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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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 그 중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특히 사랑하는 뮤지컬과 오페라의 상당수가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한다. 이에 그러한 고전 문학을 엄선하여 〈허밍버드 클래식 M〉으로 선보인다. 고전 작품을 읽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시리즈는 작품 고유의 품격을 충실히 살린 텍스트와 모던한 클래식 감성을 담은 표지로 완성됐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은 《드라큘라》. 트란실바니아의 성에서 ‘죽지 않는 자’로 살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 그를 물리치려는 반 헬싱 교수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흡혈귀 문학의 원조’라고 일컬어질 만큼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드라큘라》의 독창성으로 완성된 캐릭터와 설정, 탄탄한 내러티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호텔 안주인이 어찌나 불안해하는지 아무리 안심시키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그녀는 무릎을 꿇더니 가지 말라며 애원하기까지 했다. 정 가야겠으면 적어도 하루 이틀있다가 가라고도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맡은 일이 있었고,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가능한 차분한 말투로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맡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주인은 일어서서 눈물을 닦고는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 묵주를 내밀었다. P19


이곳에 온뒤로 늘 뭔가 찜찜했는데, 백작이 가까이 있으니 그 불편한 느낌이 배가 됐다. 거울을 통해 면도칼에 베인 상처가 눈에 들어 왔다. 상처에서 난 피가 턱으로 흘렀다. 나는 면도칼을 내려놓고 반찬고로 쓸 만한 것을 찾으려고 반쯤 돌아섰다. 순간 백작이 내 얼굴을 보고는 난데없이 내 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광기 어린 분노로 이글거렸다. 내가 뒤로 물러서자, 내 목에 걸려 있던 묵주의 구슬이 그의 손에 닿았다. 그러자 삽시간에 그가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분노가 어찌나 빠르게 사그라드는지 그가 조금 전 분노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P59~60


그녀가 힘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이 동쪽 하늘이 밝아오며 세상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커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밝아지는 세상과 달리 그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아침 첫 햇살이 방 안에 스미는 순간, 나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 그의 머리칼이 하얗게 셌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얗게 센 머리칼이 대비되어서인지 그의 안색이 유독 어두워 보였다.

우리는 다음 행동을 취할때까지 한명씩 돌아가며 하커부부를 지키기로 했다.

이것만큼은 확신한다. 저 태양이 오늘은 절망에 빠진 우리를 비췄으나, 앞으로 다시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P619~620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숨 한번 들이 마시는 사이에 우리의 눈앞에서 백작의 몸뚱이가 먼지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백작은 소멸하는 찰나 평안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가 그런 표정을 지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 표정을 확인했으니 내 남은 삶은 행복하리라.

붉게 물든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드라큘라 성이 보였다.

저물어가는 해를 등진탓에 부서진 성벽이 하나의 거대한 바위 같았다. P809~810



어지간한 책은 별다방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후딱 읽어내곤 했는데

이책 드라큘라는 책두께의 압박에 읽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


어려서부터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였기에 잘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드라큐라

창백한 피부, 송곳니, 입가에 피, 십자가, 마늘...


소설속 드라큐라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드라큘라와는 많이 다른 인물이었는데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의 일기를 통해 입체적인 드라큘라를 만나 볼 수 있는 시간...


섬뜻하고 비밀스런 낯선 존재의 상상을 넘어선 공포

인간만이 가능한 지치지 않는 용기

선과 악,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역사상 가장 도전적인 소설

- 드라큘라


더운 여름 읽기 딱 좋았던 책으로

호텔 여주인이 십자가를 건네주던 그 대목부터 긴장감이 일기 시작하더니 면도칼에 베이고 백작이 목을 움켜쥐는 장면부터는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찌 궁금해 관련기사를 찾아봤는데 뮤지컬은 4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를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는 듯 하다.



드라큘라로 분한 김준수, 전동석, 신성록의 공연중 신성록을 선택했는데 

그가 사랑한 미나는 두도시 이야기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임혜영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질 않는다. 일단 신성록과 박지연 커플의 드라큘라를 먼저 보기로...

책으로 예습은 마쳤으니 이젠 뮤지컬 드라큘라를 만나는 일만 남았다.

