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 -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김진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큰 소리가 나면 유난히 놀라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자극이 일어나면 불쾌해지고, 경쟁하거나 남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많은 일을 겪어낸 날에는 어둑한 방으로 물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컨디션이 회복되는 사람들……. ‘매우 민감한 사람(HSP)’을 묘사하는 이러한 항목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예민해서야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겠느냐’는 핀잔도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자평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확실히 예민한 사람은 어디서든 무난하게 타인과 어울리는 이를 선호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 느리고 서툴고 부족하고 유별나다고 폄하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방편을 쓴다. 바로 본래의 자기를 숨기고 예민하지 않은 척, 쿨한 척, 다른 사람과 똑같은 척 가면을 쓰는 것.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면 불필요하게 우울과 불안, 수치심, 죄책감, 낮은 자존감, 왜곡된 자아상, 번아웃 등에 시달리기 쉽기 때문이다.

책은 민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신경다양성을 지닌 이들이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제시함과 동시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감정 및 행동 조절 기법도 알려준다. 그동안 세상의 몰이해와 스스로의 채찍질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민감한 여성이라면 자극 넘치는 세상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책에서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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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여성들이 이런 경험을 한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히스테리'를 부린다더니 이제는 '불안해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숨겨진 자신의 일면을 비추는 다른 거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만나는 의사나 치료사도 마찬가지다.
감각은 영혼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글자 그대로 믿는다. 눈앞의 광경, 소리, 맛, 감촉, 냄새는 우리의 정신건강 및 정신적 고통과 상응하며, 그 정도는 민감성에 따라 달라진다. 겹겹이 둘러싸인 양파를 떠올려보자. 우리 존재의 중심에는 유전자, 생물학적 특성, 유년기 경험뿐 아니라 감각 특성, 다시 말해 우리 신경계가 감각세계에 어떻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역겹게 하는지가 자리한다. 이 모든 구성요소는 인생 전반에 걸쳐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 감정과 행동의 층위를 형성한다. 불안이나 우울증,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치료사나 의사를 찾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밖에 없다. 이는 감정과 행동의 바깥층만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겪는 문제를 진단할 모든 기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감각은 빠져 있다. 우리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완전히 무시를 당하는 셈이다. p18-19


우리는 열이면 열 모두 달라서 ‘옳거나’, ‘바르거나’, ‘표준적인’ 인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경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기에 ‘신경전형적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두뇌와 기질 차이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질수록 제각기 다른 두뇌 특성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리라고 믿는다. 여러 색깔을 보면서 특정 색이 다른 색보다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말이다. p31


심리학의 프레임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 바뀐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의학계와 정신의학계의 치료 속에서 우리는 분명 차별과 병리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린버그는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DSM》을 쓴 저자들조차 그 안에 어떤 유형의 고통이 담겨 있는지, 그와 같은 고통이 왜 발생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의사들의 흰 가운 안에 숨어 있다가 그다음에 드러날 편견과 차별의 사례를 도대체 무슨 근거로 알아볼 수 있을까?”
역사와 언어, 맥락, 권력은 누가 ‘정상’이고 누가 ‘이상하다’는 누명을 쓰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민감성, 특히 민감한 여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의료계와 과학계에서 지금껏 사용해온 표현으로 인해 민감성의 개념과 그에 대한 인식이 변질됐고 민감성은 질병으로 간주됐으며,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민감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로 배울 때이다.  p56


많은 여성이 감각 과부하로 압도당할 때 ‘공황발작’ 같은 대중심리학 용어에 현혹된다. 하지만 실제로 감각처리장애가 있는 성인 여성에게 공황장애 치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렇기에 판단과 이해의 바탕이 되는 준거 기준이 중요하다. 잘못된 진단과 초점이 빗나간 치료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수년 동안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아동기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헤맬 수도 있다. 하지만 노리스는 프로이트 학파에서 말하는 심각한 아동기 트라우마가 늘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감각 과부하는 불안과 유사해 보이지만, 여성들이 감각과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심리치료사를 비롯한 여러 치료사들과 감각 차원의 문제를 더 원활하게 공유하고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p148


