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훔치다
이시백 지음 / 검둥소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을 훔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읽다보니 놀라웠고, 놀라다보니 현 교육세태가 적나라하니 들어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던 학교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긴...대학도 장삿속을 드러내는 판에 중고교라고 이득을 쫓지말란법은 없지만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심히 고민된다. 책장을 펴면 처음 마주치는  서문에 이시백 ’작가의 말’ 누가 학교 종을 훔치나 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작가가 전하는 글들을 읽어가며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본문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는데 벌써부터 악취가 진동하는 학교의 비리가 사실일까? 예전에 학생들이 등교거부를 하고 학부모들이 교문에 모여 소란스러운 의논을 하고 교사들이 파업을 벌이던 그 장면이 여기에 나와있는 그 학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정확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지만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통해 세상에 속한 학부모의 모습으로 꽤 관심있게 추이를 지켜봤던적이 있다. 자신을 위해 운동장으로 뛰쳐나왔던 아이들의 울부짖음, 힘없는 아이들이 학교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 쇠줄로 꽁꽁 묶어 닫아걸린 교문, 학교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고 있었나.

-이 책에는 비교적 건실하다는 소리를 듣는 서너 사립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엮여 있다. 혹 호기심 많은 독자께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 여기까지 읽고 책에서 눈을 떼었다. 깨알같은 글자에서 눈을 들어 먼 곳을 보며 안도를 했었다. 그리고 작가의 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진행시켰다. 작가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나름의 작업인셈인데 먼저 읽던 곳에서 다음으로 진행하니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 많은 독자들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한다던 곳에서 멈추며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렇겠지. 설마하니 학교가 이렇게까지 썩어빠졌겠어... 하지만 뒤이은 작가님의 글은 이러하다. - 사실은 이보다 더욱 참담하고, 차마 글로 옮기기 부끄러워 누구처럼 좀 마사지를 했다. - 

아무 정보도 없이 이 책의 표지를 보았고, 간단한 책소개 중 두어줄 읽은 후 외국 소설인가? 외국 학교의 일인가 싶은 짧은 생각도 했었다. 표지의 소녀가 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목 자체가 그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든 아니든 나도 모르게 이 책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차라리 읽지 말것을,,, 그랬다면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것을...  시궁창으로 한발 내딛지 않아도 우리는 잘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아이들은 지금처럼 학교생활을 무난히 해나갈텐데 왜 들춰봤을까. 왜 알려고 했을까.. 하지만 알지 못했다면 억울할뻔했다. 비록 일부 학교에 국한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알게되어 참 다행이다. <종을 훔치다>를 읽어가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이렇다. 완전 시궁창이군. 비단 학교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학운위 또한 마찬가지였군. 그리고 이 책에도 나와있듯 얼마전 교원평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행 취지와는 무관한 현실이 답답해 왜 이걸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몇몇 학부모들과 교원평가에 관련된 내용으로  통화를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학교에서 듣고 부모에게 어찌어찌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종알거림을 들으며 이럴 바에야 뭐하러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도,학부모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더이상의 내막은 밝히지 못하겠지만 방법이 옳지 못하다.

표지의 검은 아이는 혼혈아다.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기지촌 근처 마을의 아이. 흑인 병사의 약속을 믿고 평생을 기다린 엄마와 까만 피부의 소녀. 그리고 승일종고 문제아 집단인 부대찌개파. 흡연은 기본이요. 마을 근처 무덤에서 밤새 술마시며 오토바이 폭주족으로 까만밤을 수놓았던 아이들. 학교는 밤새 못잔 잠을 보충하러 왔으며 칭찬보다 매를 더 많이 맞았던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이들. 가정환경은 열악하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저희들이 옳다 믿는것을 믿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믿음으로 지켜주는 박선생. 인간적으로 살고싶지만 권력과 힘에 손을 마주잡은 변선생. 전교조 교사로서 옳지 않은 행위에 맞서다 해직된 이교사. 권력과 손잡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옳은 일을 하려했던 교감. 막강한 권력으로 학교를 쥐락펴락 했지만 평교사로 밀려나 먼지 자욱한 운동장에서 수업을 해야만하는 최교장의 굽은 어깨. 시류에 편승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교사들. 그 아래서 고통받는 승일종고 아이들의 반란. 그리고 부대찌개파의 도전과 성취. 이사장의 장남으로 최교장을 밀어낸 후 교장에 취임해 학교도 이득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으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박선생과 까만 피부 정미의 진학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시도했던 사람. 결국 학교종을 훔친 뒤 그곳에서 목을 매 자살한 정미. 가슴아픈 일도 많고, 때때로 아이들의 엉뚱함 때문에 미소도 만들었던 <종을 훔치다>는 학교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고 있는지 생각해볼일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 가르쳐도 학교는 할 일을 다한 거요." 박선생이 하던 말이 요즘 들어 변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성적순으로 한 줄을 세우고, 서로경쟁을 시키는 것보다 그게 진짜 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어느 대학이 알아줄 것이냔 말이다. 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232p-

