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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마음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포착한 사전. 시인 김소연이 만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언어학적인 정의, 보편적인 정의를 과감히 배제한 채, 총 300개 낱말들을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렸다.
무려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는 김소연 시인. 그간의 공력으로 완성된 <마음사전>은,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그 언저리의 낱말과 사물들'을 찬찬히 둘러보게 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존심:자존감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심은 누군가 할퀴려 들며 발톱을 드러낼 때에 가장 맹렬히 맞서고, 자존감은 사나운 발톱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길고 긴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쁜 결과 앞에서, 자존심은 어차피 모든 걸 예감했던 듯 독해지며, 자존감은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하며 세상이 독하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깨닫고 만다.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고, 자존감이 강한 자는 자기애라는 목도리를 목에 감게 된다. 호주머니는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속성을, 목도리는 온기를 주고자 하는 속성을 예비한다. 자존심의 결말은 신문지라도 덮고 추운 겨울밤을 견뎌야 하는 노숙의 운명이라면, 자존감의 결말은 행복한 왕자의 동상과도 같이 어깨에 시린 눈발이 쌓여가도 허리를 펴고 서 있느라 다리에 쥐가 날 운명이다. p193
솔직함과 정직함
솔직함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것이고, 정직함은 남을 배려하려는 것이다. 솔직함은 전부를 다 풀어 헤친다. 이율배반적인 것들과 대책없는 것들과 막무가내인 것뜰까지 그냥 다 뱉어낸다. 솔직함은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는다. 이율 배반적인 것들 중에서 일관성을 찾아 정리하고 있으나 고집스럽고 편집적이다. 정직함은 가리는 것이 있다. 의도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믿음을 주겠다는 신념아래에서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정직함이다. p200
따뜻함
그는 열 번 중에 딱 한 번의 기회를 아주 잘 포착하는 귀신이다. 아홉 번은 무심하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다가와 위로 한마디를 툭 던진다. 대개 '거봐'라고 시작되는 걱정 한마디다. '거봐'라는 한마디 때문에, 무심한 줄 알았던 그가 꽤 오랫동안 내 문제를 속으로 걱정해왔겠구나 감동하게 한다. 그는 그 어떤 말들도 효력이 없다고 믿는 편이어서, 말을 아껴왔다가 슈퍼맨처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준다. p263
호방함
남들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지, 오늘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어느 식당이 음식을 맛있게 하는지를 생각해두는 순간에 그는,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팽창하는지, 지구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 닥칠지, 세계 인류의 언어는 몇 종이나 되는지, 다음 차례의 빙하기는 몇 년도에 시작될지를 생각해두느라 바쁘다. 호방함은 간혹 도를 넘어서, 당구를 칠 때에도 옆 당구대로 공을 훌쩍 넘겨버리고는 공이 사라지는 묘기가 가능해졌다고 기뻐한다. 그에겐 당구대는 물론이고 이 우주가 너무 좁다. p264
아주 오래전 나만의 단어사전을 만들고 싶었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온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 담아도
몇장의 종이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러
정여울작가의 서재에서 이 책을 추천하신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김소연작가의 '마음사전'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
작가는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고 한다.
마음관련 이렇게나 많은 단어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중에서 두고두고 곁에 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단어 몇개를 발췌해 봤다.
자존심.자존감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느닷없이 이 한문장에 또 눈물이 왈칵...
그렇게 지키고 싶던 자존심이었는데...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라면
나도 누군가의 자존감을 애정으로 선물할 수도 있겠구나. ㅠ.ㅠ
솔직함과 정직함
따뜻함
호방함...
나 이렇게 이 책으로 마음경영하며 나이들고 싶다.
아프지말고 무탈하게 귀여운 할머니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