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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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원희는 여느 보통의 부산 할머니이다. 보통의 할머니이지만 모험심이 넘치고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일매일 궁금한, 젊은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기뻐하고 동년배들에게는 파이팅을 보내는,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소비할 줄 아는 할머니이다. 그래서, 지팡이를 짚을 나이가 되어가지만 그 대신 여행 짐을 싸서 캐리어를 끈다. 하고 싶은 건 많고, 해외 자유 여행에 나이 제한은 없으니까.

김원희 할머니의 여행은 청년들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다른 시선으로, 다른 모습으로 여행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방에는 관절약과 소염제, 찜질 팩이 들어 있고 무리하지 않는 여행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떠나온 여행지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지나온 시간'이 있고 그런 시간들은 '아직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영화나 책 속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어 찾아 떠난 여행지에는 "안녕하세요?" 하고 서툰 한국말을 걸며 길을 안내해주는 청년들이 있고 모닝펍에서 생맥주 한잔을 즐기는 동네 사람이 있으며 홀로 배낭을 메고 세계 자유 여행중인 75세 일본 할머니 '언니'도 있었다.

유명한 건축물보다도 타국의 동년배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고, 청년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매혹당하고, 어디에서나 마음의 자물쇠가 풀리기도 한다. 예약은 'Reservation'으로만 알았는데 'Book'이라는 단어에도 같은 뜻이 있다는 걸 여행하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것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이 책에서 나이듦의 경험과 그 나이여서 가능한 흥미로운 통찰, 신선한 시선으로 즐거운 삶을 이야기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해외 자유 여행’이란 멋스러운 단어가 주는 풍족함 이상으로, 내가 그 어려운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리스란 나라에 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더 만족스러운 것이다. 내가 나이듦에 있어서 무기력하지 않고 젊은이들처럼 해낼 수 있는 것, 그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노년이기에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함.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p24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의 무지를 당당함으로 무장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받아들일 줄도 안다. 설령 상대의 실수라 하더라도 이렇게 웃으며 넘어가는 지혜로움도 있다. 다툼이 생겨 서로 떨어질 경우, 낯선 나라에서 혼자라는 것이 얼마나 감당 못할 외로움인지, 불안스러운 환경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혼자가 두렵다. 젊었을 때는 혼자, 고독, 사색, 그런 멋진 낱말들이 그립지만 노년이 되면 그런 것이 얼마나 두려운 낱말들인지 알게 된다. p36
 

설령 누군가가 나이든 그대를 모른 척하거나 적대시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그것은 그가 그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늙음, 그 육신의 추레함이 싫을 뿐이니까. p156


글쎄, 70쯤 되면 그냥 조금은 아파도 좋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불편한 육신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새로 태어나고,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고, 이용되어지고 그리고 노화된다. 그리고 노화된 것은 새로움으로 교체된다. 자연의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164


오늘 영감은 서울에서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있다 하여 새벽에 나갔다. 물론 나 잠들 때 혼자 나갔다. 버스에서 아침식사를 줄 거라고 했다. 아침잠이 없는 영감은 내가 잠든 사이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다. 공복을 못 견디는 영감은 아침 일찍 혼자 토스트를 해서 먹는다. 자신의 아침 배를 채우겠노라고 마누라를 일찍 깨우는 것은 늙은 아내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졸혼에 이르지 않는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있다. 그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냉장고에서 떡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을 때운다. 새삼 생각한다. ‘늙으니 참 편하구나.’ p203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제목도 책표지도 너무나 멋진

네이버블로거 할매는 항상 부재중  

맑고맑은님의 새책이 나왔다! ^^


전작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중'을 재미있게 읽은터라

무조건 재미있을꺼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번 책엔 패키지여행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여행지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물론

그 연세에서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연륜이 느껴지는 다양한 이야기 들이

내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책을 읽으며 웃었다 훌쩍였다 늦은밤 티슈를 뽑아 들고 눈물을 찍어내니

김씨가 흘끔 쳐다보곤 한마디 하려다 아차 싶은지 그냥 고개를 돌린다.