작성자: 책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굿바이 파라다이스>

히가시노 게이고를 제외한 다른 장르의 일본 문학을 즐기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의 추천으로 추리소설과 에세이,현대소설,고전등을  몇편 읽어봤다. 특히나 무서운 장면을 보게되면 환한 집안에서도 몇날몇일을 등뒤에 뭐가 들러붙은것마냥 무서움이 밀려오기 때문에 기피하는데 음..이건 뭐... 읽어가며 내내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책이 재미없어서도 아니고 흥미가 덜해서도 아닌 내 비위가 약하기 때문인가보다.   예전에 읽었던 단편 호러물중에 무진장 비위가 상했던 내용을 읽은 후 오랫동안 같은 장면이 생각나 뭘 먹을 때마다 속이 안좋아 고생했었는데 그 책이 아마도 <수은충>으로 기억된다.  여러 단편으로 묶여진 내용중  거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되었다.   손자를 잃은 한 할머니가 친구와 그녀의 손자를 초청해 아이에게 햄버거를 만들어주었는데 그 햄버거가 사실은 죽은 손자의 팔 한쪽을 갈아서 만든 것이다. 죽은 아이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였던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손자의 죽음 이후 팔 한쪽을 몰래 가져와 햄버거 패티처럼 만든 후 같은 또래의 친구 손자에게 먹임으로써 영원히 그 아이와 함께 살아있기를 원했던 할머니의 소망. 그리고 햄버거를 먹던 중 보였던 잘린 손톱. 으스스한 기운. 윽... 다시 떠올려봐도 뱃속이 울렁거린다.

 

수은충의 단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울렁거림은 이런 비위가 상하는 역겨움이었고 또다른 일본 문학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근대화 물결을 타고 일본 젊은이들이 느꼈던 모호한 정체감, 비행,혼란을 그렸는데 그것 또한 보면서 인상이 마구 구겨지며 답답해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문학은 대체로 나에게 이런 느낌이었기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우리나라 작가인 강지영씨의 작품에서 일본문학을 읽었을때 느껴졌던 향이 맡아진다. 하지만 완전히 비슷하다고 할수도 없고, 전혀 다르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래도 일본 호러물을 읽었을때보다는 덜하다. 뭐가 덜하냐,, 재미가 덜한것이 아니라, 엽기 행각이 덜한것이 아니라 ,반전이 덜한것이 아니라,,,,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고민좀 해봐야겠다.  읽은지 한참 되었는데  이 책 정말 독특하다. 독특한 단편들로 구성되었고 나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책장을 들춰보지 않는게 좋을듯하다.

 

빛더미에 올라앉아 원치않는 이혼을 했고, 어느날 아내는 남편을 만나 사람을 죽였다고 담담히 말한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사채를 어디에 썼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던 아내는 빛독촉에 못이겨 모기잡는 에프킬라를 콜라에 타 먹인 후 쓰러진 사채업자들을 뒤로하고 도망친다. 그러나 결국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그녀의 시신을 찾은 남편은 집안으로 그녀의 시체를 옮겨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시체와의 동거. 지문을 없애기 위해 손가락 끝이 얇게 저며진 길고 하얀 손을 잡으며 남편은 사랑을 속삭이고 결혼기간 내내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몸을 죽은 후에야 보게된다.살아있을때보다 죽은 후에 아내를 더 사랑하게된 남자.  성 전환 수술과 수술 이후 비용 때문에 쓰게된 사채. 그 사체로 인해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 아내. 썩어가는 육신과 살아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영혼...첫 번째 단편의 내용중 일부분인데 10편의 단편이 모두 독특한 호러물로 구성되어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것은 추리물의 특징인데 추리물의 특징 더하기 기묘하고 혼란스럽고,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엽기적인 내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를 참 좋아하지만 이 책에서는  큰 매력을 못느끼겠다. 왜냐... 이와 비슷한 설정은 익숙하기도 했고 내용 또한 식상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설정을 먼저 읽지  않고 이 책을 먼저 읽어봤다면 대단한 찬사를 보냈을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기억하는 비슷비슷한 느낌, 흐름,설정이 포함된 책만해도 두권이 바로 생각난다. 이러저러한 이전의 책들을 생각지 않고 <도키오>만을 평해보자고 다짐했지만 읽어가면서도 , 읽은 후에도 신선함은 없지만 구성은 탄탄하다. 그래서 자꾸 그의 작품을 찾아 읽게되는것인지도 모르지만. 미래인에서 출간된 책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정이 있었던것 같은데..뭐였더라..? <이매진>이었던가? 청소년 아들이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함께한다는 내용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미래의 아들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채 여러 사건을 청년 아버지와 겪어가며 아버지의 삶을 느껴보고 , 고민을 들어보며 같은 세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이야기였던것 같다.

