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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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으니까 괜찮아....: 서바이브>

전미 대륙과 유럽의 청소년들을 감동시킨 화재작이라는 <서바이브>는 알렉스 모렐의  데뷔작이이며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다룬 작품이다. 데뷔작이라기에 조금쯤은 어설픈 감정처리 혹은 앞뒤가 맞지 않는듯 이질적인 느낌이  어딘가에서 발견되지는 않을까 살펴가며 읽었는데 별로 흠잡을 구석이 없는 작품이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한 소녀의 아픔이 손에 잡힐듯 다가와 아련히 퍼져나간다.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죄책감을 가진 소녀 제인 솔리스. 그 마음의 짐을 깊은 곳에 숨겨둔 채 반항하며 홀로 투쟁하듯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 결국 아이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 병동에서 치료를 받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마음에 들어올 수 없었으며 그녀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다.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인은 급기야 영악한 방법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이용한 자살 방법을 모색하고 6개월동안 병원의 모든 이들에게 괜찮아졌다는 메시지를 보내어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게 된다.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남편의 그림자를 좇는 엄마에게로...

 

병원 관계자의 눈을 속여가며 수면제와 기타 비슷한 약들을 구입하고 비행기 안에서 자살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제인. 그러나 예기치못한 기상 변화로인해 제인의 자살기도는 무위로 돌아가고 그녀가 탔던 비행기는 로키 산맥 어딘가에서 부딪혀 산산조각났고 제인에게 찾아온 암흑... 자살하려고 들어왔던 비행기 화장실이 그녀의 목숨을 살릴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는 여기저기 아픈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서 나왔고 그때 벼랑 아래에서 살려달라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폴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제인 옆자리에 앉았었고 제인은 벼랑과 나뭇가지에 걸린 채 안전벨트에 묶여있는 그를 구하게된다. 할 수 없을것이라 여겼던 일을 해내고 폴을 안전하게 구한 제인에게 올드 닥터가 해줬던 말이 떠올라 몸을 움직이게 하고 생각을 거듭하게 했으며 그 결과 폴을 안전하게 눈덮인 설원 위로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을 얻게되었다.   -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안 된다. 제인. 천천히 시들다 죽지 않으려면 스스로 일어나야 해.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지." -

 

그리고 폴과 제인은 구조요청을 위해 산맥 정상에 오르기로 하는데...  여기서부터 폴과 제인의 숨가쁘고 아찔한 장면들이 수없이 나타나 독자들의 온몸을 움찔거리게 만들듯하다. 암벽 등반을 해본적 없는 제인과 한몸이 되듯 그렇게 숨가쁘고, 서로의 체온을 나눠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엄청난 추위 속에 우리들도 내던져진듯 몰입하게 된다.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제인의 마음에 병이 들었다면 언제나 낙관적이며 즉흥적인듯 보여지는 폴 역시 마음 한가득 아픔을 간직한 아이였고 두 사람의 처절한 생존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을듯하다. 숨막히는 추격전이나, 가파른 사건 전개는 없었지만 나도모르게 작품에 동화되는것을 느꼈으며 가늠할 수 없는 추위와 눈보라에 갇힌듯 <서바이브>에 갇혀버린 느낌이든다.   

 

 

때때로 우리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던간에 내보이고싶지 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다만 그 강도가 얼만큼이며,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얼만큼이냐에 따라 마음에 병이 들고 안들고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왜 나는 살아있느냐는 제인의 말. 죽으려했던 자신은 살아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가 있었던  비행기 탑승객은 죽었으며 그로인해 살아남은 제인은 또다른 죄책감에 아파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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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 세트 - 전2권 암향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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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처럼 펼쳐지는 러브스토리 <암향>

비연작가는 한국 로맨스 작가로 이름이 꽤나 알려져있는듯하다. <암향>이 출간된 직후 관심이 생겨서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작가에 대해 알아보며 한번 읽어볼까 싶은 마음에 지인의 추천으로 <기란1,2,3>을 읽게되었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단숨에 읽어가며 오호~ 재미있구나~ 또다른 작품은 뭐가 있을까  찾아볼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암향1,2>. 어제 도착해서 새벽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버렸다. 덕분에 한낮인 지금은 눈에 졸음이 한가득~~~ 졸립다.^^; 재미있는 책을 읽어가며 시간도 잊어버린 채 밤을 밝혔던 여파가 지금 이순간 나를 마구 괴롭히는구나...