신경다양성 패러다임은 기계론적 관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바람직하지 않거나, 도움이 안 되거나, 비생산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성을 완화하려 드는 대신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인간의 경험, 그중에서도 특히 ‘장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새로이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바로 신경다양성 운동이다. 신경다양성 지지자들은 신경다양인이 경험하는 불안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우리가 사회에서 경험하는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신경다양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안정감과 소외감, 고독, 우울을 불러오는지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p179-180


“그 [진단] 이후로 모든 것이 굉장히 명료하고 확실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안심했죠. 더 이상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제 모습 그대로 살아도 된다는 것, 제가 망가졌거나 실패자가 아니라는 것, 제 경험이 그저 상상에 불과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 자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서른여덟 해가 걸린 거죠. 이 새로운 렌즈를 통해 제 과거 전체를 정돈하고 분별하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에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p269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삶을 타인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나누며 연대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면모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혼잣말로 이렇게 되뇐다. '내 아픈구석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고는 자기 모습을 숨기고 동떨어지고 고립된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고립은 신체적.정신적 증상으로 발현된다.
교류를 늘려야 한다거나 외로움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 즉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터놓고 나누는 것이 다른 사라모가 관계를 맺는 지름길이다. 어떻게 반응하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내 쪽에서 먼저 문을 열어야 다른 사람이 문을 열도록 도울 수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릴 지도 모르지만, 머잖아 주위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 더 편안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그러면 스트레스가 줄고 우리 모두 더 건강하고 친밀한 삶을 누릴 수 있다. p311-312


길게만 느껴졌던 추석연휴...

이제야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이번 추석은 어찌보면 예비사위 백년손님을 치룬날만 빼면

추석전주부터 새손님 맞을 걱정으로 벌써 그로기 상태인

부실한(?) 언니를 배려해 막내동생집에서 친정모임을 가졌던 탓에

몸은 편하게 보냈던 것 같다.


결혼하고 30년 넘게 양가의 맏이 노릇을 했으니

동생의 호의를 고마운 마음만 잊지 않고

편하게 받아드려도 될터인데

몸이 편한 것과 별개로 마음은 넘 불편해서

다음부턴 좀 힘들어도

우리집에서 모이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ㅠ.ㅠ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읽은

'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


'신경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듯 한데 

신경다양인에게 유용한 의사소통 방법,

집과 업무 환경을 평안하게 가꾸는 법 등을 소개하며 

신경다양인의 재능이 세상 속에서 꽃피울 때 모두에게 더 나은 내일이 열린다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참고할만한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근간에 이런류의 책들을 많이 읽고 학습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지인들의 배려와 응원으로

예전보단 불안감도 많이 사라지고 자존감도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복직하기엔 자신이 없다.


오늘은 늘 연락이 오던 과장님 대신

학원원장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는데

고민끝에 겨울방학특강까지 잠시 더 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괴퍅한(?) 마눌의 눈치를 보면서도

꿋꿋이 조선시대남자로 살아가는 김씨도

내가 괴퍅한것도 아니고 유별난것도 아니고

사실은 예민하고 섬세한 아줌마라는 걸

조금씩 알아주기를...


이 책은 내가 아니라 김씨가 읽어야 한다고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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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편집 - 결국 생각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안도 아키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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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얻어 내는 발상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이 책은 머릿속에 흐르는 수많은 생각 속에서 내 삶을 지탱할 진짜 생각을 찾아내는 편집의 기술을 설명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발상력 엔진을 가동시키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상상력’이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아무리 경험을 많이 한들 거기서 이론은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논리는 당신을 A에서 Z까지 데려다주지만 상상력은 당신을 어디든 데려다줄 것이다.” 결국 상상력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인생의 차이를 빚어내는 생각 편집의 노하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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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갖 형태의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어날 때 몸의 느낌, 바깥의 날씨, 외출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아침식사, 오늘의 옷차림 등 어느 것이든 정보에 해당되는데, 그러한 잡다한 정보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여 쉴 새 없이 편집하는 행위를 편집공학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 표현하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소통하는 것은 편집이라는 행위 없이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활동하는 한 편집하지 않는 시간은 없으며, 잠들어 있는 동안조차 뇌는 편집 작업을 쉬지 않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p13