 

<도키오> 또한 청소년 아들이 아버지의 과거시간으로 돌아가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한눈에 반한 여성에게 청혼을 했지만 그녀는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거절의 이유가 자신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적 결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를 찾아가 결혼을 허락받으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솔직함으로 결혼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한다. 그러나 사랑에 눈먼 청년의 선택이라기 보다 꼭 그녀와 결혼을 해야만하는 어떤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 후회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 두사람 사이의 사랑에 결실인 아이가 탄생된다. 리더십도 갖추었고 다정다감하며 씩씩하기까지 한 아들을 키우는 부모는 온몸으로 행복감을 느끼지만 선천적 유전병은 청소년으로 성장한 아들을 병원에 묶어둔다. 어느날 힘이 없어진 육체. 육체의 한계를 이겨내려 고분고투하는 아이. 그런 아이를 바라봐야만하는 부모의 심정. 그리고 마침내 의사는 부모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는데....

 

여기까지는 서문에 불과하고 이후부터 본격적인 <도키오>가 시작된다. 병실에 누워있던 아이와 그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는 자신도 믿지 못하는 옛일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넘어서 두사람의  과거로 넘어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문도 모른 채 이상한 청년과 만남을 가진 도키오의 아버지. 거리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성격이 불같은 그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선배와 다툼이 일어난다. 그 와중에 이상야릇한 느낌의 청년이 싸움에 가세하고 두사람은 선배를 흠씬 두들긴 후 그의 집으로 피신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과거와 생모, 양부모의 관계를 알게되고 아이는 아버지의 틀어진 인생을 바로잡기위해 동행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ㅣ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사건>
제목이나 표지는 다소 딱딱한 역사소설일것이라 짐작되었지만 말랑하다. 말랑하고 폭신하고,,짙은 피냄새와 더불어 애국심이 저절로 우러나는 그런 종류.  거기에 보일듯 말듯, 느껴질듯 말듯 아련한 여성의 섬세한 마음과 표면적인 강인함 속에 숨겨진 여림까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개인의 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었던 울퉁불퉁한 남정네들의 깊은 속마음 까지 잘 드러난다. 비록 이완용을 쏘아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진행했던 일들이 독립의 밑바탕이 되었기에 잠시나마 알려진 순직 이외의 분들을 위해 고개를 숙여본다. 

역사소설을 좋아라하는 나하고 <이완용을 쏴라>는 딱 맞는다.  딱딱하건,말랑하건 역사속 한줄에 영감을 얻었건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어 만들어진 소설이건 모두 관심이 있어 두루 읽으려 노력하지만 이책과 같은 소설류는 읽기에 부담없어 생각할 거리가 많아 복잡한 요즘 편안한 책읽기를 했다. 덕분에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의 종류였던 복잡함이 나도 모르는 새에 꼬리를 내리고 실마리가 보였고. 아무튼  매국노라 불리우는 이완용의 암살을 둘러싼 경성으로 한걸음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애국심으로 마음이 동요될듯하다. 초반에는 애국심으로, 중반에는 사건의 진행에 의한 조바심으로, 결말에는 목적없이 순종하며 살아왔던 여성의 자주적 독립을 경험하듯 강인함으로 재탄생되는 배경과 맞물려 인간의 추악한 일면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다양함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주의자 아버지의 명에 말없이 따르는 강원도 시골의 순박한 저격수 달래의 변화하는 과정, 매국을 일삼던 자들과 대립하는 독립투사들, 순사의 삶을 살고 죽을 때까지 순사로서 살다갈 운명이라 여겼던 박을문 순사의 삶, 젊은 혈기와 냉철함을 겸비한 독립운동가 조수윤, 달래의 아버지로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김근옥,정보를 팔고사는 왕서방, 명월관 기생이자 허건의 동생인 초선, 명월관 학기들의 선생으로 고급정보를 팔고사는 류화의 변화, 이완용을 저격해야하는 달래의 선택.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이완용을 죽이고싶었던 부자 최판선. 달래를 첩으로 들이고 싶었던 백철. 그런 백철을 질투하며 첼로를 든 신여성을 동경하는 박을문의 변화.