 

풍요롭고 강대한 제국이었던 순나라는 정덕황제의 무능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내시들과 간신들이 조정을 장악하고  황제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황제의 귀에는 순의 방방곡곡 행복하지 않은 이가 없으며 관리들은 엄격하지만 공정한 나라임을 믿고 예술과 목공예에 푹 빠진 채 백성들의 신음은 생각조차 못할만큼 무능하다. 그러나 어린 황녀 하문예아는 부황의 실덕으로 인해 수치심에 고개를 숙이는 일 없이 도도함과 정당함을 온몸에 두르고, 황실 이곳 저곳에서 지탄을 받고있는 악재후 대장군의 편에서서 그를 옹호하지만 외삼촌 정현왕에 의해 번번히 무산되고만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살아왔던 정현왕과 그의 수족인 내관 조수복은 같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고 결국 순나라 최고의 충신인 악재후 대장군을 죽이기에 이른다. 그리고 순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신흥국 조나라에서 정략혼이 들어오고 하문예아는 어릴적부터 정혼자였던 악재후 대장군의 아들 악무일 대신 야만적이고 살인귀라 알려진 조나라 예친왕 아수청라사륜과 정략혼을 하게된다. 악재후 대장군은 자신과 가문을 버리고 충심으로 순나라를 지키고자 세밀하고도 교묘한 안배를 해둔 채 황녀를 조나라로 보내는데.... 조국을 위한 첩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조나라의 올곧은 정치와 황제 일륜의 치세를 보며 점차 조국의 몰락을 예견하는 한편 야만적이며 살인귀라 알려진 예친왕 아수청라사륜의 매력에 빠져드는데.... 고귀한 황녀 하문예아는 어떤 선택을 할것이며 아수청라사륜과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것인지~~ 더이상 밝히면 스포일러가 나올것이므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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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은 전작인 <기란>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로맨스에 충실한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기란>을 먼저 읽고 ,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잔잔한 사랑이야기를 원한다면 <암향>을 먼저 읽은 후 <기란>을 탐독하면 좋을듯하다. 엎어치나 매치나~~  어떤 작품을 먼저 읽든 빠져들기는 마찬가지고 한 작품을 읽어봤다면 또다른 작품이 궁금하여 찾아 헤메게될 비연 작가의 매력~ 그 속에 빠진 나에게는 <기란>이후 4년만에 내놓은 <암향>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또한 주인공이자 순나라 황녀 하문예아가 조국과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러 장면을 읽어갈때면 독자들도 같은 고민을 해봄직하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것인가... 각설하고~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었으며 예쁜 사랑이야기를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다만, 춤을 추듯~~ 영화를 보듯~~ 날개짓하며 나를 홀렸던 1권과 2권 중반에 비해 2권 후반부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어 조금은 아쉽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볼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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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을 쿠다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작가K 지음 / 청어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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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을 쿠다>

 

청어람 출판사,KBS 방송공사,한국영화감독조합,추리작가협회와 함께 진행된 제1회 황금펜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인 <쿰을 쿠다>는 SF소설이다. 제목의 독특함으로 인해 관심이 생겼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인셉션]보다 조금만 일찍 나왔더라면 좋았을거라던 심사평 또한 나의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봤다. 쿰이라는 건? 꿈을 말하는 것이고 ,쿠다라는 건? 꾸다를 말한다. 꿈을 꾸다. 꿈을 이용한 시간여행, 혹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가상 세계와 현실 사이의 꿈을 쿰이라 표현했고 쿰에 등장하는 인물과 현실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위들을 바라보는 독자는 작가 K의 상상력에 한발씩 더디게 다가가야 한다. 인셉션을 원작으로 읽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쿰을 쿠다>는 차라리 영상으로 만나는 편이 한결 쉽게 느껴질듯했다.