엄청 기대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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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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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내 손에 못 박은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 연민은 쉽게 지치고 분노는 금세 목적지를 잃는다. 이 책은 취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의 순간들을 그러모은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요.
이 고요함, 산딸기와 우유, 저녁놀에 물든 당신들의 얼굴,
수레 안에 곤히 잠든 미카엘, 류트를 타는 요프,
그리고 우리들이 나눈 이야기를 기억할 테요.
신선한 우유가 철펄 넘치는 그릇처럼 내 두 손에 조심스럽게
간직할 것이오.
이 기억은 나에게 커다란 충만함 그 자체가 될 것이요.

 


이 책을 읽는 그대가 책장을 넘기다 어느 구절에선가 자기 삶에 누군가가 새겨 넣었던 혹은 누군가의 삶에 자신이 선물해주었던 그런 반짝이는 한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 p9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만 고유한 의미를 갖는, 내가 살아 있음을 충만히 느끼게 해준 어떤 선율 어떤 장면, 어떤 냄새나 맛을. 생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들 때 그 기억이 수호천사처럼 그대에게 깃들어 다음 걸음을 떼어놓게 해주기를 빈다. p62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가시 많은 고슴도치는 가까워지고 싶어 다가가다 상대를 찌르고 자기도 마음에 피를 흘린다고, 성장한다는 것은 찌르지 않을 안전거리를 가늠해 유지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가시 많은 자는 상처 주지(받지) 않기 위해 평생 데면데면 평생선을 유지  해야 하는 걸까. 마음 닫고 입 꼭 다물어야 할까. 그렇지 않음을 아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이렇게 쓴다 하여 달라지지 않으리란 것 또한 안다. 내일과 모레 어제와 그거께 그랬듯이 엎어져 눈물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질리게 만들어 자책하고, 반복 되어 마음 부서지고, 그러고도 다시 웃으며 마음을 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쯤엔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가 되어 있더라도 세상에 머무는 동안 서로 사랑하는 삶이 나에게 허락되기를 기도한다. p151

 


어두운 터널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깨닫는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그 터널이야말로 찬란했음을. 그리움에 사로잡혀 뒤돌아보던 우리 머리 위로 반짝이는 순간들이 하늘의 별처럼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이 역시 훗날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을 것임을.

나는 안다. 끝이라 생각해온 어느 지점은 끝이 아니다. 거기에 빛나는 것들이 새로이 채워 넣어질 것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릴 무엇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에도 우린 저마다 아름다운  시절을 하나 더 통과하는 중일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 p241

 

 

 


별것 아닌 선의

 


새로 나온 신간을 살펴보다가 눈길이 멈춰선 제목,

아니 이 책은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 온 듯 하다.

 


어둠이 찾아온 시간,

낯선곳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 하는 내게 누군가 다가와

소리없이 다가와 내 갈 길을 밝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은 그림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두고두고 고마워 할꺼야 하는 마음과 함께...

 

 

 

착한척...

모태신앙인 나는 주일이면 제일 깨끗한 옷을 찾아 입고

예배시간을 마치고도 온종일 교회에서 보내며

나도 모르게 말씀 속에 또 율법 속에 살았던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난 이 책을 읽던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꼭지가

'조금 질리게 하는 데가 있어도'이다.

늘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착한 척하느라 마음이 힘들었던

애어른 어린시절의 나와 마주했다.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까지 살아오게 해준 건 가족들 외에도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음을...

 


어느날 갑자기

내 든든한 버팀목이자 나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해 주시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상실감과 허전함에 꽤 오래 힘들해 하던 시간이 있다.

 


추운 겨울날 나 혼자 세상에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

창밖에  하얀 눈만 내려도 펑펑 눈물이 나고

수강생이 따뜻할 때 드시라며

어머님이 손수 만드셨다는 만두를 내밀어도 눈물이 나고

심지어 교실에서 멀리 보이는 굴뚝의 연기만 봐도

왠일인지 눈물이 나곤 했다.

 


별것 아닌 선의...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수강생 중 하나가 검푸른 바다로 나를 데려가 주었다.

산책을 하고 올테니 울고 싶은 만큼 여기서 실컷 울어도 좋다고...