눈치없이 한마디 했다간 배로 당할 껄 이제는 아는게지...


아프고나서 한가지 좋아진건

퇴근하면 리모컨 조정하듯 물가져와라! 뭐 먹을꺼없냐?부터

각종 물건들의 셔틀(?)을 시키던 김씨가 이젠 본인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조금 더 학습을 하면 자신의 아침배를 채우겠다고 나를 깨우는 일은

도리가 아니라는 걸 그도 알게될까? ^^;


인생의 중반을 훨씬 넘긴 나이에

컴퓨터강사로 젊은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일이 힘들때마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 수업하시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선생님의 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고

자유여행을 떠나는 것이 겁나고 두려울때도

잘 해낼꺼라는 격려에 용기를 얻기도 했으며

놓치고 지나가는 좋은 양서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모두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 할 일이었다.

한번도 뵌 적없는 이웃이시지만

제가 선생님 엄청 팬인거 아시지요?

이번 책은 느낌이 정말 좋아요~

오프라인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선생님의 책을

곧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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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리셋 -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인생 리셋 공식
이라야 지음, 박세현 그림 / 미디어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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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가 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 이들과 견주어 봐도 딱히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모나 형제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탐탁지 않다.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보면 모두가 목표의식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조급해지고 위축된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순간순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불투명한 내일 때문에 초조하고 외로워진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긴밀한 유대감이나 위안을 얻어 보려 하지만 나를 지지해 줄 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알려 준다. 그저 열심히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그동안 살았던 방식을 리셋(Reset)해 보라고 방법을 제안한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자신의 삶은 온전히 자기 몫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출발할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준다. 각 꼭지가 끝날 때마다 ‘나를 바꾸는 한 걸음’에서는 여러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인생을 찬찬히 탐구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우리가 사는 세상은 치열하며 예고가 없다. 분명히 어디로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옳은지, 어딘가로 가는 것 같은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지금 나아가고는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 것인지 당사자인 자신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막막하고 답답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진정한 내 편이 없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도움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지만 마땅한 사람이나 기원도 없다. 이때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혼자'인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섣불리 외로워하지 마라. 실제로 보면 너나없이 같은 처지다. 다만 아는 척 살아갈 뿐이다.
세상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날마다 익숙하듯 살지만 모두 '지금'은 처음 사는 것이다. 되돌려 살 수도 없고 지우고 다시 시작 할 수도 없다. 매우 불합리한 조건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다행이다. p41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인생지침서
퍼스널 리셋


안그래도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을 하던차에

예기치않은 사고로 다치고 나니

처음 일주일은 이렇게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하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이참에 정말  푸욱 쉬어보자 싶기도 했지만

어언 한달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덜컥 겁이 났다.


학원에서는 계속 연락이 오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OA강의인데

이렇게 일을 그만두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을 때 내가 설 강단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시간은 그 어느때보다 많지만

형평상 사진도 찍으러 나갈 수 없고

그림도 그리기가 어려우니 더 속상하고 답답했던 것 같다.

나를 바꾸는 한 걸음
1. 지금 당신 앞에 주어진 일들을 적어 보자.
2. 주어진 일들의 우선순위를 매겨 보자.
3. 자신이 하는 일이나 걱정 중 타인의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4. 오늘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일은 무엇인가?
5. 오늘 할 일 중 가장 주용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6. 이루었을 때 가장 성취감이 높은 일을 크게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이자.

선택과 집중은 언제나 옳다 p139

목차만 봐도 꽤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한 chapter가 끝날 때마다 나를 바꾸는 한 걸음을 제시하고 있는데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거나 아흔살까지의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향후 5년후의 내모습을 그려보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볼까 한다.