인간의 상상력이나 감수성은 너무나 많은 정보들로 메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대상에 대해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확증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이것을 흔히 고정관념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확증은 고정관념 이상의 아집에 가까운 생각 습관을 말합니다. 따라서 자기 속에서 잠자고 있는 '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몇겹의 고정관념의 껍질을 확 벗겨 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은 세계와 나 사이에 있는 관계를 부드럽게 다시 엮는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견해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한 풍경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모험을 떠나는 기분으로 자기 앞에 펼쳐져 있는 편집의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면,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에 놀아움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p17~18


기획이란 어떤 대상의 변화를 불러올 목적에 필요한 행동을 설계하는 일을 말합니다. 그리고 기획자란 연상력과 요약력을 발휘하여 그러한 설계를 남보다 뛰어나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기획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서 생각의 넓이를 확장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p40



편집력을 발동하려면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하던 장소를 떠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 바뀌어 더 큰 세계로의 모험으로 이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자기 자신이 나타나는 소용돌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저력이야말로 진짜 재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226

편집력으로 충만한 세계에서 간단없이 생겨나는 의미들을 우리는 상상의 힘으로 연결 지어서 새로운 의미로 편집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랬기에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밸러드는 ‘인류에게 남겨진 최후의 자원은 상상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이다지도 작지만 상상력은 우주를 감싸고도 남습니다.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견해를 둘러싼 편집에 대한 모험은, 이 작고도 큰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이때 생각의 편집 기술은 상상력을 폭발시켜 삶을 향상하게 하는 촉매가 될 것입니다. p241 


이번 추석연휴에

교육프로그램 개발, 비전설계등을 하며

일본 편집공학연구소에서 전무이사로 일하고 있는 안도 아키코의 책

생각의 편집과 함께 했다.



<재능을 열어 주는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

1. 생각 습관을 깨닫게 하는 주의력과 필터
2. 연상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3. 시각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
4. 유추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점
5. 인간에게는 분류하는 본능이 있다
6. 다양한 조합을 통해 의미를 만든다
7. 원형에서 가치를 찾아낸다
8. 우수한 모델을 빌려 오는 비유의 기법
9. 가리면 더 분명히 보인다
10. 이야기의 형태를 사용한다


​이 책은 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정리정돈을 비롯해서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풀어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

세계와 나를 재구성할 접근법과

재능을 열어 주는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연령층보다는

젊은이들이 읽으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정지해 버린 듯 한 상상력 부재의 뇌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은 고정관념들이

'난 이미 늦었어' 하는 자포자기 상태로 책읽기가 계속되었던 것 같다.


'나답다' 또는 '우리들답다'를 자기동일성으로 풀려고 하면 문득 괴로워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애초에 사람이나 조직은 너무 복잡한 존재로, 하나의 경해로 집약해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정지된 이상보다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다'는 동적인 상상력으로 향하게 마련입니다.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 하는 주어적인 자기동일성이 아니라 여러관계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떤 가능성이 열려 있는가?'라는 술어적 이야기성을 편집공학은 중시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제는 아이덴티티에서 이야기성으로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야기는 언제라도 바꿔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의 바탕에 두고, 이야기의 형태와 편집력을 갖추고 미래를 향한 영웅 여행을 자유자재로 다시 다뤄 보십시오. p196~197



나답다...

나도 이렇게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정지된 이상으로

반편생을 살아 온 것 같다.

아주 조금씩 '그럴 수도 있지'하며 타인을 이해하게는 되었으나

내 스스로에겐 아직도 관대하지 못한채 아집에 둘어쌓여 있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좋고 변화가 두렵기만 한 나지만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꿈꾸며

이 책을 계기로 쉽지는 않겠지만

생각을 또 고정관념을 바꿔볼까 한다.