 

 다 읽고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의외로 내용은 간단하다. 그 간단한 내용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이런저런 줄기를 만들고 줄기가 또다른 줄기를 생성시켜 결국 이 나무와 저 나무로 건너뛰는 판타지 여행을 했구나 싶기도 했다. <쿰을 쿠다>의 시작은 고양이 섬에서 출발한다. 조용한 섬에서 남학생 제서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제서가 차고있던 시계를 보고 사망시각을 추정한 수사팀은  아이의 손에 들려있던 이상한 느낌을 주는 안경을 발견하고 출처를 수사하며 제서가 다녔던 학교와 집 주변을 수사한다. 칼잠과 은형사가 머물 민박집 뜨락은 아름다운 여주인이 운영하고 있었고 엄마처럼 아름다운  딸 유리를 만난다. 유리는 제서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문제아로 낙인찍힌 제서와도 가까운 사이였음을 알게된 형사들. 그리고 감춰진 진실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며 사건은 가파르게 진행된다. 한편 또다른 세상에서는 정신과 의사 현서와 환자 새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독자는 앞서 읽었던 고양이 섬의 등장인물과는 또다른 공간과 인물의 등장이라 여기며 열심히 줄거리를 쫓아갈테지만 결국 아하~! 라는 비명을 지르게 될듯하다.

 

-아이데카는 신기루다. 검은 대륙의 마니카 부족은 아이데카를 발견했지만 아이데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마니카 보족의 주술사들도 그 아이데카의 존재 방식을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했다. 주술적인 환경에 둘러싸인 그들은 현실과 꿈의 교집합에 아이데카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이데카는 그 생명이 아주 짧았다. 형상을 갖추게 되더라도 아이데카는 뜨거운 사막에 남겨진 얼음조각 신세였다. 아이데카는 눈에 띄기도 전에 사라졌다. - 151p-

 

-새매는 눈 혹으 ㄴ귀가 되어 사방에 떠 있었다. 그녀의 눈과 귀가 수백,수천 개로 불어나 있는 것 같았다. 쿰의 구석구석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쿰의 배경은 불특정 장소였다.

 

-자네는 수십 겹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꿈을 꾸고 있는데 프레디가 개입함으로 지금 이 꿈이 선택된 것이지. 선택된 꿈이 쿰이고, 프레디의 개입이 없었다면 자네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네. 선택된 이 꿈은 그저 가능성만으로 남아 있겠지.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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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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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엇 체트워드 톨벗 역에 에밀리 블론트 ,알프레드 존스 역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 원작 소설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원제는 Salmon Fishing in the Yemen.  예멘에서 연어낚시라... 엉뚱한 상상이면서도 왠지 이루어질것만 같은 이야기가 한편의 영상처럼 흐르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작품 답게 독자들을 흥미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책표지의 띠지에 영화 몇 장면을 넣은 것을 보니 국내에 개봉되면 보고싶어진다. 이미 국내에 에밀리 블론트,이완 맥그리거의 팬이 두텁게 자리잡고 있으니 책으로도 영화로도 아마 성공하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원작소설을 미리 읽는것만큼 설레이는 일이 없는데 영화도 무척 기대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중동은 모래바람이 유명한 사막인데 그곳에 회귀성 어류인 연어를 데려가고,중동 국민들 모두에게 연어낚시의 즐거움을 알게해주고 싶다는 부유한 족장의 바람이 결국 우리의 주인공 프래드 존스를 헤리엇에게 이끌었고 두 사람은 예측할수없고 불가능하리라 생각되는 <사막에서 연어낚시>프로젝트에 동승하게 된다. 이 소설의 묘미가 단순히 예멘에 연어를 데려가는 대형 프로젝트에만 국한된다면 신선하지만 좁은 설정에 실망하겠지만 작가의 섬세함은 우리 삶 곳곳을 후벼파듯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한 사람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또다른 집단이 개입하고 , 손익을 따지듯 어디에서 어떻게 개입하고, 어디까지 눈감아주어야 손익의 계산이 나올지를 재는 사람들과 정부와 정치인들의 공세와 언론의 각별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우리네 삶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어떻게 이어지듯 끊어지고, 끊어질듯 이어지는지 잘 표현되었다고나 할까.. 또한 연어 프로젝트를 제외한 프레드와 헤리엇이 직면한 개인적인 삶의 굴곡들을 바라보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할것도 같다. 경제력과 아이, 일과 가정, 사랑과 성공,단절과 대화,이해와 오해가 만들어낸 삶이라는 격랑 속에서  우리가 매일매일 겪고있는 사소함의 문제들도 프레드와 메리의 눈에서 새로이 조명되었다.