며칠전 도로시와 올리브랑

나이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며 배려하며 살자고

카톡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무기 침묵에 대한

각나라의 속담들이 눈에 띄어 옮겨 보았다.
 

프랑스 : 침묵은 금이다.
독일 :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침묵보다 더 나은 그 무엇을 말하라.
이스라엘 : 제대로 침묵하는 것이 제대로 말하기보다 더 어렵다.
이탈리아 :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침묵할 줄만 안다면 그는 충분히 아는 것이다.
루마니아 : 침묵도 대답이다.
스페인 : 듣고 보고 침묵하라. 그렇지 않으면 삶의 쓴맛을 보리라
덴마크 : 절약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입부터 절약해야 한다.
터키 : 현명한 사람의 입은 그의 가슴 속에 있다.
중국 : 어떤 사람은 일생 말을 하고도 아무 말도 안한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일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말을 한 한 것이 아니다.
일본 : 한번고 입 밖에 내지 않은 말들은 침묵의 꽃이다.

침묵의 지혜가 담긴 속담 p241

이른 아침

가족들 식사준비하며 FM라디오를 듣곤 하는데

오늘은 방송국이 폐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음악만 흘러나왔다.

늘 DJ의 멘트와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다가

찬양만 듣는 시간이 나쁘다기 보단

뭔가 어색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루했던 장마도 지나가고

창밖에 푸른 하늘과 햇빛에 반짝이는 나무들

간간히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너무나 평화롭기만 한데...

적지 않은 나이에 코로나19로 처음 경험하는게 많은 2020년...


다시 한 번 신발끈 질끈 묶고

새로운 날 힘차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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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 청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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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편집자이자 작가인 베로니크 드 뷔르가 2017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주인공 잔은 아흔 살, 외딴 시골 농가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다. 아흔 번째 봄을 맞던 날, 잔은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별일 없는 나날 속에서도 그날그날의 기분을 기록하고 문득 떠오르는 추억을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늙은이의 특권이라면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시간이 아주 많다는 것, 잔은 이 넘쳐나는 시간을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채우며 살기를 원한다. 그녀는 언제까지나 자기 집 정원에서 꽃이 피는 광경을 보고 싶고. 친구들과 백포도주 한잔을 즐기고 싶다.

유일한 이웃인 옆집 농가 부부의 좌충우돌을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싶고, 벤치에 누운 채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내년에도 이 별들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잔은 자식 손자 들을 위해 냉장고에 맛있는 음식을 채워두기 좋아하지만 혼자 살기를 좋아한다. 이 일 년 동안의 일기는 노년의 소소한 행복,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슬픔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난 6월 전주 소소당에 다녀오면서 구입한 체리토마토파이...

 


아흔살의 잔 할머니가 어느 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 비교적 후딱후딱 읽어내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이상하게 조금씩 아껴가며 읽게 된다.


크게 일어나는 사건사고없이 딸과 아들 손주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정원을 가꾸며 틈틈히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기도 하고

이웃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지켜보는 잔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이 그려지고 있었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기중

후반부 겨울로 가니 떠나가는 사람들과 떠날 준비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했었다.

 

삽화없이 텍스트로만 구성된 책이라 할머니 모습을 상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홍여사님이 모바일그림으로 그리신 귀여운 잔할머니의 모습이

정말 딱이다 싶어진다. ^^


비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웠던 폭우로 빗소리에 잠 못 들던 날들이 계속되기도 하고

남자친구가 내년 봄쯤 결혼하자고 한다는 큰딸의 얘기를 들어서인지

'우리모녀 사이는 늘 각별했다'는 한 구절엔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목요일인 오늘

잔할머니의 일기도 8월 6일이 목요일의 일기엔 혼자서도 재미나게 시간을 보내시는 할머니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닥터 지바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평범하고 소소한 삶과는 전혀다른

장편소설을 좋아하며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으면서 탐정놀이를 했다는 이야기와

독서 모임을 만들었지만 타인의 취향은 대체로 나의 취향이 아니어서 남이 골라준 따분한 책을 읽는 일은

2년만에 그만두었다는 구절부터는 잔할머니를 더 좋아하게 된것 같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제 중반부를 조금 넘긴 나이...