파도 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목놓아 서럽게 울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진 듯 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이 마음이 힘들어도

홀시아버님의 밥상은 차려야했고

상을 치루자마자 직장으로 돌아가

강의를 해야만 했던...

그동안의 어쩔수없이 겪어내야 했던 힘들었던 마음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그제서야 파도소리속에 잦아들었던 것 같다.

 


얼마후 돌아온 D는 차 뒷자석에서 포장해온 유부초밥과

따뜻한 캔커피를 내밀었다.

그날의 음식은 고마움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그해 겨울 입시학원 교무실이 생각난다.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귓가에 맴돈다. 가난했던 나는 그 미소한 배려들이 얼마나 세심히 마련되었을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주는 대로 받아 가졌다. 받아 가진 자로서 무얼 하면 될지, 은혜 갚은 까치의 시점에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생의 여정 중 맞닥뜨릴 고단한 이들에게 몸을 누일 열차 칸을 그때그때 내어놓는 것, 그리고 주는 대로 받아 갖는 누군가를 만나거든 나 또한 ‘그럼에도 재차 뭘 내미는’ 것. 이는 일생을 두고 행해야 할 작업이므로, 일단 오늘 밤엔 하늘의 별처럼 많은 고마움들 가운데 하나를 글로 옮겨 사람들과 나누기로 한다.”p26

 


 

'나 답게 살고 싶다'에 이어

베푸는 삶을 살고 싶어졌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은혜 갚은 까치의 시점에서 고민했던 시간...

 

 

 

"착한 척한다고 비난하면 달게 받겠다.

나는(도)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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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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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포착한 사전. 시인 김소연이 만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언어학적인 정의, 보편적인 정의를 과감히 배제한 채, 총 300개 낱말들을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렸다.

무려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는 김소연 시인. 그간의 공력으로 완성된 <마음사전>은,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그 언저리의 낱말과 사물들'을 찬찬히 둘러보게 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존심:자존감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심은 누군가 할퀴려 들며 발톱을 드러낼 때에 가장 맹렬히 맞서고, 자존감은 사나운 발톱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길고 긴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쁜 결과 앞에서, 자존심은 어차피 모든 걸 예감했던 듯 독해지며, 자존감은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하며 세상이 독하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깨닫고 만다.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고, 자존감이 강한 자는 자기애라는 목도리를 목에 감게 된다. 호주머니는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속성을, 목도리는 온기를 주고자 하는 속성을 예비한다. 자존심의 결말은 신문지라도 덮고 추운 겨울밤을 견뎌야 하는 노숙의 운명이라면, 자존감의 결말은 행복한 왕자의 동상과도 같이 어깨에 시린 눈발이 쌓여가도 허리를 펴고 서 있느라 다리에 쥐가 날 운명이다. p193

솔직함과 정직함
솔직함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것이고, 정직함은 남을 배려하려는 것이다. 솔직함은 전부를 다 풀어 헤친다. 이율배반적인 것들과 대책없는 것들과 막무가내인 것뜰까지 그냥 다 뱉어낸다. 솔직함은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는다. 이율 배반적인 것들 중에서 일관성을 찾아 정리하고 있으나 고집스럽고 편집적이다. 정직함은 가리는 것이 있다. 의도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믿음을 주겠다는 신념아래에서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정직함이다. p200


따뜻함
그는 열 번 중에 딱 한 번의 기회를 아주 잘 포착하는 귀신이다. 아홉 번은 무심하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다가와 위로 한마디를 툭 던진다. 대개 '거봐'라고 시작되는 걱정 한마디다. '거봐'라는 한마디 때문에, 무심한 줄 알았던 그가 꽤 오랫동안 내 문제를 속으로 걱정해왔겠구나 감동하게 한다. 그는 그 어떤 말들도 효력이 없다고 믿는 편이어서, 말을 아껴왔다가 슈퍼맨처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준다. p263


호방함
남들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지, 오늘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어느 식당이 음식을 맛있게 하는지를 생각해두는 순간에 그는,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팽창하는지, 지구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 닥칠지, 세계 인류의 언어는 몇 종이나 되는지, 다음 차례의 빙하기는 몇 년도에 시작될지를 생각해두느라 바쁘다. 호방함은 간혹 도를 넘어서, 당구를 칠 때에도 옆 당구대로 공을 훌쩍 넘겨버리고는 공이 사라지는 묘기가 가능해졌다고 기뻐한다. 그에겐 당구대는 물론이고 이 우주가 너무 좁다. p264



아주 오래전 나만의 단어사전을 만들고 싶었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 담아도

몇장의 종이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러

정여울작가의 서재에서 이 책을 추천하신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김소연작가의  '마음사전'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 



작가는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고 한다.

