마음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을것같다. 그렇게 이미 지나버린 추억속으로 침몰하고,되돌아 가고픈 갈망으로 함께했던 머저리 클럽!  나는 교복세대는 아닐지언정  시대를 초월해 10대의 청춘들이 한번쯤은 겪어나갈 고뇌와 갈등을 맛보며 어른으로 자랐으니 ’열병’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두고 나의 책이라 명명할 수 있는 그런 의미로 다가왔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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