생존의 시간은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그것을 충족하지 못한채

건강문제나 경제적인 결핍에 의한 쓸쓸한 노년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곤 했는데

책을 덮으며 책의 마지막 표지의 있던 글처럼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슬픔들을 받아 들이고

그저 그런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며

잔 할머니처럼 살고 싶어졌다...

 

 


5월 14일 목요일

잠을 설쳤다. 어제 드니즈 집에서 너무 많이 먹고 마신것 같다. 나는 과식에 익숙지 않다.

게다가 어제 아주 늦게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모임이 파할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닌은 아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밤새 바람이 소란스럼게 불었고 빗물이 빗물받이에 타닥타닥 떨어졌다. 빈집에서 문들이 덜컥거렸고 어디선가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나는 텔레비전을 켰고 새벽까지 비몽사몽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p79




6월 28일 일요일

우리 모녀 사이는 늘 각별했다. 그 애를 낳았을 때 아들은 이미 열다섯 살이었고 오래 가지 않아 집을 떠났다. 아들은 아버지와 자주 부딪쳤기 때문에 대학입학시험을 통과하자마자 릴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버렸다. 나는 집에 거의 붙어 있지 않은 남편과, 가급적 피하고 싶은 시어머니 사이에서 자주 외로워했다. 그런 나에게 딸은 선물과도 같았다. 그 아이는 아주 순했다. 내가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는 동안 몇시간이고 혼자서도 차분하게 놀았다. 나는 딸과 손을 잡고 오솔길로 산책을 다니곤 했다. p132




8월 6일 목요일

혼자 살아도 심심할 겨를이 없다. 할 일은 늘 있다. 요리도 하고, 독서도 하고, 십자말풀이도 하고, 카드점도 친다. 침대머리 서랍에 간직해놓은 몰스킨 수첩에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들었던 인상깊은 말, 책이나 신문에서 발췌한 문장을 적어두기도 한다. 삶, 죽음, 신, 교황에 대한 이야기. 상관관계도 없고 순서도 없는 사진들을 앨범에 모으듯 여기 어울리지 않을 별의별 말을 수첩에 모아둔다. 나는 뜨개질도 아직 그만두지 않았다. 반복적인 손놀림이 통증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뜨개질하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긴 한다. p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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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장기민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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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속에는 디자인이 깃들어 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접하는 모든 것의 출발이 디자인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한글도 창조적인 우리만의 문화이자 디자인이 창출해 낸 유산이다. 디자인은 상업디자인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생각하면 그 범위가 광대하고 광활하다. 이 책은 디자인의 지평을 열어 망원경으로 보듯 멀리 있던 디자인 경영의 세계를 눈앞에 보여준다.

몸을 디자인한다고 반문이 터지는 이유는 그동안 디자인의 개념을 축소해서 협소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공간, 광고, 영상, 산업, 가구 등 디자인이라고 각인되고 유형화된 디자인의 개념을 바꾸자. 자신의 생활을 디자인하고 경제활동도 디자인할 수 있다. 그 방법을 모색중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디자인을 연구할 때 다각도에서 관망하고 분석하듯 자신의 실수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성공으로 전환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디자인을 더하여 “디자인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디자인간’의 개념을 만들었다. 디자이너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제 관념이 전달되고, 경제인에게는 디자인이라는 문턱이 그리 부담스럽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p8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디자인하려는 사람은 서브웨이를 찾는 것이고, 다른 만족감으로 자신을 디자인하려는 사람은 맥도날드로 향한다. 각자의 삶에서 모든 경제활동의 주체는 자신이다.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이 조금씩 디자인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p38


