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이 작가를 잘 모른다.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독특한 제목이 나를 이 책을 이끌었고 작게 쓰여진 부제가 나를 사로잡았다. - "걷고 뛰고 춤추어라" 지상 최대의 예술적 범죄가 일어난다. 그 날의 몸짓이 지구를 울린다. - 외줄 하나와 기다란 장대하나에 의지해 하늘높이 솟아있는 건물 사이를 이동한다는 소재 자체가 특이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실제로 911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곳, 쌍둥이빌딩 사이를 건넜던 곡예사 필리프 프티의 실화에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처음 곡예사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하나뿐인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저리 위험한 일에 도전하다니 미쳤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가끔 위험한 도전에 온 생애를 바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그들의 열정이 눈꼴시게? 부럽기도 했지만 절대로 목숨이 담보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물론 그 생각은 오늘도,내일도, 그 내일도 변함 없을듯하고.
그만큼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무엇도 내 안에서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그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식어버린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다면 그의 무모했던 도전을 실제가 아닌 가공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응원하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이 소설의 모태가 되었지만 말이다. 혹은, 성직자 코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 모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위험한 도전을 추구하지 않고 열망하지 않지만 높다란 건물 꼭대기에서 곡예를 하듯 걷고,뛰고,춤추는 곡예사와 그를 바라보는 뉴욕 사람들 속에서 나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줄 하나 때문에, 그 줄 하나에 의지해 허공을 걷는 사람에게로 완전히 몰입하고 싶었고 동화되고 싶기에 무작정 읽고 싶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로 이루어진 나의 작은 사회인 가정이라는 울타리, 대문을 열고 나서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연결된 작은 마을, 그 마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본다.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을지라도.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성직자 코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뉴욕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로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코리건 형제를 중심으로 모두 연결된다. 아니, 형제가 아닌 동생을 중심으로. 갈곳없는 거리의 여인들을 위해 화장실을 개방한 사제. 그런 동생을 이해할 수 없어 벗어나기를 종용하지만 어느새 그도 동생이 속한 뉴욕에 정착하게 된다. 거리의 여인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대를 이어 모녀가 거리의 여인으로 살아가고 있던 중 경찰에 체포되어 판결을 기다리는 틸리와 재즈를 위해 코리건은 차를 몰고 그녀들을 위해 길을 나선다. 틸리는 강도 혐의로 갇혔고 형을 살게 되었지만 재즈는 무사히 석방되어 코리건의 차를 타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 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코리건을 그리워하는 형과 그의 죽음 이후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되는 여인, 거리의 여인들, 그 여인의 딸..
그리고 400m 위에서 줄 하나에 의지한 채 허공을 걷고 ,뛰고,춤추는 곡예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사연을 안고 곡예사의 성공을 바란다. 늙고 힘없는 노인의 현실, 젊음, 자식의 안타까운 죽음, 서로 다른 각자의 삶, 우발적이라 생각하고 싶었지만 의도적인 사건, 마약을 하는 이들, 판사,경찰, 그리고...뉴욕시민 모두가 바라보는 허공을 독자들 또한 바라본다. 이 소설은 정말 두껍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600p에 달하는 두툼한 책을 보며 그래도 쉽고 빠르게 읽혀지리라 생각했지만 한 두 호흡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몇일에 걸쳐 조금씩 진행시켰다. 마치 아껴먹고 싶지 않지만 저절로 아껴먹게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