잠자고 있는 발상력 엔진을 깨우라!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무한 확장하는

편집공학의 사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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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치심에게 -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최경은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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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감정인 수치심은 관계의 적정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너무 과도하게 나타나면 관계에 어려움을 만든다. 유럽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심리학자이자, 우리에게는 ≪센서티브≫를 통해 예민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 섬세한 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일자 샌드가 이번에는 사람들의 가장 약한 마음인 수치심을 치유하고자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나에게는 존재를 뒤흔드는 큰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수치심을 자극하는 버튼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왜 수치심을 느끼고, 또 각기 다르게 느끼는 걸까. 저자는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생긴 마음의 구멍이 수치심이 되는데,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에 그 양상 또한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어떤 면에서 수치심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보는 것은 수치심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

래서 이 책에는 수치심의 원인, 자신의 수치심과 마주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며 수치심과 자기 억압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더불어 수치심 극복을 위한 도구들을 자세히 알려준다. 장별로 자신의 수치심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도 수록돼 있어 직접 답을 채워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끝부분에 실린 수치심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수치심 정도를 미리 가늠해 보고 책을 읽기 시작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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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는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깊은 수치심을 느낄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단어를 잘못 발음하거나, 셔츠에 살짝 얼룩이 졌거나, 이모티콘을 잘못 보낸 일로도 누군가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람이라면 별일 아닌 것으로 금세 떨쳐 버리거나 어쩌면 기억조차 안 날 그런 일들 말이다.  p20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닭이나 오리들 틈에 끼어 있는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하며 감정 이입을 하기 쉽다. 마음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마치 자기랑 어울릴 자격이 없는 암탉들처럼 여기고 깔보며, 친구들도 그저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말로 뛰어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p103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때로는 실패를 겪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용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깊이 있고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초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결국 외로워진다. p105~106

수치심이 깨어나면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고 그저 숨어 버리고만 싶은 기분이 든다. 특히 애정 어린 눈길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데도 그런 눈빛을 마주하게 되면 더더욱 달아나고만 싶어진다. 사랑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수치심과 나약함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감추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너무 애쓰는 것이 문제다. p113

당신의 삶이 힘든 데는 이유가 있다. 당신한테 뭔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깊은 불안을 품게 되었다. 수치심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p193

나의 수치심에게
책 읽기를 시작하며 내게 있어 가장 수치스러운 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중3때로 기억되는데 체육선생님이 날 운동장 단상에 세우시고
신입생들 앞에서 국민체조 시범을 보이라고 하셨다.
빼는 성격은 아니기에 운동장을 가득채우는 국민체조 음악과 함께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체조를 시작했는데 이게 왠일
3년을 입어 낡은 내 체육복은 내 힘찬 다리운동을 견디지 못하고
부드득 굉음(?)을 내며 가랑이가 터지고 말았다. ㅠ.ㅠ
내얼굴은 수치심에 벌겋게 달아오르고 
박장대소하시는 선생님과
차마 웃지도 못하고 안쓰럽게 날 바라보던 신입생들의 눈길
친구들이 앞뒤로 에워싸듯 날 가려주고 교실로 돌아가
정신없이 옷을 갈아 입었던 그날의 기억...
그 당시엔 더 할 수 없이 수치스럽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도 싶은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추억의 한장면이 되었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기간 쌓아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지키면서도 세상과 가까워지는 ‘자기보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가장 힘든걸 묻는다면 추석?!...
이 아파트로 이사오고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동안
늘어난 짐과 옷으로 치우고 또 치워도 당췌 티가 나질 않는데
예비사위 초대한 날은 성큼성큼 가까와오고
걱정은 태산같이 늘어만 간다.
생각해보면 처음 우리집으로 인사오는
예비사위가 더 긴장되고 떨릴찌도 모르는데
나 왜 이토록 이 작은 아파트가 초라하고 부끄럽게만 느껴지는 건지....ㅠ.ㅠ

맞춤법 틀리게 보낸 문자 한통에 마음이 편칠 않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때면 오히려 나만의 동굴로 더 깊이 숨어들기도 하는 나이지만
초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해본적도 없으니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고 때로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아이들의 응원에 오늘도 힘을 내보자.
"난 괜찮아!~"

수치심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용기 있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나의 욕구와 불안, 분노를 포함해 내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 곁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수치심이 들 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노출' 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수치심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는데도 자꾸 망설이고 주저하게 된다.
남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는 행동이 사실은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덜어 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고 때로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애정 어린 눈빛을 마주할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우리는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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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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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계의 거장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며 문학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도리스 되리. 그녀의 첫 에세이. 도리스 되리에게 요리와 음식은 그야말로 삶의 원형이자 절대적인 기쁨이다. 이 책에서 도리스 되리는 어린 시절 경험한 신기하고 다채로운 추억을 맛깔나게 꺼내놓는다.