결과적으로 이 소설이 말하고자하는 바는 하나다. 굵은 줄기는 하나지만 위아래로 제각각 뻗어있는 곁가지를 들춰보면 일제 강점기에 독립에 힘쓴 투사들의 이야기 하나 와 예로부터 내려온 순종이라는 고리에 막혀 숨죽이며 살아왔던 여성의 삶 하나, 해방을 위해 암암리에 움직였던 세력 하나와 그들의 반대편에 서서 권세를 쥐고 흔들며 매국을 일삼았던 무리들 여럿... 하나에 하나가 맞물려 사건이 이어지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생명없는 물체를 움직이게 하듯 소설 또한 독자들의 마음을 조였다,풀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읽고나면 간단한 스토리로 정리가 되는데 막상 책장을 다 덮을 때까지는 왠지,, 뭔가가,,또다른 사건이 펑펑 터질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그것이 터지지 않아  끝마무리가 아쉽기도 했고 섭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정리를 해보면 짜임있는 구성으로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호평을 받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이 작가를 잘 모른다.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독특한 제목이 나를 이 책을 이끌었고  작게 쓰여진 부제가 나를 사로잡았다. - "걷고 뛰고 춤추어라" 지상 최대의 예술적 범죄가 일어난다. 그 날의 몸짓이 지구를 울린다. - 외줄 하나와 기다란 장대하나에 의지해 하늘높이 솟아있는 건물 사이를 이동한다는 소재 자체가 특이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실제로 911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곳, 쌍둥이빌딩 사이를 건넜던 곡예사 필리프 프티의 실화에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처음 곡예사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하나뿐인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저리 위험한 일에 도전하다니 미쳤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가끔 위험한 도전에 온 생애를 바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그들의 열정이 눈꼴시게? 부럽기도 했지만 절대로 목숨이 담보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물론 그 생각은 오늘도,내일도, 그 내일도  변함 없을듯하고.  

그만큼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무엇도 내 안에서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그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식어버린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다면 그의 무모했던  도전을 실제가 아닌 가공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응원하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지만 말이다. 혹은, 성직자 코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 모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위험한 도전을 추구하지 않고 열망하지 않지만 높다란 건물 꼭대기에서 곡예를 하듯 걷고,뛰고,춤추는 곡예사와 그를 바라보는 뉴욕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줄 하나 때문에, 그 줄 하나에 의지해 허공을 걷는 사람에게로 완전히 몰입하고 싶었고  동화되고 싶기에  무작정 읽고 싶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진 나의 작은 사회인 가정이라는 울타리, 대문을 열고 나서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연결된 작은 마을, 그 마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본다.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을지라도.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성직자 코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뉴욕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로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코리건 형제를 중심으로 모두 연결된다. 아니,  형제가 아닌 동생을 중심으로. 갈곳없는 거리의 여인들을 위해 화장실을 개방한 사제. 그런 동생을 이해할 수 없어 벗어나기를 종용하지만 어느새 그도 동생이 속한 뉴욕에 정착하게 된다. 거리의 여인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대를 이어 모녀가 거리의 여인으로 살아가고 있던 중 경찰에 체포되어 판결을 기다리는 틸리와 재즈를 위해 코리건은 차를 몰고 그녀들을 위해 길을 나선다. 틸리는 강도 혐의로 갇혔고 형을 살게 되었지만 재즈는 무사히 석방되어 코리건의 차를 타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코리건을 그리워하는 형과 그의 죽음 이후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되는 여인, 거리의 여인들, 그 여인의 딸.. 

그리고 400m 위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 채 허공을 걷고 ,뛰고,춤추는 곡예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사연을 안고 곡예사의 성공을 바란다.  늙고 힘없는 노인의 현실, 젊음, 자식의 안타까운 죽음, 서로 다른 각자의 삶, 우발적이라 생각하고 싶었지만 의도적인 사건, 마약을 하는 이들, 판사,경찰, 그리고...뉴욕시민 모두가 바라보는 허공을 독자들 또한 바라본다.  이 소설은 정말 두껍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600p에 달하는 두툼한 책을 보며 그래도 쉽고 빠르게 읽혀지리라 생각했지만 한 두 호흡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몇일에 걸쳐  조금씩 진행시켰다. 마치 아껴먹고 싶지 않지만 저절로 아껴먹게 되는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