 

사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중동의 부유한 족장 모하메드는 예멘에 연어가 뛰노는 강을 만드는 것이 고국에,국민에게 모든 면에서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추진한다. 어류학자 존스의 과학과 자신의 돈이라면 불가능해보이는 꿈이지만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의뢰하지만 과학자답게 현실적인 존스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거절하지만 상관의 지시로 인해 연어 프로젝트에 임하게 된다. 조금은 소심하고, 조금은 매력적인 존스박사와 성공만이 인생의 최후 승자임을 믿어 의심치않는 아내 메리와의 관계도 삐걱대기 시작한다. 아내와 헤리엇을 자꾸만 비교하는 존스. 군 장교로서 이란에 투입된 애인의 소식을 기다리는 헤리엇... 두 사람이 나누는 정신적 교감 또한 <사막에서 연어낚시>를 읽는동안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로 한몫을 단단히 하고있다. 

 

-모하메드 족장에게는 특별한 비전이 있다. 단지 물고기에 관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근본적으로 이 계획은 낚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믿음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다. - 148p-

 

-나는 이렇게 멀고 이상한 곳으로 여행을 왔다. 몇 달 전 진지하고 존경받던 국립해양원 과학자로 이 여정을 시작한 사람과 지금 창문에 서서 예멘의 거친 산을 보고 있는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이 여정은 얼마나 멀리 갈까? 어디에서 끝이 나고 어떻게 끝날 것인가? - 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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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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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세요... 요리와 추억, 그리고 이야기>

책에서 따뜻함을 느껴보기는 처음인듯하다. 노란색 표지와 식탁위의 엉뚱한 돼지와 신사..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일곱빛깔 무지개 처럼 그려진 가슴 찡한 이야기들... 책을 읽으며 오가와 이토 작가가 그려놓은 세계에서 벗어나 나의 지난날이 한걸음씩 다가와 나를 감싸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도 데려가고, 저기에도 데려가주었으며 잊었다 생각했던 장소와 추억,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이 떠올라 잠시 멍~ 하니 생각에 잠겨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기도 했더랬다. 음식과 추억이 한몸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된 나. 이 소설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하나짱이라 부르며 돌봐드리는 엄마. 어린아이로 돌아간 할머니의 추억과 음식. 후지산을 닮은 팥빙수는 할머니의 기억 저편에 머물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용케 알아듣고 추억속 그 장소, 그 음식점에 찾아가 할머니를 위한 후지산을 준비했던 손녀딸의 눈으로 아주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신 내 할머니와의 추억과 음식을 맛보았다. 가끔~ 아주 가끔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내게있어 음식은 고픈 배를 채우는 용도였기에 음식과 추억이 한몸이라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깨달아간다. 작가가 풀어놓은 <따뜻함을 드세요>라는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음식과 추억을 한꺼번에 얻은듯한 이 느낌.

 

왠지 내가 무척이나 풍만해진 느낌이다. 잊고 있었던 어린날의 수제비 한 그릇도 생각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톡탁거리던 엄마의 주름치마와 좁은 부엌,올망졸망 모여앉은 형제들의 눈빛도 많이 생각난다. 돌아갈수도 없고 되돌릴수도 없는 지난 시절이 한 그릇의 수제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함을 느껴본다. 아~ 하~ 음식이란 그렇구나. 이것을 먹을땐 이런 추억을 함께 먹는 것이고, 함께먹던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음식 속에 녹아들어 우리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탄탄해지도록 지탱해주고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  마음이 아플 때, 누군가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 그럴 때 <따뜻함을 드세요>와 함께 한다면 잊고 있었던 추억과 음식들이 생각날듯하다. 치유의 힘을 가진 음식과 책 한권.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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