도리스 되리는 단순히 식도락의 경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먹는 행위’가 단순히 쾌락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이며 날것의 생을 감각하는 일임을, 더불어 개인의 책임과 생존의 무게를 실감하는 일임을 환기한다.

도리스 되리의 글이 한없이 유쾌하면서도 가벼운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폐부를 찌르기 때문이다. “자기 앞에 놓인 그릇 위에 음식이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고와 협력 그리고 동물, 식물의 희생이 있었는지 식사 때마다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도리스 되리의 맛있는 글이, 지금 우리의 식탁에 도착한 이유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모든 것은 변한다. 아름다운 변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변화는 하루 빨리 일어 나길 고대하지만, 변할까 봐 두렵기만 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부엌이다. 얼마나 기적적인 일이 거듭되는가. 볼품없는 감자 한 알이 감자퓌레가 되고, 뇨키가 되고, 감자스프, 포테이토 수플레로 변신하는가 하면, 밀알은 빵과 파스타가 되고, 크로와상과 피자가 되며, 돼지고기는 베이컨과 돼지고기 구이, 테부어스트가 된다. p43-44


이 무질서와 엉망인 세계의 유일한 출구는 결국, 똘레랑스(관용)임을 터득하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식사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누군가 그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이 세계는 관대함을 잃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어쩌면 스페인이 유럽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낯선 사람에게 관대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대, 그건 파에야 때문일 거다. p66


문어는 지루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게 있느니 어렵사리 돌려 닫은 병뚜껑을 능숙한 솜씨로 열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그 솜씨가 얼마나 능숙한지 주방 보조원으로 두고 싶을 정도다. 수족관 벽에 빨판을 붙여 좁디좁은 수족관 뚜껑 틈새로 몸을 비집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호불호도 아주 분명하다. 신이 나면 친구의 얼굴에 물을 분사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문어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녀석은 그저 놀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오징어류는 더는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놀이를 즐길 줄 아는 존재 앞에서 나는 무장해제되고 만다. p139



어릴적 나의 꿈은 혼자 오롯이 피자 한 판을 먹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 네 자매에게 허락된 피자는 최대 두 판이었다. 피자를 두고 세상 사람들을 나눈다면 딱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피자의 둥근 가장자리를 좋아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피자의 가장자리를 남기는 사람. 나는 전자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는 마르게리타 피자이다. 마르게리타에 오르는 토핑 외에 다른 토핑은 전부 피자의 소박하고 깔끔한 아름다움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p149


나는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청소년 시절, 카로커피에서 진짜 원두커피로 갈아타게 되었을때, 스스로 꽤 자랑스러웠다. 커피를 마신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었으니까.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내 자신이 세련된 사람이 된 것처럼 여겼고, 터키식 커피를 마시면서 코스모폴리탄(범세계주의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름엔 휘핑크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은 아이스커피가 있었다. 카푸치노에는 기본적으로 생크림이 같이 나왔다. 필터커피는 리터 단위로 마셨다. 영화제작사 사무실에서는 어떤 곳이든 커다란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렸다. 그렇게 내린 커피는 몇시간이고 저 혼자 뭉근히 끊어, 나중엔 어떻게 해도 끝을 알 수 없는 쓴맛을 냈다. p157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제목만으로도 호감과 함께 읽을 의지가 수직 상승했던

미각의 번역


이 책은 영화 파니핑크의 감독이자 작가인 도리스 되리의 음식에세이로

도리스 되리의 음식이야기를 듣다보면 

음식이 얼마나 문화의 산물인지

세계의 모든 문화를 느껴보기위해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책속으로의 여행은 녹차와 오니기리로 시작되었다.


내 첫 해외여행은 일본 삿보로였다.

