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굿바이 파라다이스>

히가시노 게이고를 제외한 다른 장르의 일본 문학을 즐기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의 추천으로 추리소설과 에세이,현대소설,고전등을  몇편 읽어봤다. 특히나 무서운 장면을 보게되면 환한 집안에서도 몇날몇일을 등뒤에 뭐가 들러붙은것마냥 무서움이 밀려오기 때문에 기피하는데 음..이건 뭐... 읽어가며 내내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책이 재미없어서도 아니고 흥미가 덜해서도 아닌 내 비위가 약하기 때문인가보다.   예전에 읽었던 단편 호러물중에 무진장 비위가 상했던 내용을 읽은 후 오랫동안 같은 장면이 생각나 뭘 먹을 때마다 속이 안좋아 고생했었는데 그 책이 아마도 <수은충>으로 기억된다.  여러 단편으로 묶여진 내용중  거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되었다.   손자를 잃은 한 할머니가 친구와 그녀의 손자를 초청해 아이에게 햄버거를 만들어주었는데 그 햄버거가 사실은 죽은 손자의 팔 한쪽을 갈아서 만든 것이다. 죽은 아이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였던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손자의 죽음 이후 팔 한쪽을 몰래 가져와 햄버거 패티처럼 만든 후 같은 또래의 친구 손자에게 먹임으로써 영원히 그 아이와 함께 살아있기를 원했던 할머니의 소망. 그리고 햄버거를 먹던 중 보였던 잘린 손톱. 으스스한 기운. 윽... 다시 떠올려봐도 뱃속이 울렁거린다.

 

수은충의 단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울렁거림은 이런 비위가 상하는 역겨움이었고 또다른 일본 문학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근대화 물결을 타고 일본 젊은이들이 느꼈던 모호한 정체감, 비행,혼란을 그렸는데 그것 또한 보면서 인상이 마구 구겨지며 답답해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문학은 대체로 나에게 이런 느낌이었기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우리나라 작가인 강지영씨의 작품에서 일본문학을 읽었을때 느껴졌던 향이 맡아진다. 하지만 완전히 비슷하다고 할수도 없고, 전혀 다르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래도 일본 호러물을 읽었을때보다는 덜하다. 뭐가 덜하냐,, 재미가 덜한것이 아니라, 엽기 행각이 덜한것이 아니라 ,반전이 덜한것이 아니라,,,,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고민좀 해봐야겠다.  읽은지 한참 되었는데  이 책 정말 독특하다. 독특한 단편들로 구성되었고 나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책장을 들춰보지 않는게 좋을듯하다.

 

빛더미에 올라앉아 원치않는 이혼을 했고, 어느날 아내는 남편을 만나 사람을 죽였다고 담담히 말한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사채를 어디에 썼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던 아내는 빛독촉에 못이겨 모기잡는 에프킬라를 콜라에 타 먹인 후 쓰러진 사채업자들을 뒤로하고 도망친다. 그러나 결국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그녀의 시신을 찾은 남편은 집안으로 그녀의 시체를 옮겨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시체와의 동거. 지문을 없애기 위해 손가락 끝이 얇게 저며진 길고 하얀 손을 잡으며 남편은 사랑을 속삭이고 결혼기간 내내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몸을 죽은 후에야 보게된다.살아있을때보다 죽은 후에 아내를 더 사랑하게된 남자.  성 전환 수술과 수술 이후 비용 때문에 쓰게된 사채. 그 사체로 인해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 아내. 썩어가는 육신과 살아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영혼...첫 번째 단편의 내용중 일부분인데 10편의 단편이 모두 독특한 호러물로 구성되어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것은 추리물의 특징인데 추리물의 특징 더하기 기묘하고 혼란스럽고,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엽기적인 내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