마음관련 이렇게나 많은 단어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중에서 두고두고 곁에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단어 몇개를 발췌해 봤다.



자존심.자존감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느닷없이 이 한문장에 또 눈물이 왈칵...

그렇게 지키고 싶던 자존심이었는데...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라면

나도 누군가의 자존감을 애정으로 선물할 수도 있겠구나. ㅠ.ㅠ


솔직함과 정직함

따뜻함

호방함...



나 이렇게 이 책으로 마음경영하며 나이들고 싶다.

아프지말고 무탈하게 귀여운 할머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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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 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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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특한 상상력과 기품 있는 문체로 세계 문단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오가와 요코의 국내 첫 산문집.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를 이번 산문집에서는 한층 더 가깝고 너르게 만나볼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의 단편을 독자적인 시선으로 포착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따뜻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작가 고유의 스타일은 에세이에서도 여전하다.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는 크게 ‘소설가로서의 글쓰기, 일상의 회복으로서의 산책, 가족을 포함한 여타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나 작가의 반려견인 래브라도 ‘러브’와의 산책이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킨 애견 러브와 산책하며 일상의 잔잔한 리듬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글쓰기나 삶의 무게가 버겁게 다가올 때 산책은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약이 되어준다. 타박타박, 가만가만, 산책의 담담한 리듬감을 닮은 책은 요즘처럼 마음이 답답한 시기에 우리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하얀 늪에 끝없이 빠져들 때는
"힘 내, 너라면 쓸 수 있어.
자,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하고
큰 소리로 기운차게 응원해주는 사람보다,
이요르처럼 한숨을 쉬면서
저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p21

새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날아오르는 기적을 글로 쓰고,
거기에 제목을 붙여 보존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내게도 번듯한 역할이 있다, 하고 생각된다.
그리고 다시 쓰다 만 소설 앞에 앉는다. p91


잠 못 이루는 밤,
세상의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동전을 닦거나 주어진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 나는 내일 또 소설을 쓰자는 다짐을 할 수 있다.p171



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

'걷다보면 괜찮아질 거야'를 읽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외에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무렵의 난,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

'키친'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작가들의 책을 즐겨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의 저자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연배가 비슷한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꼰대 같지만 '그땐 말이야~' 싶은 

우리만 아는 우리시대의 에피소드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데

이번책도 그랬다.


'긴뜨기, 한길긴뜨기, 두길긴뜨기'를 읽으면서는

학창시절의 가정시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필요해서 만든 교과과정이긴 했겠지만

내겐 그저 가장 재미없고 지루했던 시간이었던 탓에

교과서 밑에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꺼내 놓고

선생님 몰래 딴 짓을 하곤 했다.

이러하니 수놓기나 뜨개질 과제가 싫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으로 간호사 인니들중 고모부 먼 친척이기도 한

솜씨 좋은 윤언니가 내 모든 숙제를 대신 해결해준 덕분에

내 실기점수는 언제나 수! ^^;


'눈물과 안경'도 완전공감되는 꼭지중에 하나였는데

심지어 요즘은 안경을 쓰고서도 안경을 찾고 있으니.... ㅠ.ㅠ



'걷다 보면 괜찮아질거야'를 집콕했던 지난 겨울에 읽었다면

지금처럼 공감이 되었을까?!...


풀리지 않은 걱정과 고민도

꼬맹이와 나란히 걸으며 얘길 나누다보면

이내 별거 아닌 일이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병원에 가면 "노화현상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작가와 독자인 탓에

신간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도

많이 공감하며 긴템포로 한 번에 끝까지 읽어냈다.