지금 생각하면 일본어 한마디를 못하면서

오사카에서 환승까지 하며 삿보로에 갈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도착한 날 저녁

친구가 모아놓은 100엔 동전들로 난생처음 회전초밥을 먹었던 기억과 함께

오타루에 가던날 호텔에서 준비해준 매실장아찌 든 오니기리와

캔커피가 아닌 캔에 든 녹차가 신기했던 오래전 그날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쌀, 매실장아찌, 김이 전분인 담백한 조합의 오니기리 

우메 우메 우메

다음에 일본여행을 한다면 편의점에서

계란 듬뿍 샌드위치와 함께 꼭 먹어보리라... ^^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에

뱃살을 늘리고 있지만

솔직히 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단

누가 해 준 음식이 가장 맛있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올여름 가장 많이 한 음식은

선물 받은 감자로 만든 감자 요리 아니었을까?

만만한 카레로 시작해서 감자전(그냥 썰어서 or 갈아서), 감자채전,

감자샐러드, 감자스프까지...

아주 잠깐 뇨끼를 만들어볼까 싶었는데

레시피를 찾아보니 멀미날듯할 복잡한 과정에

뇨끼는 그냥 사먹는걸로 결론냈다.ㅋ



 

작가는 스페인이 유럽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낯선 사람에게 관대한 건 

파에야 때문이라고 한다. 음식때문에 고생했던 터키에 비하면

스페인의 음식들은 대체로 입에 맞았는데 특히 파에야를 맛 본 순간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스페인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파에야! ^^


 

완두콩 프로젝트 등 문어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었고

갈색을 띤 닭 브라우니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엔

문득 이웃들에게 달걀후라이에 대한 취향을 묻고 싶기도 했다.

할 얘기 진짜 많은 빵과 케이크 그리고 커피...

친구 연이가 브래드 쿠쿰에서 사준 엘리게이터와

꼬맹이가 마시랑 제빵소에서 사온 연탄식빵도 정말 맛있었는데...


이 책이 발간될 때쯤 상황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적절한 이유를 대지 않고도 문밖으로 다시 나설 수 있게 될까?

상점들은 다시 문을 열었을까? 식당은? 극장과 영화관, 오페라하우스는? 그리고 다시 효모를 살 수 있을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효모는 갑작스럽게 인기 상품이 되었다.

순식간에 효모가 동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빵 굽기에 열을 올렸다.
빵을 굽는 일이 우리 일상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주문이 된 것 같았다.

마치 살아 있는 이 작은 균류가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p302


​코로나19는 내게도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오래 쉬었던 제빵을 다시 시작했고

식물집사가 되어 스므개 넘는 화분들을 돌보고 있기도 하고...

오늘은 우리집 마지막 주자 꼬맹이의 백신1차접종이 있는 날이다.

요즘 20~30대가 그렇듯 

여행 좋아하고 예쁜 카페와 맛집 찾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집과 회사만 오가며 집콕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

2차접종까지 마치면 양양에 가보기로 했다.

마음껏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그 여행의 추억을 눈치 보지않고

신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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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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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철학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를 찾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절대 불변의 진리란 진정 가능한 것일까? 의사가 100년 전 방식으로 치료하고, 정치인이 100년 전 경제이론으로 정책을 세운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결국 지식이란 세상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며 현실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철학도 예외가 아니다.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은 철학이 만든 낡은 고정관념을 부수고 현실에 맞는 가장 최신의 철학적 생각법을 제시하는 철학 에세이다. 낮에는 냉정한 현실주의자로, 밤에는 열정적인 철학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고전으로 칭송받아온 12가지 철학 사상을 현실에 맞게 비틀어 바라본다. 지금, 여기 우리 시대에 맞는 철학 통찰을 담은 이 책으로 사유의 혁명을 경험해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만약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계를 개발하려고 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삐삐’의 작동 원리를 다시 살펴볼 게 아니라 삐삐-피처폰-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통해 기술이 어떻게 보완되고 혁신되어 왔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이처럼 철학자들이 앞선 철학자들의 사상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완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철학 고전의 지혜를 우리 시대로 끌어오는 일도 가능하다. 철학적 탐구의 핵심은 철학 그 자체가 아니라 ‘철학 사상의 업데이트’에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  p24



