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훔치다
이시백 지음 / 검둥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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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을 훔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읽다보니 놀라웠고, 놀라다보니 현 교육세태가 적나라하니 들어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던 학교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긴...대학도 장삿속을 드러내는 판에 중고교라고 이득을 쫓지말란법은 없지만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심히 고민된다. 책장을 펴면 처음 마주치는  서문에 이시백 ’작가의 말’ 누가 학교 종을 훔치나 에 대한 글이 실려있다. 작가가 전하는 글들을 읽어가며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본문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는데 벌써부터 악취가 진동하는 학교의 비리가 사실일까? 예전에 학생들이 등교거부를 하고 학부모들이 교문에 모여 소란스러운 의논을 하고 교사들이 파업을 벌이던 그 장면이 여기에 나와있는 그 학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정확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지만 연일 보도되는 뉴스를 통해 세상에 속한 학부모의 모습으로 꽤 관심있게 추이를 지켜봤던적이 있다. 자신을 위해 운동장으로 뛰쳐나왔던 아이들의 울부짖음, 힘없는 아이들이 학교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 쇠줄로 꽁꽁 묶어 닫아걸린 교문, 학교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고 있었나.

-이 책에는 비교적 건실하다는 소리를 듣는 서너 사립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엮여 있다. 혹 호기심 많은 독자께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 여기까지 읽고 책에서 눈을 떼었다. 깨알같은 글자에서 눈을 들어 먼 곳을 보며 안도를 했었다. 그리고 작가의 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진행시켰다. 작가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나름의 작업인셈인데 먼저 읽던 곳에서 다음으로 진행하니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 많은 독자들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한다던 곳에서 멈추며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렇겠지. 설마하니 학교가 이렇게까지 썩어빠졌겠어... 하지만 뒤이은 작가님의 글은 이러하다. - 사실은 이보다 더욱 참담하고, 차마 글로 옮기기 부끄러워 누구처럼 좀 마사지를 했다. - 

아무 정보도 없이 이 책의 표지를 보았고, 간단한 책소개 중 두어줄 읽은 후 외국 소설인가? 외국 학교의 일인가 싶은 짧은 생각도 했었다. 표지의 소녀가 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제목 자체가 그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든 아니든 나도 모르게 이 책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차라리 읽지 말것을,,, 그랬다면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것을...  시궁창으로 한발 내딛지 않아도 우리는 잘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아이들은 지금처럼 학교생활을 무난히 해나갈텐데 왜 들춰봤을까. 왜 알려고 했을까.. 하지만 알지 못했다면 억울할뻔했다. 비록 일부 학교에 국한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알게되어 참 다행이다. <종을 훔치다>를 읽어가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이렇다. 완전 시궁창이군. 비단 학교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학운위 또한 마찬가지였군. 그리고 이 책에도 나와있듯 얼마전 교원평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행 취지와는 무관한 현실이 답답해 왜 이걸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몇몇 학부모들과 교원평가에 관련된 내용으로  통화를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학교에서 듣고 부모에게 어찌어찌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종알거림을 들으며 이럴 바에야 뭐하러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도,학부모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더이상의 내막은 밝히지 못하겠지만 방법이 옳지 못하다.

표지의 검은 아이는 혼혈아다.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기지촌 근처 마을의 아이. 흑인 병사의 약속을 믿고 평생을 기다린 엄마와 까만 피부의 소녀. 그리고 승일종고 문제아 집단인 부대찌개파. 흡연은 기본이요. 마을 근처 무덤에서 밤새 술마시며 오토바이 폭주족으로 까만밤을 수놓았던 아이들. 학교는 밤새 못잔 잠을 보충하러 왔으며 칭찬보다 매를 더 많이 맞았던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이들. 가정환경은 열악하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저희들이 옳다 믿는것을 믿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믿음으로 지켜주는 박선생. 인간적으로 살고싶지만 권력과 힘에 손을 마주잡은 변선생. 전교조 교사로서 옳지 않은 행위에 맞서다 해직된 이교사. 권력과 손잡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옳은 일을 하려했던 교감. 막강한 권력으로 학교를 쥐락펴락 했지만 평교사로 밀려나 먼지 자욱한 운동장에서 수업을 해야만하는 최교장의 굽은 어깨. 시류에 편승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교사들. 그 아래서 고통받는 승일종고 아이들의 반란. 그리고 부대찌개파의 도전과 성취. 이사장의 장남으로 최교장을 밀어낸 후 교장에 취임해 학교도 이득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으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박선생과 까만 피부 정미의 진학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시도했던 사람. 결국 학교종을 훔친 뒤 그곳에서 목을 매 자살한 정미. 가슴아픈 일도 많고, 때때로 아이들의 엉뚱함 때문에 미소도 만들었던 <종을 훔치다>는 학교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고 있는지 생각해볼일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 가르쳐도 학교는 할 일을 다한 거요." 박선생이 하던 말이 요즘 들어 변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성적순으로 한 줄을 세우고, 서로경쟁을 시키는 것보다 그게 진짜 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어느 대학이 알아줄 것이냔 말이다. 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232p-

작성자: 책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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