 

"걱정은 저리 밀쳐두고 일단 산책부터 할까요?"


 

걸으면서 늘 지금 쓰다가 막힌 소설의 상태를 정리하고,
다음 장면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하곤 했어요.
또는 혼란스러운 현실의 문제를 풀었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결론을 이끌어내곤 했습니다.
소설을 쓰다가 피곤해질 때,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때,
"아, 그래. 산책을 하면 되지"하고 중얼거리고는
선크림을 바르고 집을 나섭니다.
소설을 계속 쓰는 한
아니, 살아 있는 한 저는 산책을 하겠지요.
_ 작가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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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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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고 해방시켜 더욱 즐겁게 살기’를 지향하는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한 일본 최고의 심리 상담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분노, 인내, 경쟁심, 허세, 불안, 초조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내 편으로 만들어 모든 의식의 중심이 타인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평소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감정을 무시하고 참기만 했다면, 늘 남을 의식하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불안하기만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는 그것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말로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며 그 원인이나 이유를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깨닫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해소해 나간다면 그 자체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46


감정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정보이자 신호로써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참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따르지 않고 있다'라는 나를 위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요컨대 인내는 나 자신이 스스로를 소홀리 대하고 있다는 무의식이 보내온 메시지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대로 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서 '사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스스로에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p72

남의 눈에 비친 '훌륭한 나'를 연기하려 할수록 자신을 포장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안될테니 결국 그것은 곧 자시 마음을 속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만족하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는 행위는 타인을 통해 만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신을 속이고 부정한다는 이율배반의 불안함과 초조함, 두려움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p120~121


원래 당신은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저 지금껏 그 능력을 허세 부리는데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다. 그러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다 보면, 허세를 위해 쏟았던 노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며 틀림없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 p135

마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나'라는 안식처가 있다. 그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상대의 말보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믿는다.
익숙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지만,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상대의 말이 내 마음에 어떻게 울리는가? 하고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상대의 마음을 감지할 수 있다. p210~211


실감의 축적에 따라 긍정적인 인생이 될지. 부정적인 인생이 될지 결정된다. 그러므로 의식의 밑바탕을 긍정적인 색으로 꾸준히 칠해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인생은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성공을 목표로 하면 내가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 행복을 목표로 하면 내가 원하는 행복을 이룰 수 있다. 하루하루 '사소한 기쁨'을 내 편으로 만들면 행복도 성공도 저절로 생겨난다. 진실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 진실을 찾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다. p216~217




나는 왜 참으려고만 할까?


생긴것만 보면 소도 잡게 생겼는데(?) 실상은 싸움도 잘 못하고

지는게 이기는 거라며 참는데 익숙해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보니 김씨만 아니면 화낼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



몇해전인가 강의하는게 지치기도하고 싫어져서 

1년 남짓 사무직으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지 않을까 싶은데

딸또래의 젊은 직원들과 나름 참으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지만

H샘이 오시면서 참고 있던 감정의 둑이 무너지고 말았다.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이야기해도

눈치보지 않고 칼퇴를 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난 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걸 알면서도

그렇게 참고만 지냈는지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ㅠ.ㅠ


감정을 조절하는 것,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것과 같은 행위를 지속하다 보면

결국에는 '나다움'도 점점 잃고 말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에게 전하는 아주 귀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p6


책을 읽다보니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듯

마음이 콕콕 아프다며 신호를 보낸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혀질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후 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컴퓨터강의를 하는 강사임에 감사하며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원장님 이하 모든 직원들이 반겨 주셨고 코로나19상황에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하던 수강생들이 있어 더 힘을 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존감도 다시 끌어 올리고 잃어 버렸던 '나다움'도 찾아 가고 있는 중이다.
 
 
 
 

 

내친김에 빡BTI 인내심테스트를 해보았다.

결과는?

LV3. 마찰을 꺼리는 중립기어!





유형특징


V 평소 분란이나 마찰이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V 그래서 착하고 배려심이 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여기서 반전 

 

V 사실 착해서 그런건 아니다 


 맞다. 너무 맞아서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나 한개도 안착하거든... ^^;


"감정은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앞으로 기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면서 

사소한 기쁨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나 이젠 안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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