삶의 목적을 묻는 철학적 인간은 정신적으로 고양된 인간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온전하게 주어진 자유를 겁내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삶의 궁극적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은 위태롭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동시에 용감하고 유쾌하다. (…) 삶이 혼란스럽고 위태롭게 느껴질 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신 정의해 줄 것을 찾아다니게 된다. 종교적 교리와 정치적 담론 그리고 철학적 자아와 같은 관념적 가치에 의지하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오랜 역사에서 쟁취해 낸,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유를 포기하는 일이다.  p48


중세 시대까지 인간의 이성이 신을 향했다면 근대부터는 ‘나’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나는 신을 믿지 않고 나 자신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믿지 않으면서, 신을 믿지 않으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진정한 내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진정한 나’라는 개념은 ‘신’과 ‘진리’, ‘이데아’와 공존해야만 그 의미를 유지할 수 있다. 신과 불변의 진리를 믿지 않는다면, 당신이 허구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데아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진정한 나’는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p56~57


지금 한국은 틀림없이 성과를 내기 위해 내가 나를 착취하는 ‘성과사회’이다. 과거의 노동자가 감시와 통제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일했다면 오늘날 성과사회의 노동자들은 성공, 진급, 커리어, 인센티브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한다. 감시와 통제가 노동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면, 희망찬 동기부여는 노동자를 능동적으로 만든다. 강요된 노동은 사람을 밑바닥까지 태우지 못한다. 억지로 해야 하는 노동의 끝은 노동자가 기계를 부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열중하는 노동의 끝은 노동자가 자기 자신을 부수는 결말에 이른다. ‘번아웃 증후군’은 컨베이어벨트 앞의 노동자에게 서는 찾아볼 수 없던 병이다. p179


논리적이지 못헌 주장이나 생각은 비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논리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은 꽤나 지독하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켜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논리적 검증이 끝난 과학적 지식과 통계적으로 검증된 팩트가 아니면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주장의 타장성을 결정하는 것은 논리상이며 심지어 논리력은 개인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한다. 사적인 감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에 의해서든 논리의 검열을 받는다. 그런데 이토록 논리적인 우리사회에 다수가 공유하는 비논리적인 통념이 있다. 바로 서구의 선진국을 우상화하는데서 비롯한 왜곡된 인식이다. p200-201



"비관론자는 바람을 불평하고

낙관론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길 기대하지만,

현실주의자는 바람에 맞게 돛을 조정한다!"



난 위의 세분류중 어떤 사람일까?

지금의 난 바람을 불평하는 비관론자 같다.

하루에 열두번씩 요동치는 마음을 다독이며

불확실한 시대에 삶의 중심을 지키는 지혜를 이 책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지식의 문제는 과학에

경제적 문제는 경제학에

사회적 문제는 사회학에

인간의 내적 문제는 심리학에 자리를 내어준 철학...

철학이 일상에서 멀어진데엔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하며

희망찬 메시만 퍼트리는 천국을 말하는 철학과

근엄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지옥을 말하는 철학에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당신의 꿈을 이뤄라!'

'인간은 누구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무한히 믿고 싶은 이 문장들 때문인지

라떼엔 한번쯤 철학과를 꿈꿔볼 정도로

나름 매력있던 학과였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지난 2014년 강신주님의 책들과 강의를 접하면서

조금씩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진정한 나를 찾기 이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모습을 로맨틱하게 그리기도 하고

바쁜 현실에 살다가 진정한 나를 찾아 고독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멋진 인간으로 묘사하는

철학에 나도 빠져 있었던 것 같은데... ㅠ.ㅠ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나아가야 하는 강인함과

내가 제친 사람들의 슬픈 마음까지 보살펴야 하는 배려심까지

두 가지 태도를 모두 갖추기를 강요받는 현재 사회를 살면서

가장 관심있게 다가온 섹션은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의 철학이었다.


내삶에 정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솔직히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저자는

마지막 닫는글에 아직 자신만의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세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첫번째 : 어떤 철학책을 읽고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 그 내용을 일상의 언어로 말해보는 시도를 해 볼 것

두번째 : 이해한 철학의 일상적 사례를 찾아보는 것

세번째 : 자신에게 가장 영감을 준 철학에 대립하는 철학을 찾아 보는 것...


언젠가는 나도

율법주의자로 혹은 꼰대(?)로 꽉 막혀있던 낡은 생각들을

업데이트하고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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