감정은 분명 소비된다. 누군가의 소비를 통해 내게 전달된 감정에만 집중하기보다 나의 감정을 어떻게 잘 소비하며 지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자. 똑같은 연봉을 받지만 어떻게 쓰며 지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돈을 잘 쓰며 지내야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감정도 잘 소비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누군가 보내온 이모티콘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우리는 이런 감정의 경제에 약하다. 감정도 단련해야 한다. p164

목차

프롤로그
생활경제 속 숨은 디자인을 찾아라

01 넓은 세상의 이로운 접근법, 디자인경제
02 나라를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03 생활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04 관계를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05 소득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06 생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07 동네를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08 비즈니스를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홍대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책제목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은

나역시 홍대입구역이나 상수역은 가끔 가곤했지만

홍대를 가본지는 꽤나 오래되었구나 싶었다.

 


재수시절 J학원에서 만난 짝꿍 진형이가 다음해 홍대에 입학해서

친구 만나러 학교 교정을 거닐었던 기억은 있으나

그외에는 거의 대학근처에서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홍대를 찾았던 것 같다.

 


이렇게 추억만들기로 시작된 책읽기는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하며

지루하지 않게 기업탐방(?)을 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의 의미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였던 건 아무래도 자주가는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더라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던 차에 다른 카페들과는 달리 진동벨을 쥐어주지 않고

굳이 이름을(우리나라에서는 이름부르는 것을 꺼려해 닉네임을) 부르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 맛'이 아닌

'스타벅스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한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구절이었는데

나역시도 스타벅스가 아니었다면 편입한 방통대를

무사히 졸업하기 힘들었을 것을 알기에...

처음부터 별다방이 좋았던 건 아니다.

나름 커피맛을 찾아 학원근처의 카페들을 순례했었지만

스타벅스만큼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로왔던 공간은 없었던 탓에

출근전후나 공강시간에 그곳에서 주로 공부를 했고

졸업후에는 책읽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스타벅스를 애용하고 있다.

 


그외에도 이렇게까지 줄을 서서 커피를 마셔야 했던 블루보틀과

코로나19이후로 새롭게 친구가 된 맞춤서비스를 자랑하는 넷플릭스,

낮시간에 비해 운행량이 적은 밤 시간을 활용한

새벽배송이라는 남다른 발상으로 성공한 마켓켈리,

20~30대 고객을 타겟으로 한명의 고객을 제대로 만족 시키기 위한 배달의민족등

생활경제속 숨은 디자인 찾기는 꽤나 흥미로왔다.

 


감정을 적절히 생산하고 소비하라는 이모티콘경제학...

오늘은 핑계김에 예쁘고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골라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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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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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터이자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등으로 좋은 작품을 책으로 전해온 이소영 작가가 이번에는 스웨덴의 국민 화가인 ‘칼 라르손’이야기를 들려준다. 스웨덴의 작은 아트 숍에서 작가가 우연히 발견한 칼 라르손의 작품이 담긴 엽서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렇게 따뜻하고 예쁜 그림을 그린 화가는 누구일까?’ 하며 무작정 그가 살았던 스웨덴으로 여행을 떠났고, 칼 라르손의 집 ‘릴라 히트나스’에서 그가 그린 행복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카린과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이다." p12


”칼 라르손은 아이들이 책을 읽는 장면을 많이 그렸다. 이는 부모였던 칼과 카린 모두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칼은 늘 침대맡에 많은
책을 두고 장서가를 꿈꿨고, 카린 역시 어린 시절부터 엄마 힐다에게 독서 습관을 배웠다. 그가 그린 독서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내 내 주변에 있는 책을 찾게 된다. p121


나는 칼이 그린 아이들 중 브리타가 주인공인 작품을 제일 좋아한다. 브리타는 칼의 그림 속에서 고양이와 자주 함께한다. [샌드위치를 먹는 브리타와 고양이]에서 브리타는 정원에서 칼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브리타의 앞에는 검은색 얼룩 고양이가 있는데, 브리타가 짓는 상냥한 표정 덕분인지 고양이의 모습에서도 평안함이 묻어져 나온다. 순수한 아이의 웃음은 감상자의 마음까지 흔든다. p136


카포가 누워 있는 이 작품은 [아늑한 구석] 또는 [게으른 자의 구석]이다. 어느 집이나 피곤하거나 게으르고 싶을 때 늘 즐겨 찾는 자리가 있다. 특히 북유럽의 인테리어는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구석 자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리딩 누크Reading Nook'와 같은 공간을 중시한다. p191



자화상, 1906

스톡홀름에서 태어났으며 집안이 매우 가난하여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3살 때 학교 선생님의 설득으로 스톡홀름 미술 아카데미(Stockholm Academy of Fine Arts)에 들어갔으며 1869년에는 엔티크 스쿨(antique school)에서 공부하였다. 이후 파리로 가 프랑스풍의 부드러운 빛깔로 두텁게 칠한 수채화 작품을 많이 그렸다.

1882년 파리 외곽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예술가들의 거주지 그레에서 역시 화가였던 카린을 만나 결혼하였고 그곳에서 몇몇 중요한 수채화 작품을 그렸다. 이후 카린과의 사이에  8자녀를 두었으며 아내와 자녀들이 작품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1888년 순트보른으로 이주하면서 자신의 집을 예술가적인 취향으로 꾸며 그곳에서 가족들과 평화롭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하였다. 작품도 전원생활을 주제로 한 아름답고 장식성이 강한 그림들을 그려 화제를 모았다. 수많은 삽화들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10월October≫(1882), ≪커다란 자작나무 아래서의 아침식사 Breakfast under the big birch≫(1894~99), ≪한겨울의 희생 Midwinter sacrifice≫(1914~15)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칼 라르손 (두산백과)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책을 구입한지는 꽤 되었는데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을 먼저 읽다보니 뒷전으로 밀렸다. ^^;

먼저 그림부터 감상!

가족들의 일상을

수채화로 그린 그림들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과자통을 들고 있는 브리타, 1894


무려 여덞명의 자녀를 둔 칼 라르손...

대부분의 아이들 그림들이 다 사랑스러웠으나

요그림 과자통을 들고 있는 브리타는

꼬맹이 어린시절의 모습을 많이 닮은 것 같아 옮겨 놓았다. ^^



책 읽는 카린, 1904

"가장 행복한 독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는 것이다."

북유럽의 인테리어를 볼 수 있고 책읽는 장면들이 많아 더 좋았는데

부인 카린과 아이들이 각자 편안한 모습으로 책읽는 장면들을 보며

역쉬 엄마가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하루 빨리 내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꽃이 있는 창문, 1894

"만약 마음속에 빛이 있다면 당신은 항상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것이다."


초보식물집사인탓에 창가에 놓여진 화분 그림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장마철 시름시름 앓는 다육이,

새싹 나온후 영양분을 빼앗겨서인지 하나둘 떠나가는 스투키,

그럼에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는 알로카시아와 몬스테라...

모두 손목 다 나을때까지 잘 버텨주길...

 


진달래, 1906

"공간을 꾸미는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 사랑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안다."
 

이 책을 통해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를 알게 되고 그의 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특히 미술학교에서 만난 그의 부인 카린의 삶과 생활방식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남다른 센스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책...



 


칼 라르손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평범한 날과 특별한 날이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들의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 전체가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내는 일은 아주 소소한 것일지라도 거대하게 다가온다. 하루 종일 가재를 잡고, 물놀이를 하다가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씻고, 온가족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가재를 먹으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저녁에 대해 상상해본다. ‘물 앞에서는 다투지 않는다’라는 옛 성인의 말처럼 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고 넓은 바다로 향해 가는 물은 소리 없이 이 가정에게 꾸준한 행복과 평화를 준 듯하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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